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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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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살다 보면 긴가민가한 때가 가끔 있어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판단에 어려움에 안달할 때도 있었다고 기억된다. 지금이 그때처럼 느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향에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할지 아니면 건너뛰어야 할지를 고심하는 시기를 만들어 주신 분들이 있다. 5명 이상 만나면 과태료 거금 일십만 원을 부과한다고 하니 그것도 마음에 걸리고 가지 않으면 부모님에게 불효를 하는 것 같기도 하며 또한 직장에서 팽 당하는 것은 아닌지 만에 하나 역병에 전염이라도 될라치면 인생 1막 종 치는 것은 아닌지 염려에 걱정에 날밤이 되었다. 늙은 부모들이야 자식 생각해서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자손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이니 물어보나 마나 한 일이다. 이번에 만날 수 없으면 다음에 만나면 되는 일이니 무리해서 올 필요가 없다고 한다. 역병이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인데 시절이 좋아질 때 오도록 바란다는 것이 부모님의 심정이다. 비단 역병의 문제만이 아니다. 만나 보아야 할 사람들이 있지만 얼른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히 많이 있다. 아우가 이사를 하였는데 당연히 가보아야 하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다. 역병이 오기 전부터 간다 간다 벼르기만 하였지 실행하지를 못하였다. 어릴 때 자라던 고향도 방문해 보고 싶지만 역병이 가로막고 있다. 누님의 팔순에도 당연히 찾아뵙고 축하하여야 하는데 하지 못하였다. 겨우 전화기의 힘을 빌려 소식과 문안만 드렸는데 자손들도 모두 못 오도록 하였다고 한다.
팔순이 매년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일평생 딱 한 번뿐인데 내 마음마저 유쾌하지 못하였다. 사람이 사람 도리를 하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친구 풍곡(風谷) 어른께서 담석 수술을 받아 입원하였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문안하고자 하였더니 병원에서 사절한다는 방침에 포기하였다. 인과관계는 그냥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문전옥답도 몇 번에 걸쳐서 가꾸지 않으면 잡초만 무성하여 황무지가 되고 마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역시 나 마찬가지다. 오고 가고 하는 중에 정이 지속된다는 평범한 사실도 이행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렇게 저렇게 사람 사는 일이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지 안타까움을 넘어서 불화마저 치밀어 오른다. 문명의 발달은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함이 아닌 모양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지식이 많아지며 가정환경도 좋아지며 지위가 높아질수록 편안하고 좋아져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배 고품을 해결하려고 밤을 낮으로 삼아 일하였는데 겨우 양식 빌리려 가는 일은 면했는데 좋은 물건 많이 만들어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해외에다가 팔아 나라의 경제도 좋아졌다 하였는데 어찌하여 점점 더 어려 위지고 각박하며 팍팍하여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좋은 세상 만들고자 노력은 하였지만 헛수고만 하였으니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닌 것 같다. 큰소리치는 사람들 천국이 되었다. 큰 소리뿐만이 아니고 손바람 칼바람에 쥐 죽은 듯 태평성대가 되지 않았느냐 면서 주는 떡이나 고맙게 받아먹으라고 한다. 무슨 불평들이 그리 많으냐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의 소리가 커지면 무소불위의 팔뚝 힘을 믿고 이상한 법을 마음대로 만들어 버린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못할 일이 없는 세상이다. 역병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확진 자를 늘렸다가 줄였다가 마음대로다. 시기에 맞추어 용하게도 이용률을 극대화는 모습에 천재들만 모인 집단처럼 보인다. 전문분야의 영역도 전문성이 모호한 세상이다. 모두는 힘이 해결하는 세상에 꼼짝하지 못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가 되었다. 코미디 같은 세상이다. 전문분야가 없어지고 말았다. 힘이 모든 것을 하는 만능의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소위 종전에는 전문가라고 목에 힘주던 사람들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려면 한참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절대 권력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한다. 온 세상을 뒤 짚을만한 역병도 팔뚝에 힘 있는 자에게는 맥을 못 춘다고 한다. 이들이 일으킨 세균전은 과히 2차 세계대전을 능가하는 추세가 아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무기가 세균으로 바뀐 것뿐인데 온 세상이 퍼져 나가니 또 따른 무기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우려를 한다. 지금까지 개발되고 시험 중에 있는 여러 백신들도 예방에 확신도 어렵다고 하는데 새로운 무기에 효과가 있을는지는 의문이라면서 3~월에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우려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언제쯤 좋아질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형편이다. 힘의 위력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백성 위에 초법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으니 못할 일도 못 이룰 것도 없는 현실이다. 제상인들 꽃보다도 못한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내시들의 졸개가 되어도 좋다면서 진실이 아닌 것도 진실이라고 우기는 들개들을 좋다고 따라다니고 지지하는 들쥐들이 있으니 살판이 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래 생각하면 이렇고 저래 생각하니 또 맞는다는 것이다.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구름에 가린 달빛은 고사하고 햇빛도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한다. 있는지도 없는 지도 희미해지는 오늘이다. 아주 옛날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하였으니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가니 또 누군가는 아니야 지구는 둥근 것이야라고 하니 아! 그런가 하고 배웠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옳다고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사실도 힘 앞에는 사족을 못 쓰는 모습이 대명천지 21세기의 오늘이다. 힘 앞에는 천륜도 도리도 없다고 한다. 부모 자식 간에 피를 흘리는 세상이 힘의 세상이다. 태조가 당하였고, 단종이 그렇게 갔으며 사도세자도 뒤주 아에서 갔다고 배웠다. 이것도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 된다. 힘은 요술방망이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똑딱하면 금도 은도 나오는 것이 요술방망이의 원리다. 무소불위의 권좌다.
그곳에 가기만 하면 의식이 흐려지는 모양이다. 초심(初心)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있기는 있었는지 찾을 길도 방법도 노력도 보이질 않는 곳이 그곳인 모습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거짓말이라고 한다. 잘만 하면 2~3십 년도 무난히 간다고들 한다. 물론 들쥐들의 동의(同意)를 얻어야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못할 일도 없다고 한다. 민주, 평화, 도덕 같은 것은 그저 해보는 수사에 불과하다.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는 것이다. 이념(理念) 같은 소리를 하지도 입에 담지도 말라고 한다. 요사이 날자 가는 것도 헷갈린다. 무엇 하나 온전한 곳이 점점 없어지는 듯하구나. 세월 따라서 나도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아니라는 오기(傲氣)가 자꾸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채찍질하는 것 같아 천리(天理)를 거역하는 모습에 아직은 마음은 콩밭에서 노닐고 싶은 모양이다.
오늘이 까치설날이다. 연휴가 시작되니 본격적으로 고향방문의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오고 가는 연도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늘같은 부모님에게 인사드리고 처소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바다. 어느 친구는 가족과 함께 골프 여가를 보내려고 제주도로 출발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차로 비행기로 버스로 자가용으로 각급 도로가 몸살을 앓아도 좋다는 것이 명절이다. 각 나라별로 민족별로 정하여진 즐거운 날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태음력(太陰曆)을 사용하였기에 설날과 한가위가 최대 명절이다. 작년부터 역병이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명절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지금도 판단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목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하는 역병이다 보니 신경을 쓰는 것은 당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전통문화와 충돌함으로써 심적 고통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 우리에게는 상당한 자체 면역력(免疫力)이 생겼다는 학자들도 있고 보면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수입하는 백신도 곧 접종을 한다고 하고 치료제도 처음 개발 단계라고 하니 기대를 하여도 좋지 않을까 한다. 누구 말처럼 깜도 안 되는 정승(政丞)들이 줄줄이 임명되어 개판 정국을 초래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그러다가 말겠지 하면서 자조적인 웃음도 지어본다. 뛰어봐야 벼룩 아닌가. 아마도 제풀에 쓰러지고 말 것임을 까치설날에 생각해 보았다. 모두 모두 즐거운 설날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끝
2021년 2월 11일 목요일 오전에
夢室에서 法珉 김광수 씀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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