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룸메이트의 휴가기간. 덕분에 나는 밤마다 한, 두 편씩 비디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정글쥬스, 2009로스트메모리스, 울랄라시스터즈, 블레이드2 등이 최근 며칠간 본 목록이다. B급을 넘어서려는 의지 없이 B급 나름의 완성도에 안주해버린 정글쥬스나, 초중반의 지루함만 없었더라도 대작이 됬음직한 '2009...'나, 처음의 생뚱한 웃음 몇 번이 영화의 전부라 할만한, '울랄라...'나 "내가 왜 저걸 빌렸지?"라고 한탄(?)하게 만든 '블레이드2'나 모두 썩 마음에 차지 않은 영화들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있었단 말이지. '블랙호크다운'
실시간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법한 세밀한 전투신,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그 길고긴 전투신은 역시 천재의 손끝이 아니고서는 빚어질 수 없는 명작이었다. '라이언일병구하기'보다 덜 잔인했고, '메탈자켓'보다 덜 우울했으며, '신레드라인'보다 훨씬 스펙타클했다. '(헐리우드식) 명작'이라 엄지손가락을 추켜줄 밖에.
리들리스콧........'블레이드러너', '글레디에이터'.........
천재에게는 정녕 범작이 없는걸까? (우리의 천재 '임권택'에게서 범작과 졸작이 보여지는 것은 그의 다작 때문이라고 믿자, 아니면 원래 '천재'가 아니었을 테고)
나는 또 한 명의 헐리우드 천재를 알고 있다. 당근히 스필버그다. 나의 '리들리스콧가설'은 이미 '마이너리티리포트'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욕심으로 옮겨진다. 그런데, 아, 심각하군........'스튜디오지브리'의 진짜 천재 미야자키하야오가 또 저기 있었군! 원령공주부터 '행방불명' 조짐을 보이던 그 극순수의 감수성이 다시 부활했대지? 아, 토토로도 능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