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열리는 땅
신 동 엽
하루 해
너의 손목 싸쥐면
고드름은 運河 못 미쳐
녹아 버리고
풀밭
부러진 허리 껴건지다 보면
밑둥 긴 폭포처럼
歷史는 철 철 흘러가 버린다.
피 따순 쭉지 잡고
너의 눈동자 嶺 넘으면
휴전지구는
바심하기 좋은 이슬 젖은 안 마당.
고동치는 젖가슴 뿌리 세우고
치솟는 산림 거니노라면
硝煙 걷힌 밭두덕 가
새벽 열려라.
[해설]
시인이란 존재는 왜 필요한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아도 좋을 존재는 아닐까. 플라톤이 자기의 이상국에서 시인을 추방했다. 그 까닭에 대해서 여기에 이러쿵 저러쿵 할 처지는 못 된다. 오늘 시인들은 개인주의에 강하고 현실에서 이탈해 망상이나 허구를 노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발을 땅에 딛고 있는 게 아니라 초현실의 공간을 떠다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시가 어렵고 감동도 흐려졌다. 그러나 신동엽의 시 정신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한 시인이라 하겠다. 조국이 처하고 있는 <허리 부러진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우리의 역사는 그랬다. 아직도 비무장지대는 초연이 걷힌 밭두덕으로 남아있는데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시인들은 엉뚱한 환상에 젖어 불륜의 시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신동엽의 이 시를 대하면서 역사와 민족의 이름을 새삼 입에 뇌어보게 되었다. 부끄럽다.
[출처] 새로 열리는 땅|작성자 솔봉 시인
[작가소개]
신동엽 : 시인
출생 : 1930. 8. 18. 충청남도 부여
사망 : 1969. 4. 7.
가족 : 아들 신좌섭
데뷔 :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작품 : 도서, 기타
충청남도 부여(扶餘)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건국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고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가
당선되어 데뷔하였다. 이후 1961년부터 명성여고 야간부 교사로 재직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허구성을 비판하는 시를 짓기 시작한다.
그 후 아사녀(阿斯女)의 사랑을 그린 장시 《아사녀》, 동학농민운동을
주제로 한 서사시 《금강(錦江)》 등 강렬한 민중의 저항의식을 시화(詩化)하였으며,
시론(詩論)과 시극(詩劇) 운동에도 참여하였다. 시론으로는 《시인정신론(詩人精神論)》
등이 있고,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은 시극동인회에 의해 상연되었다.
특히 4·19혁명의 정신을 되새기며, 인간 본연의 삶을 찾기를 희망한
시 <껍데기는 가라>를 《52인 시집》(1967)에 간행하며 그의 시적 저항정신은
더욱 확고해졌다. 1969년 4월 간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약 20여 편의 시를
발표했으며, 사후 유작을 모아 간행된 《신동엽전집》(1975)이 있다.
주요작품으로 《삼월(三月)》 《발》 《껍데기는 가라》 《주린 땅의 지도원리(指導原理)》
《4월은 갈아 엎는 달》 《우리가 본 하늘》 등이 있고, 유작(遺作)으로
통일의 염원을 기원하는 《술을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이 있다.
첫댓글 새로운 땅에서
깊이 뿌리 박고
살고 싶어라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은 참으로 여러가지 행사가 있는 좋은 날입니다.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을 잘 마무리 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