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마바티 왕후는 구사다 장자의 양녀요, 구사다는 그 아버지의 친구였다. 원래 큰 부호였으나, 그 고을이 심한 기근으로 고통을 받을 때, 양친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구사다 장자에게 의탁하여 자라났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전왕 후궁에 들어가, 장자의 부처님을 신앙하는 인연으로 가만히 마음으로 부처님을 존중하게 되었다.
사마바티의 시녀 웃다라라는 꼽추가 있었다. 이 여인은 항상 왕후를 위하여 꽃 사오는 일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은 꽃집에 갔더니 주인의 말이
"오늘은 몹시 바빠서 꽃도 볼 수 없소. 부처님께 시봉해야 되겠으니, 당신도 좀 도와주오."
했다. 그 여인은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이 여인은 타고난 총명과 기억력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암기하고 돌아와, 사마바티 왕후에게 외워서 바쳤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불법에 귀의하였다.
마간디야는 이 사정을 알고 자주 왕에게 참소했다.
"사마바티는 구담에게 마음을 붙이고 있는데, 웃다라가 그 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가지가지 간사한 술책으로 왕에게 고자질했다. 왕은 매우 화를 내어 사마바티와 그 시녀를 불러 놓고, 독한 화살로 쏘려했다. 사마바티는 이 일의 내용을 살피고, 고요히 마음을 안돈한 뒤, 시녀 웃다라에게도 죽음의 준비를 하게 하여, 조용히 왕의 앞에 나아가 화살을 받게 했다. 왕은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왕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놀라워하는 왕의 얼굴에서는 기름 같은 땀이 흐르고 몸은 바람 앞에 갈대처럼 떨리며, 입으로는 거품을 내 불면서 죽어가는 소리로 사마바티의 보호를 청했다.
"화살을 밑으로 땅을 향하게 해 주오."
그제야 화살은 그의 손을 떠났다. 왕은 이상히 생각하고, 자기도 부처님의 법에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뒤로는 가끔 절에 나아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도 하고 또 비구들을 궁중에 초청하기도 했다.
5 부처님은 구사다 정사에서 여름 안거에 드셨다. 우기의 삼 개월 동안을 사마바티 왕후는 자유로이 절에 나가 공양을 드리고, 날마다 비구 한 사람씩 후궁에 초청하여 보시했다. 주로 아난이 그 공양에 응했다.
어느 날 빈두로 존자는 정사에서 자기의 깨달음을 고백했다.
"번뇌가 다하고 맑은 행을 성취하여 할 일을 다 했도다. 이 뒤로는 미몽 속의 나고 죽음은 없으리로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빈두로는 정념正念과 정定과 지혜의 세 가지 도로써 '번뇌가 다하고 맑은 행을 성취했다' 고 깨달음을 고백했다."
빈두로는 그 깨달음의 기쁨을 노래로 불렀다.
6 안거를 마칠 때에 사마바티 왕후는 오백 벌의 옷을 아난에게 공양했다. 아난은 이것을 승단의 여러 비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일을 들은 우전왕은 아난을 찾아보고
"대덕이여! 사문으로서 너무 많은 공양을 받는 것은 너무 욕심이 깊은 까닭이 아닌가. 그처럼 많은 옷을 어떻게 처치하오?"
"대왕이여! 그것은 옷이 해어진 비구들에게 나누어 주오."
"그 해어진 옷은 무엇에 쓰오?"
"해어진 옷은 좌상 덮개로 하오."
"낡은 좌상 덮개는 무엇에 쓰오?"
"베개 주머니로 쓰오."
"낡은 베개 주머니는 무엇에 쓰오?"
"자리깔개로 쓰오."
"낡은 자리깔개는 무엇에 쓰오?"
"발걸레로 쓰오."
"낡은 발걸레는 무엇에 쓰오?"
"걸레로 쓰오."
"낡은 걸레는 무엇에 쓰오?"
"대왕이여, 우리들은 해어진 걸레는 잘게 썰어 진흙에 섞어서 벽 바르는 데 쓰오."
"좋소! 부처님 제자는 물건을 잘 이용하는 방편이 있구려!"
왕은 이에 감복하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