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주드로의 탈모를 화제 삼은 게시물이 9월12일 다음의 메인에 올라왔다. 외모, 특히 탈모를 얘기 꺼리로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메인에 올려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는 포털의 행태도 항상 못마땅했다.
댓글을 보니 나와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사회의 탈모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비판하고 이런 게시물을 메인에 배치한 다음에 반감을 표시하는 댓글들도 적지않았다. 달라진 반응이다. 예전에는 탈모를 화제거리로 삼으며 웃고 떠드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탈모 관련 게시물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느끼게 될지 몰랐다. 이런 정도라면 조만감 탈모 관련 게시물은 함부로 못 올리는 분위기가 조성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못만났던 친구의 결혼식에서 친구를 못찾아 잠시 헤멘 적이 있다. 분명히 식장 게시판엔 친구의 이름이 있는데 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와이프가 "저 사람 아니야?" 하며 한 사람을 가리켰다. 아닌 거 같은데 하며 고개를 돌리려다 다시 찬찬히 보았다. 녀석이 가발을 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발이네." 해놓고 누가 들었나 싶어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얼마전 그 친구를 또 만났다. 술을 먹다 가발 얘기를 물어보게 되었다. 아직 와이프에게 가발을 아직 얘기하지 않았단다. 결혼한지 5-6년이 지난 마당에 두려워서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와이프도 눈치는 챈 거 같은데 그냥 서로 모른 척 하고 지낸다는 것이다.
넘 얘기 할 거 없다. 나도 주드로나 친구랑 같은 처지다. 군대 다녀온 뒤부터 조짐을 보이던 머리는 30전후해서 완연해졌다. 탈모의 낌새를 눈치 챈 친구들이 그때부터 수시로 머리를 화제삼아 놀려대거나 걱정스럽다는 식의 얘기를 자주해왔다. 둘 다 싫었다, 놀리는 거야 당연히 싫었고 걱정해주는 것도 그만큼 싫었다.
남의 머리에 관심을 가지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뚱뚱한 사람은 자신의 비만을 걱정하고, 삐쩍 마른 사람은 앙상한 체형을 고민하고, 머리 빠지는 사람은 탈모를 고민한다. 이렇게 상대가 불편해하는 개인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거나 나서서 걱정해주는 것은 인간이 사는 사회라면 어김없이 실례에 해당되는 것이다. 상대가 불편해 하는 개인 적인 것엔 관심을 아예 안나타내는 게 최고의 예의다. 부부끼리도 모른 척해주는 게 탈모다. 그런데 이노무 나라는 뭘 잘못처먹었나 그런 개념이 별로 없는 인간들이 상당히 많았다.
만나는 사람들은 가끔 하는 얘기지만 듣는 사람은 하루에도 몇번씩 듣게 된다. 한두번도 그냥 넘겨지지 않는 소린데 매일 여러번 들어보라. 심리적 장애가 안생길래야 안생길 수가 없다. 대머리만은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여성들의 우스개 섞인 티브이 인터뷰는 20대의 탈모자에 며칠밤의 고민거리를 안긴다. 처음엔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지만 나중엔 탈모를 건드리는 사회의 줄기찬 관심에 스스로를 포기하게 된다. 스스로를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너무 약하다구? 니가 함 되서 들어봐라.)
'도대체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기본적 예의가 없을까?' 생각 해보았다. 내가 그런 처지에 있어서 생긴 습성인지 모르나 나는 타인이 불편해하는 것을 조심한다. 아픈 사람에게도 안색을 얘기하지 않는다. 안색이 좋으면 말하지 안좋아보이면 꺼내지도 않는다. 타인이 심적으로 부담감을 느낄만한 것들은 삼가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쟁지상주사회인 한국에서 경쟁자이기도 한 상대의 기를 죽여놓고자 하는 욕망이 무심코 발현된 거 아닐까 하는.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결함이 발견되면 물어뜯고 드러내어 경쟁에서 탈락시키려는 음모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확신은 못하지만 난 이런 의도가 다분하다고 믿는다. 장난 속엔 무의식의 의지가 감추어져 있다.)
탈모자의 입장이 되어서 바라본 이 사회는 예의와 배려가 형편없는 나라다. 공중파 미디어에서 대놓고 대머리에 대한 조롱을 해대니 같이 보던 사람은 아무 부담 없이 공중파의 예의 수준을 발판으로 탈모자를 놀려댄다. 개념을 국가적으로 밥말아 처먹은 나라인 것이다. 이 스트레스를 고백할 수도 없다. 남자가 그런 걸로 신경쓰냐며 왜 그렇게 약해빠졌냐는 대답이 돌아올게 뻔하다. 놀리면 그런 걸로 삐진다고 하고 걱정하면 약하다고 지적하고 그저 그 스트레스 혼자 안고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탈모자로서 내가 느낀 한국은 치가 떨리는 사회다.
탈모자가 이정돈데 다른 사회적 약자는 어떨까? 뚱뚱한 사람은? 삐쩍 마른 사람은? 장애인은? 얼굴이 못생겼다는 얘길 듣는 사람은? 아마 내 '치'는 그 '치'에 비하면 비교도 안될 것이다.
대머리가 캐병신인지 한국이 캐병신인지.
첫댓글 저도 이글 봤습니다. 탈모의 고통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정말 알수가 없습니다. 남자가 그런걸로 왜 신경을 쓰냐는 말은 직접 당해보면 정말 안나오죠...
근데 동양인은 솔직히...오늘도 지하철에서 M자랑 정수리때문에 삭발하고 수염좀 기른 백인을 봤는데, 두상이랑 생긴게 완전 예술이더군요. 대머리가 오히려 더 잘어울리는듯...- _-; 머리숱많은 장동건이 울고가겠더라고요. - _-;
솔직히 한국사회에서는 많은 편견들이 많죠..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냥 차이로 인정하는 것같습니다.. 이분법적인 논리에 맞춰서 말이죠..안타깝습니다.. 저도 부모님이 사내새끼가 뭘 그렇게 신경쓰냐고 하지만,,저도 그런 편견이 없다면 그냥 살텐데 말이죠 ..
근데 뚱뚱하거나 삐쩍마르거나 얼굴이못생긴사람보다 대머리가 더큰 사회적 약자입니다.;; 대머리는 솔직히 그러식으로 따져본다면 최하위층이죠
구지 한국만 그런건 아니죠. 저는 호주사는데 티비에서 대머리남자랑 사귈수 있냐고 거리인터뷰 하는데 여자들 정색하던데요 ㅋㅋ. 하지만 백인들중에 머리좀 벗겨져도 멋있는사람 많죠 대표적으로 부르스 윌리스랑 뱅크잡 나오는남자. 하지만 최고는 흑인. 대머리가 평범한 머리라는것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