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작품]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
최병규
키오스크의 날개는 원두를 날지 못합니다
로맨틱한 아침은 모카의 향을 주입하는 창
투사되는 향내와 사향묘의 배설마저 상쾌해서 말이죠
르왁으로 교신하는 기분입니다
그 밀수같은 향연의 이면을 염탐해 보았죠
우선, 담장에 유기된 PP 용기를 미적분합니다
그것은 카페인의 힘으로 걸었던 외래종
심장에 꽂힌 빨대가 즉각 반응을 했거든요
PP가 걷는 비등점은 골든 트라이앵글처럼
쾌락을 추구하는 자들의 은밀한 루트 같습니다
향수를 점령한 컵과 컵에 투영된 카페인의 승부처
빛나던 용기가 담장위에서 고독사한 사건입니다
자칫 빨대로 삼켜버린 기호품이라 할 뻔 했죠
원두, 그들만의 리그엔 예가체프*을 의심했어요
그것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블랜딩된 욕망
그런 질감은 높은 수온의 엘리노마저 방치했죠
대기의 역습이란 명분을 재고해 두었으므로
사막풍을 고심하던 원주민들 조차 라니냐를 무시했죠
카페를 걸어 들어간 자들이 훈장처럼 걸어둔
쓰디쓴 용기를 방기한 탓이죠
담장을 날아다닌 사향고양이가 스크린을 터치합니다
그것은 서툰 날갯짓
태평양 한복판, 마셜제도 외연으로 카페에서 발현된
PP의 회오리가 쓰나미처럼 몰아쳤다는
*예가체프 : 에티오피아의 원두
*제12회 평택〔생태시 문학상〕심사평
일상 깊숙이 유기된 PP의 나비효과
배두순(시인)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낯선 환경들을 잘도 견뎌내고 이겨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근과 끈기에 새삼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펜데믹을 거치고 경제불황의 늪에 빠져도 문학에의 열정과 시심은 줄어들지 않으니 그저 고맙고 경이로울 뿐이다. 예년의 두 배에 가까운 투고자들의 작품을 쌓아놓고 예심과 본심을 거쳐 좋은 생태시를 고르는 재미도 두 배였다. 12번째의 생태시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 생태환경을 걱정하고 그것을 시로 써서 공모전에 투고하는 것이 미래의 좋은 생태환경을 만들기에 모두 한마음 한뜻이어서 또 행복하고 고맙다. 응모자가 많으니 수준도 높아지고 소재도 다양해졌다. 정성들여 읽고 정성 들여 뽑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평택시의 후원으로 평택 문인협회가 주관하는 평택 생태시 공모전은 평택 문인협회 회원들은 응모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여 오로지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밝혀둔다. 지금까지도 그리하였으므로 응모자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생태시는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지키자는 도전정신에 한몫하고 있다. 생태시는 미래를 꿈꾸게 한다.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키자는 캠페인 정신의 본분이 있다. 본심에 오른 열다섯 작품을 돌려 읽고 토론하여 최종 두 명의 당선자를 냈다. 대상에 당선된 최병규의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와 우수상에 오른 유정남의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이다.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는 커피문화 등이 사용하고 버려지는 PP 용기와 빨대 등의 회오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현실을 직시하여 미적분 한다는, 낯선 비유로 무게 있는 재미를 선사해 준다.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은 표현으로 수준 높은 시작법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비효과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가 사용한 용어로 초기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복잡계의 특성을 이르는 말이다. 사소한 것들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은 무서운 현실이다. 최병규는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독특한 감각으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끌어올려 수준 높은 생태시를 완성하고 있다. 우수상에 당선된 유정남은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는 콘크리트 기둥을 앞세워 늙은 정원사가 나비 꿈을 꾸고 콘크리트 기둥마다 잎새들이 번성한다는 상상력으로 생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두 시인의 우수한 생태작품에 찬사를 보낸다. 이 밖에 ‘소금빌레’ ‘서대’ 두 편이 심사자들의 손에 오래 남아 있었다.
심사위원: 우대식. 성백원. 김복순. 배두순. 이해복. 최경순. 정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