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가 학술발표회를 열어 한국 천주교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의 관계를 되짚었다.
11월 1일 충남 공주에 있는 수녀회 총원에서 ‘성 안투안 다블뤼, 조선교회 봉헌과 성모성심회 설립’을 주제로 열린 이번 발표회에서는 ‘성모성심회’를 집중해 다뤘다. 성모성심회는 1836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어진 신심단체로 성모를 공경하고 죄인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 안투안 다블뤼는 103위 성인 중 한 명인 안 안토니오 주교다.
조선에서는 1846년 11월 2일 당시 제3대 조선교구장이던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제5대 교구장 주교)가 발표회 장소인 ‘수리치골’의 오두막집에서 몇몇 신자를 모아 성모성심회를 만들었다. 이는 두 사제가 성모성심회 창설자인 샤를 데주네트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된다.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9세기 후반 이래 성모성심회 또는 성모회가 꾸준히 발전했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에는 소규모 단체로 유지하고 있다.
성모성심회가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지만, 수녀회가 ‘성모성심’을 따르고 있으며 수녀회 총원도 수리치골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 | | ▲ 충남 공주의 수리치골 성지.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총원이 이곳에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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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발표회 개회사에서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총원장)는 수녀회 설립자 정행만 신부가 공주 수리치골의 교회사적 가치를 일찍 간파하고 부근의 전답을 사들여 성지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30년 전인 1986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수녀는 ‘성모성심’을 삶 전반의 모델로 삼고 생활하는 수녀회로서, 수녀회 영성의 기초가 되는 성모성심에 대한 신심의 기원과 영향을 학술적 관점에서 살피는 것이 발표회의 동기였지만, “성모성심은 단순히 저희 수녀회만의 주보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주보이고 한국 역사 안에서 우리 민족과 시종일관 함께하신 분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인식은 현재 한국 교회가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의 가호 아래 있으면서, 그분께 의탁함으로써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 가야 함을 동시에 알려 준다”고 말했다.
발표회 종합토론 중에는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의 편지 중 “저희는 신심 단체를 세움으로써 관대하신 그분(성모)의 성심께 조선 교회를 봉헌하고자 하였습니다”라는 표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기조강연자로 참여한 김종수 보좌주교(대전교구 총대리)는 이번 발표회 주제에 “성 안투안 다블뤼”라는 ‘조선 교회 봉헌’의 주체가 들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의 조선 교회 봉헌의 의미는 “법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성모님을 주보성인으로 받들면 그분께 (교회를) 봉헌한다는 정서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보는 주보이고 봉헌은 봉헌이며, 일치될 때도 있지만 동일어는 아니”라고 말했다. 또 그는 ‘조선 교회 봉헌’에 대해 공식적, 법적인 것을 따지고 구분하는 것이 신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발표자 김정환 신부(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장)는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회헌에서는 ‘성모성심’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혜윤 수녀는 주교들과 여러 전문 신학자들의 자문을 받으며 보완 중에 있다며, “아름답고 교회 정신에 부합한 회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 | ▲ 11월 1일 ‘성 안투안 다블뤼, 조선교회 봉헌과 성모성심회 설립’ 학술발표회와 기념미사를 마친 뒤, 미리내 수도단체 수녀들이 대전교구 주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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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술발표회는 김종수 주교의 기조강연에 이어 전영준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 교수), 조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김정환 신부의 발표로 이어졌으며,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주례로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수녀들을 중심으로 300여 명 이상이 참여했다.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는 1984년 만들어진 교구설립 수도회다. 2015년 천주교 통계상 회원 수는 478명으로 규모가 큰 수녀회 중 하나다. 관상과 활동을 겸하는 수도회이며, 주로 사제들을 돕기 위한 본당사목과 시골 공소사목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설립자 정행만 신부가 만든 남자수도회로 미리내 천주성삼성직수도회가 있다.
<대전주보> 2015년 3월 22일자에 따르면, 이 수녀회는 원래 수원교구립 수녀회였지만, 지난 2012년 충남 공주 수리치골 성지로 총원을 옮기면서 대전교구립 수녀회로 이적했다.
미리내 수도단체들은 과거 정행만 신부가 지도했던 ‘황 데레사’의 사적계시 문제와 관련해 2000년대 중후반에 수원교구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갈등은 교황청의 중재로 2013년 수원교구와 미리내 수도단체들 간의 합의서가 발표되면서 화해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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