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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3차 방정식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전쟁의 조기 종식이다. 그러나 그 정답을 도출하기까지 풀어나가야 과정은 3차 방정식, 혹은 그 이상인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11월) 28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의 '협상, 그리고 트럼프(당선자)는 누구를 보낼까'(Переговоры и кого на них пошлет Трамп)라는 코너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날 서로 정반대되는 협상 준비에 대한 성명을,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그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특사의 임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안드레이 에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전날(27일) 스웨덴 매체 다겐스 인드스트르(Dagens industr)와의 인터뷰에서 "키예프(키이우)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전으로 러시아군이 물러나는 조건에 대해 러시아와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이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두 번째 '평화 정상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사이트
그의 발언은 1991년 국경(구소련 붕괴 당시 국경, 2014년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도 취소/편집자)으로의 러시아 철군을 전제로 한 기존의 협상 태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스위스 제 1차 정상회의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평화 정상회의'에 집착하는 것은 협상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달라진 젤렌스키의 평화 구상?
이튿날(29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파격적인 평화 구상이 공개됐다. 그는 영국 스카이 TV와의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통제지역의 나토(NATO) 가입을 조건으로 러시아 점령지의 수복을 포기하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점령지역은 (나중에) 외교적 수단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KBS와 인터뷰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그의 발언을 '(러시아에게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려는 의지'(궁극적으로는 영토와 안보를 교환하는 종전안 수용/편집자)를 보였다고 평가했고, 인터뷰를 진행한 스카이뉴스의 이보르 버넷트 모스크바 특파원은 이를 푸틴 대통령의 심리적 승리로 보고, '행복한 사람은 푸틴 대통령'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29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부분적으로 전략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이 매체는 "전쟁이 시작된 뒤 점령 지역을 돌려받지 않고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그의 첫번째 진술로, 그간의 '젤렌스키식 평화 공식'을 포기해 언뜻 보면 개인적으로 항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충격적"이라면서 "그러나 그 시기를 감안해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그동안 '점령지의 반환 없이 최전선에서 휴전하자'는 제안들은 모두 '푸틴 대통령의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으로 시작된) '영토와 평화를 맞바꾸는' 평화안은 우크라이나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대해 왔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평화적인) 종전 전략의 급격한 변화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우크라이나 특사 발표 직후라는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27일 최전선에서의 휴전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거부를 중심으로 한 평화안을 지지하는 키스 켈로그 장군을 우크라이나 특별대사로 발탁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켈로그 우크라 특사 지명자/사진출처: nbcnewyork.com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에 나토 가입의 첫번째 단계인 공식 초청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되, 설사 이것이 거부되더라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카드'로 계속 갖겠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숨은 의도라고 이 매체는 풀이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를 특수 군사작전의 목표로 제시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고집할 경우, 군사 작전을 계속할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에 의해 전쟁이 끝나지 않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내주(12월 3, 4일)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초청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바램이 나토 회원국들의 분위기로 볼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안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르마크 실장이 제 1차 평화 정상회의 이후 지지부진했던 2차 회의를 새삼스럽게 들고 나오는 것도, 트럼프 미 당선자의 취임 전에 서방 진영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이 계획 역시 트럼프의 취임 전에 제2차 평화 정상회의가 성사(1차 회의 때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편집자)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희망사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 일관된 푸틴 대통령의 평화 정착 방안
푸틴 대통령은 지난 28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미 발표된 조건에 따라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기존 노선을 견지했다. 여기서 조건은 지난 6월 그가 발표한 평화 정착 방안이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와 자포로제,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고, 중립 국가를 선언하라는 게 핵심.
푸틴 대통령은 이 조건을 '협상(개시)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 평화(정착)를 위한 조건"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이 협상을 시작하지만, '최종 목표는 이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협상 과정에서 '밀당'과 '양보'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공식 임기가 끝난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법적으로 권력을 연장하고, 우크라이나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최고통수권자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직접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암시다(우크라이나 의회도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편집자). 그는 또 트럼프 당선자를 "지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으로 부르는 등 전쟁 종식 역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의 예르마크 실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잇단 평화구상 공개 발언은 트럼프 당선자가 트럼프 집권 1기에서 근무했던 80세 퇴역 장군 키스 켈로그를 우크라이나 사태를 조정할 '특사'로 발탁한(27일 발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가 강조해온 '전쟁의 조기 종식'을 주도할 실무 최고책임자가 된다.
◇켈로그는 어떤 인물?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 지명자/사진출처:위키피디아
트럼프 당선인은 "키스 (켈로그)는 나의 1기 행정부(2017~2021년) 때 고도로 민감한 국가안보 분야에서 근무하는 등 군과 업계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우리는 함께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켈로그 특사는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공식 명칭은 사막의 폭풍작전) 참전용사 출신의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맡았다. 트럼프의 퇴임후에는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장을 맡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고문으로서 외국 고위 당국자들에게 트럼프의 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역할을 해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그의 시각은 조기 협상및 종전 타결이다. 그는 대선 전인 지난 6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이른 시일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에는 미국의 지원 중단을,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원 전쟁 지원을 압박 카드로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켈로그는 우크라이나 특사 지명 보도가 나온 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면서 힘을 통한 평화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언론도 켈로그의 과거 경력및 발언에 주목했다. RBC 등 러시아 언론은 켈로그는 총 36년간 군목무를 한 뒤 이라크 주재 미국 과도정부에서 고위직을, 또 미국 IT 회사인 오라클에서 국토 안보 담당 수석 부사장을 역임하고, 미국의 정부의 주요 계약업체 중 하나인 CACI International에서 수석 부사장으로 일했다고 소개했다.
2017년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마이클 플린의 뒤를 이어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2023년 펜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결별한 뒤 트럼프 진영에 들어섰다.
◇ 켈로그 지명자의 우크라이나 평화안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예방 가능했던 위기"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힘을 싣고, 러-우크라 평화협상이 미국의 패배 신호이며, 푸틴 대통령과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2023년 2월에는 “이 전쟁에 우리의 참여를 결정한 리더십의 실수가 계속되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해 4월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가 낸 보고서에서 켈로그는 "전쟁을 끝내려면 미국은 평화협상을 이끌고 싸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후보는 세계 지도자로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명했으며, 공개 성명에서 그를 악마화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반대자들은 이를 비난했지만, 트럼프 후보의 대러 접근 방식은 냉전 시대 수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소련 지도자들과 교류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분쟁의 해결 방안으로는 "키예프가 강력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야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협상의 성공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무기한 중단하되,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확실한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켈로그의 보고서에는 '양국은 휴전하고 비무장지대가 도입됨과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는 부분적으로 해제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완전히 해제돼야 한다'는 대목도 들어 있다.
켈로그는 지난 6월, 프레드 플라이츠 트럼프 후보 고문과 함께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의 보고서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안을 트럼프 후보에게 제시했다. 이어 8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분쟁은 이미 군사적 승리로 끝날 수 없다고, 11월에는 러시아와의 문제는 정상들간의 개인적인 합의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그는 "무차별적인 제재나 군사력 투입과 같은 강력한 옵션이 항상 있지만, 이것이 첫 번째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l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겔로그가 거의 불가능한 임무에 직면했다"며 "부분적으로는 수용할 수 있지만, 전쟁을 끝내는 거래 조건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 우크라이나의 켈로그 지명자 평가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켈로그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과의 대화도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책 '다른 방법에 의한 전쟁'에서 "우리의 외교 정책 목표는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리는 러시아 및 중국과 평화롭게 우호적으로 살고 싶다. 두 나라와 심각한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을 열린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썼다. 동시에 그는 “미국을 위해 수익성 있는 거래를 체결할 수 없다면 우리는 신속하게 협상 테이블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도 그가 2024년 여름 트럼프 후보에게 제시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의 공동 작성자 중 한 명이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핵심은 전황을 기본으로 한 최전선에서의 휴전이며, 안보 보장을 포함한 포괄적인 평화 협정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주요 실수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워싱턴 타임스'지 기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실패라고 규정한 뒤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를 레이건과 케네디 전대통령에 비유하며너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말자. 그러나 협상을 두려워하지도 말자”는 케네디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켈로그는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러시아의 협상 거부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배가할 것이며, 러시아 에너지 판매에 관세를 부과하고, 그 자금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키예프와 모스크바에 각각 원조 중단및 삭감, 대(對)우크라 지원 확대와 에너지 관세 부과 카드로 압력을 가해 협상 타결을 이뤄내겠다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검토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방안에도 켈로그의 구상도 담겨 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켈로그 평화안에 대한 러-우크라의 반응
켈로그의 발탁에 대한 러-우크라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의 켈로그 발탁은 자신의 평화 구상(전쟁의 조기 종식)을 구체화할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취임까지는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았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미 공화당내에도 트럼프 당선자의 구상에 동의하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강경 노선을 지원하는 세력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이같은 강경 세력을 이끄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거리를 둘 것임을 분명히했다. 당초에는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폼페이오 전 장관과 가까운 인물이 우크라이나 특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켈로그 지명으로 물건너갔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트럼프 집권 2기 인사 구성에서 우크라이나가 느낀 실망감은 현 전황과 맞물려 절망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느낌이다.
스트라나.ua는 29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회기사 중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Каким будет конец войны?)란 코너에서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우리가 오늘날 전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수단과 도구를 갖고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며 "만약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은 나빠 보이지만 2022년 초에는 더 나빴다"며 "트럼프에게 기회를 보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모두, 먼저 거부하는 측이 지는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압력에 저항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모스크바의 태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크렘린이 미국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러시아와 미국 간의 대결도 새로운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쿨레바 전장관은 "트럼프가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푸틴에게 화를 내고 대러 보복 조치를, 또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강화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면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자답((自答)했다. 그는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자주 표명하고 분명히 그를 동등하게 여긴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일 러시아의 전현직 고위 인사 5명과 접촉한 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소식통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자포리자), 헤르손주 등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4개 지역의 정확한 분할 방안에 대해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2명의 관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코프(하르키우)와 남부 니콜라예프주에서 점령 중인 비교적 작은 영토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현재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80%, 자포로제와 헤르손주의 70% 이상, 하르코프의 3% 미만, 남부 니콜라예프주의 영토 일부를 점령 중이다. 이들은 또 가능한 종전 방식에는 2022년 3월 타결 직전까지 간 '이스탄불 평화협정'의 초안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내부 정치 게임
러-우크라 간 평화 타결이 쉽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권력 게임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쿨레바 전 우크라 외무장관/사진출처:페이스북
쿨레바 전 장관은 27일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 러시아군은 드네프르, 자포로제, 폴타바에 도착하고, 우크라이나에게는 가장 위함한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미국의 평화안에 순순히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명 즉시 젤렌스키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기 때문이라는 것.
스트라나.ua도 "전쟁 종식 방안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정치적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최근 여론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영토와 평화를 바꾸는 평화안에 대한 지지가 늘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절대로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더 타임스는 30일 사회감시센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으며, 대부분의 유권자들도 그의 차기 대선 출마를 원치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 서비스(American Political Service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사회감시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임에 대한 지지는 응답자의 16%에 불과했고, 약 60%가 그의 출마 포기를 희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선 출전을 강행하면, 1차 투표에서 27%의 지지를 얻은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현 주영 대사)에게 패배할 것으로 나타났다. 더 타임스는 “권력의 부패 스캔들과 전쟁 피로가 대통령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풀이했다.
영국의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앤드루 윌슨은 더 타임스에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우크라이나 차기 선거에 대한 논의가 더욱 치열해졌다"고 전제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의 불법적인 임기 연장을 비판하는 러시아측의 주장이 미 공화당 내에서 먹혀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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