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베지(콩고)강의 추억
2011년 5월22일
타이트한 첫날 일정이다.
인천에서 Victoria Falls까지
스트레이트로 이동해야 한다.
일요일 저녁 Singapore Air
인천-싱가폴 18:25-23:35 편. 약 7시간 소요되는 거리다. 도착해 SQ항공의 Kris라운지에 들러
마침 박지성이
출전하는 Premier리그 최종 시합을 보고, 현지시간 02:10에 출발해 12시간을 날아 남아프라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도착, 2시간30분 쉬었다가 연결편으로 다시 3시간여를
비행해 Zimbabwe의 Victoria Falls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50대로 보이는 한국인 아주머니 둘을 만났다. 아프리카
개별여행 중이란다. 여기 폭포를
보고 Botswana의 사파리를 보러 간다 한다. 용감하다! 한국 아주머니들!
Africa란, 시오노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에 의하면 로마인들이 카르타고 시민을 아프리라
부르고 그 땅을 아프리카주로
부른 데에 연유한다. 인류조상 탄생의 대륙이지만, 적도 밑에 위치하여 검은 피부를 갖고 태어나 유럽 열강의 수탈과
그것으로도 모자라 신대륙에 노예로, 지금도 종족간 끊임없는 분쟁에 대량 학살과 열악한 풍토 질병에 고통 받는 곳,
아프리카 하면 유니세프 광고에 안성기와 같이 나오는 굶주린 아이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슬픈 대륙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오면 어딜가나 온통 정글인 줄 알았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프리카는 별로 그렇지가 않다.
요하네스버그에서 Victoria Falls로 날아 가는 동안 보이는 건 드문드문 낮은 관목 뿐 우거진 숲은 없다.
가뭄 들어
굶어 죽어가는 동물들을 취재한 텔레비전에서 본 황량한 장면이 떠오르고, 또 10년 전 Papua New Guinea를 처음 갔을 때 수도인 Port Moresby 부근은 적도에 가까운 지역임에도
의외로 산에 나무가 없어 의아했던 기억이 있고,
미국 L.A.에서
텍사스의 휴스턴 가는 길도 내려다보니
처음부터 내릴 때까지 보이는 풍경은 거의 사막과 다름없었다.
빅토리아 폭포 공항에 내려 호텔 첵크인 후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우린 'Zambezi River Sunset Cruise'에 나섰다.
아프리카
북부에 세계최장(6,650 km)의 나일강이 있다면, 남부 최대의 위대한 강이 Zambezi(4,700 km)다.
Zambia북서쪽에서 발원하여 Angola, Botswana, Zimbabwe,
Mozambique를 가로질러 인도양으로, 거대한 대륙을 아우르며 흐르는 강이다.
수량이 풍부하고
특히 일몰이 아름다워 인기가 있다는 선셋크루즈,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승선해 있다.
선미 쪽에
자리잡은 우리 옆에 기품 있는 노부인들이 자리했기에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Ma'am?」
호주 Perth에서 친구들끼리 왔단다. 이 할머니들도 할아버지들 떼어놓고 자기네들만의 여행을 다니다 보다.
내가 Perth에 가본 적이 있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더니 반색을 하며 모든 할머니들의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짧은 크루즈라면, 러시아의
Baykal Lake도, Istanbul의 보스포러스해협 크루즈도, Hawaii 오하우 디너 크루즈도 인상적이었지만, 여긴 아프리카라는 점과, 열대 과일과
동물들, 원주민들의 민속 공연,그리고 예쁘장한 흑인 소년의 악기 연주가 너무나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러시아의 이루쿠츠크에서 가까운 세계 최대 담수호 바이칼 호수(위)
잠베지강은 우기가 아님에도 풍부한 수량에 맑은 투명도를 갖고 있다. 물 위로 가끔 하마가 머리를 내밀고, 강변으로
가까이 가면 악어도 코끼리도 볼 수 있다.
얼마를 지나자, 이 넓은 강 저 아래쪽에 물보라 이는 곳이 보였는데 거기가 빅토리아 폭포란다.
이 큰 강이 두쪽으로 갈라지는 곳, 이 많은 강물이 떨어지는 곳, 배가 고장이 나 흘러가면 그냥 세상의 끝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순간 잡생각이 스친다.
간단한 음료와 토속 공연을 보며 들으며,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벼운 행복감을 느낄 즈음, 어느덧 해가 지려 한다.
의자를 돌려 서쪽으로 향해 앉아 떨어지는 해를 본다. 너무 붉다!
그리고 그 붉은 해는 지평선 너머로 이내 사라졌다. 해가 이렇게 빠르게 꼴깍 지는 지도 처음 알았다.
어둑해진 배에서 내릴 때, 그 호주 할머니들이 진심으로 좋은 여행되라고 인사해 준다.
멋쟁이 할머니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Very nice meeting you!」
5월24일
옛날 원주민들은
이곳에의 접근을 두려워했다. 맨날 천둥 치는 굉음이 들리고, 거대한
물보라를 뿜어 내기
때문이었다.
Victoria Falls. 1851년 Livingston이 탐험에 성공해 외부에 알려졌고, 당시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아프리카
최대의 수량(水量)을 자랑하는 Zambezi강이 오랜 옛날 갑자기 갈라지면서 생긴 폭포다.
탐험가 리빙스턴 상
폭포 전경, 네이버캐스트에서
폭포 입구에서
준비한 비옷도 소용이 없다. 다행이 날씨는 화창했으나 거대한 물보라가 옷을 적시고 시야를
가려 어쩌다
맑아지는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Nature’s Wonder 그 자체다.
아주 오랜 옛날 대지의 균열에 의해 강이 갈라져 폭 1.7 km, 낙폭 110 m, 우기 최대 분당 1억리터의 물이 쏟아지는 장관을
만들었다.
흔히 세계3대 폭포로 이과수, 빅토리아, 나이아가라를 꼽는데, 빅토리아와 이과수는 자웅을 겨룰만 하나, 나이아가라는
이 둘에 비하면 그 크기나 주는 감동이 한참 뒤진다고 여겨진다.
폭포 아래족 짐바브웨와 잠비아와를 잇는 국경 다리에는 번지점프도 걸려있었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고 나오는 길은 공예품 가게 및 노점상이 늘어서 있다. 특히 돌로 다듬은 동물 공예품은 저렴한 가격에
탐나는 것들이 많아 무겁지만 않다면 한 가방 사서 가져 가고 싶다. 하마를 비롯해 두개만 샀다.
5월25일
여기에도 골프장이 한 곳 있다. 일정 상
라운드를 하진 못했지만 이런 오지에 도대체 어떤
코스일까 참을 수가 없어서
간단히 둘러보기라도 하려고 아침 일찍 일부러 찾아갔다.
코스엔 아무도
없다. 흑인 남자 캐디 대여섯 명이 그늘에서 졸고 있고, 캐디 중 한
명이 연습장에서 아이언 하나로
정확히
볼을 때리고 있었다.
캐디 마스터가
친절히 안내해 준 코스는 불도저가 아닌 손으로 다듬어 자연을 그대로 살렸고, fairway에는 뭐라고
들었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한가롭게 지나다닌다.
다시, 요하네스버그로 날아와 꼭 가보고 싶었던 그 유명한 Golf
& Resort Sun City로 향했다. 약 250km의 자동차 이동이다.
잠시 다른 이야기이지만, 지난달,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인 골퍼 「Seve Ballesteros」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는 작은 충격이었다. 57년생이니 아직 젊은데...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고 골프장에서 볼을 줍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형이 버린 3번 아이언 하나 들고 집 옆 해변 모래밭에서 죽어라 연습했던 아이. 그러나, 전성기의 그의 카리스마는 누구도 범접 못하는 경지에 있었고, 수려한 용모와 아름다운 스윙, 특히 트러블샷에 강해 어떤 곳에서도 누구도 예기치 못한 상상력을 발휘해 결과를
만들어 냈던 그였다.
주차장 시멘트 위에서건, 나무밑에서 무릅 꿇고서건, 그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경탄할 샷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유럽투어 50승, 마스터즈 2회, 전영오픈 3회, 일본 투어 6승 등이 있다. 특히, 일본에서도 그의 인기가 높아 그의 이름을 딴 골프코스도 있다.
일본에 가 골프를 처음 접할 무렵의 인상적인 골퍼라면 나에겐 '나카지마 쯔네유끼'와 '세베 바예스테로스'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의 샷이 휘기 시작했고, 요통과 뇌종양이 그를 괴롭혔다. 또 그는 누구의 충고도 수용하지 못하는 자존심을 고집한 끝에 세상과 결별하여 은둔해 있다 죽음을 맞았다. 자유로운 상상력, 감각적인 창의력으로 드라마 같은 샷을 만들곤 했던 그가 한때 너무 좋았다.
스페인에
그가 있다면, South Africa에는 'Gary Player'가
있다.그도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3.7 km 지하 갱도 금광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메이저 9승 포함 통산 100승을 넘기고, 검은 옷을 즐겨 입는 자그마한 체구의 투사 골퍼다.
그가 디자인한 선시티의 'Gary
Player Golf Course'와'The Lost City Golf Course'를 꼭
보고 싶었다.
숙박한 Gary Player Course와 연결된 The Cascade Hotel도
좋았지만, The Lost City Course 옆에 위치한
'The Palace Hotel'
의 Italian
restaurant의 사치스러움은 감탄 그것이었다..
South Africa란 곳, 치안이 불안한 것 빼면 다 괜찮다. 자연 경관이 출중한 데다 기후가 멋지다.
마침 남반구의 늦가을이어서
긴 팔 셔츠 한 장의 라운드, 환상적인 조건이다. 코스
또한 정갈하게 정비되어 있다.
클럽하우스의
앳된 흑인 소녀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며 무척이나 수줍어한다. 아마도 새로 들어온 아이 같다. 이런 사치스런 시설과 외국인은 이 시골소녀에겐 아직 낯이 선가 보다.
이후는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비지니스 미팅을 하고, 아프리카 북부의 가나에서 2박하며 일을 마친 뒤, 두바이를 거쳐
귀국했다.
유럽투어가 열리는 두바이 에미레이트 골프클럽에서의 라운드는 무더웠다.
하지만, 라운드 후 현지인이 데려다 준 어느 한국식당의 그 시원한 '오징어 물회' 맛은 일품이어서 지금도 잊지 못한다.
HJ
첫댓글 무더운 여름이 이어집니다.
어느 방송에서 폭포 장면이 나오길래, 수년전 빅토리아 폭포 여행기를 꺼내 다시 보았습니다.
너무 더운데 뾰족한 대책도 없어 옛생각이나 하면서 보냅니다.ㅋㅋ
올 여름 더위가 1994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식으로 보도되면서 유독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구나 싶습니다.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변화의 결과라고하니 각국이 비상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사람들은 더욱 지독한 더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보기 쉽지않은 빅토리아 폭포여행...소개해 주신 글과 그림이.. 자연속에 빠져
잠시 더위를 잊는 청량제가 되는듯 합니다.거의 막바지인듯한 무더위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빅토리아 크루즈, 바이칼 호수의 풍광을 구경하고
듀바이에서 라운드는 우리에게는 이제는 이루지 못할 영원한 꿈이지요...
꼼꼼이 메모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몇년이 지나고서 옛 추억의 필름을 돌려서 쓴
맛깔나는 호재님의 추억의 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나도 2년 전에 다녀온 알젠틴의 이구아스 폭포 사진 한장 첨부합니다.
"Come September!!" 하면 한번 만나야지요~~ 건강하세요 !!
폭포수 장면에 떠오른 몇해전의 흔적, 여행이란 이렇듯 잊혀지지 않는 좋은 추억 입니다. 오래도록 간직해 가는게 즐거움이고 행복 입니다.
머리속에 숨겨놓은 아프리카의 멋있는 풍경, 정말 보통 사람들은 평생 보기 힘든 구경꺼리가 되네요.
호재씨의 또 다른 숨겨놓은 걸 기대하는 것도 올해같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당연하나요?
항상 이러한 기행문으로 카페를 놀래게 하는 것도 호재씨의 자랑꺼리 네요.
한더위에 건강하시고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