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셋으로 교문밖을 나서는 포토 동아리.
교무부장 윤선생님은 모자람 없이, 넘치게, 빈틈없이,
늘, 고맙게, 동아리활동을 돕습니다.
사회과시라 학생들과 답사활동계획이 있는바
내 동아리와 조인하여 오전을 함께 나섰습니다.
하필이면 이 날 베터리 부족으로 내 카메라가 여기서 멈추자
그녀의 휴대폰을 들어 여러 세 컷을 찍어드렸죠.
과거 동복중학교에서 만난 인연에, 당시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었던
'아름다운 평교사 상(象)'을 제게 아로새겨주었죠.
이이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파인더의 꼼꼼한 성격을 잘 헤아리지 못하여 배경의 보가 기울고
나무가 너무 중앙이군요. 파인더로선 불만이지만
흩뿌려 준 한 줌의 싸락눈이 퍽 낭만적인 화면을 이끌어주었어요.
남평 드들강의 추억이 강물처럼 밀려옵니다.
고교시절 장래 화가를 꿈꾸는 미술부들은 이곳 물 가에 앉아 꽃 같은 추억을 남깁니다.
광주 시내 여러 학교들 조대부고, 숭일고, 경신여고, 수피아여고, 광주여고, 기계공고,
전남고, 서석고생들이 기차의 한 칸을 점령하여 밤새 경쟁하며 고고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서울 미술대회를 출전하던 것이 그 시절 낭만의 넘버 원이었다면,
간간이 몇 몇 학교의 미술부들이 모여 전남대학교며 광주공원
남평드들강 같은 데에 야외스케치를 핑게 삼아 모이죠.
여기서 벌이는 통기타 춤판은 낭만 2번지. 그때 저는 어디서나 키타리스트.
'푸라우드메리키폰러닝' 같은 머시기를 두들기면
미친 것들처럼 여럿이 무대에 뛰쳐나와
머리며 허리 팔다리 같은 데를 이용하여 마구잡이로 흔들어댔죠.
제가 장차 와이프 될 뇨자의 눈에 붙들리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허구요.^^
난삽한 집단 속의 덜 까진 1인 뭣이라 하면서...
대낮에 들판에 모여 소금 친 미꾸라지들처럼 바글바글 흔들어대는 것이 결코
예뻐보이지 않았을 터에 콧잔등이 송글송글한 정열의 기타리스트였으니...
왼쪽 세로 선에 걸친 소나무의 차지를 카메라가 못 마땅해 하고
인물의 머리와 보의 만남이 마뜩치 않아도 그작저작 잘 찍었어요.
이 나무의 기울음은 셔팅이 너무 빨랐죠?
뒤 보의 선이 수평이라야 안정될텐데 말이에요.
겨울 물빛의 그윽한 자리가 나뉘고 좁아져 조금 인색해 보입니다.
요로케 찍었어야죠.(ㅋㅋ)
"어머 우리 00이 정말 너무 이쁘다아~~!
사회선생님은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예뻐하여 어쩔줄을 모릅니다.
딸 아들처럼 자분자분하시고 멕이고 달래고 아껴요.
물론 저 보기에도 티없이 맑고 이쁜 십대 소녀 맞습니다...
작년에 넷이었는데 올해는 1학년이 여덟이라 든든합니다.
각자 그리고 모두의 포즈로
강변의 초겨울을 싱그럽게 달굽니다.
드들강을 이렇게 공원화 하니 옛 추억의 자리는 사라졌지만
이렇게 삭아서라도 이 나이들을 데러와
사진놀이하는 맛은 때마침 내린 눈발처럼,
존바에즈의 '솔밭 사이로 흐르는 강물'처럼
옛 소년처럼, 설렙니다.
'맨처음 고백' 같은 송창식을 자주 불렀던 자리는 화실.
그림 그리며 기타 치고 연극과 카드 팔이로 모금하여 봉사활동 하던
그 미술실이며 야외스케치며 서울대회며 그림와이 활동이며 또
하숙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저 충장로 1가 우체국 앞에 늘어놓고 호객하던
여학생들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크리스마스 근방에 옆지기와 충장로를
데이트하면 꼭 그 시절 그 밤의 눈부신 고등어 한손이 돼버리죠.
근접촬영의 인물이군요...
표정이 잘 살아나 자연스럽습니다.
찍사가 찍사를 찍는 것도 한 재미죠.
우와, 멋져부러
축구에서 최전방을 좋아하는 그 스트라이커 아저씨.
학교 서편의 두 벤치는 참 좋은 자리에 잘 앉혔는데
운동장 쪽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 그 반대편을 향해 아쉽습니다.
사진동아리에게는 이 자리가 젤 좋은 포토존이 됐구요.
화면 끌어댕기는 것이 중1 같지 않게 긴장이죠?
시점을 낮춰 거짐 엎드렸는데
산 배경을 빼라는 주문까지는 담지 못하였군요.
하늘을 두 팔로 감싼 학교 뒤 단풍에 아직 사위지 않은 계절의 힘이 느껴집니다.
텅 빈 하늘도 이것들을 상대로 색상과 밀도에서 조금도 밀리고 싶지 않다는군요.
운동장 구석에 누가 찍은 발도장인지 몰라도
그 틈을 놀이터 삼아 또 앉고 서고 눕는 저 파릇한 것들의 장난이
발칙하고 살갑고 그저 무심합니다.
들꽃연구회장의 강의를 받는 이것들이 꽃사진을 가장 못 찍어
겨우 이거에요. ㅉ.
그나마 겨우 이 민들레 솜사탕 봉오리라도 있어 위안이구요.
해를 대고 찍은 '촉'이 반가워서 '통과' 시켰어요.
랜드스케이프,
요 사진을 올해의 사진동아리 으뜸작으로 인정합니다.
짝짝짝..
초라한 듯 조용한 듯 허름한 듯 서러운 시골학교 전경 가운데
이 학교에서 가장 예쁜 날의 순간을 잘 포착하였습니다.
저 하늘의 구름과 앞 왼편의 나무그림자,
적당히 분할된 운동장 공간을 연결하여
평화로우면서 힘 있고 구름 같은 흥과 생기가
곳곳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네요.
요기까지... 캄사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