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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궁화도 간이역에는 서지 않고 여자들은 KTX를 탄다.
나는 무궁화나 새마을의 안락한 의자, 더딘 시간이 좋더라.
낮과 밤
어제는 극과 극을 황해했다. 깨어나니 중간이었다.
낮은 발랄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어젯밤처럼 나는 실쭉해지는 것이었다.
피터팬
리듬에 몸을 맡기고픈 어린이날 전야.
잔다.
새나라에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깨우지마라.
깨는 순간, 백지로 태어날테니.
너희들은 기억에 없고
기억은 최초의 언어로 역사가 될테니
나는 그림자가 없다
개새끼
개새끼의 표준어는
강아지가 아니다
모차르트를 들으며 카프카를 읽는다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그녀가 만든 쿠키 한 조각과 시가를 씹는다.
테라스에서 나의 연인 에스메가 붉은 장미에 물을 준다.
오! 버터보다 치즈보다 부드러운 여인이여!
햇살과 바람이 커튼과 그녀의 치맛자락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저 멀리 수평선 넘어에는
저 멀리 아주 머얼리..........
내가 있다.
언어
언어를 가락처럼
뽑아내리
입이든 종이든
너와 나
그냥 네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었어
네게 난 존재하지 않는군
우리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살고 있구나
그렇다면 우리라는 것도 틀렸지
지옥같은 밤이야.
내 손은 더러워
온몸에 언어를 새겨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겨라
아파도 새겨라
돈이 없어도 새겨라
아니면 언어를 포기하라
나는 오늘도 새긴다
골통에 집어 넣기만 하면
언어가 되는 건 시간 문제란 말이야.
내 리듬은
시가 된단 말이야.
메모지를 버린지 오래됐지.
메모한 것들은 잊혀지기 마련이거든.
구상은 골통에서 끝난다.
손보다 젓가락이나 숟가락에 세균이 더 많다고 내가 말했더니,
다른 손은 몰라도 네 손에 세균이 더 많단다.
난 손으로 주서 먹는걸 조아하지.
오늘은 다깡 스님이 처음으로 개발한 단무지를 주서 먹는다.
만두는 어디 갔니?
삼일 전에 다 주서 먹었지.
내 노트북의 키보드를 보더니 어떤 놈이 정색을 했다. 드르브라.
인고의 흔적이다. 난 몸으로 쓴다.
내 소울을 사가라.
값은 머스탱 한대면 충분하다.
젖가텡.
순수
순수를 잃기 위해 순수를 더럽혀야만 하나
사랑은 어려워
2호선 지하철 안에서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는 여자를
잠깐 아주 사랑했다
힘들지 않는 짝사랑은 처음이다
청석골
초원 드넓은 곳에서
(산보다 바다보다 초원이 좋다)
우리는 매일 잔치를 한다.
(여자가 없으면 싸울 일이 없다)
소주와 삼겹살을 먹고
데낄라와 소금을 마시고
고래고기와 참치,
와인보다 맥주,
우리들의 보물창고에는
마르지 않는 코카콜라, 고기, 술!
낡은 쇼파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프리스타일을 하고
밥말리와 밥딜런
레게와 포크
비기와 투팍
이스트코스트 비트에 밤새 흐느적거리다가
낮이 되면 더티 사운드, 햇살에 몸을 녹인다.
우리는 지나간 영웅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헤밍웨이와
비틀즈, 시라소니, 이소룡, 체게바라, 떠벌이 알리,
징기즈칸, 임꺽정, 로빈후드, 피터팬과 삐삐 롱스타킹,
말론 브란도와 대부.
(마이클 잭슨을 뺄 뻔 했다)
음악은 끊기지 않는다.
네박자부터 엇박까지.
그곳에는 시간이 없다.
하루, 한달, 일년?
그런 건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나 계산하라지.
우리는 계산 따윈 안한다.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주고
적은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받고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강강술레를
우리는 세상 모든 악기로
음악을 만든다.
젓가락으로 노를 젓고
숟가락으로 별을 따고
밥그릇으로 철모를 만들어
불꽃놀이 한다.
고양이
창살 너머 햇살을 쬐는 도둑고양이를 본다.
너도 집이 있었겠지.
겨울
닭발 소주로
피와 뼈를 녹인다
소개팅
뭘 잘하세요?
운동, 댄스, 랩, 록, 글,
뭘 좋아하세요?
운동, 술, 영화, 책, 음악,
우와, 무슨 일 하세요?
진짜
진짜 같은 꿈에 시달렸다. 진짜일지도 모른다.
내 손으로 상어를 낚았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의 냄새
동생 침대에 누웠다.
동생 왈, 냄새 배긴다.
엄마 이불을 덮었다.
엄마 왈, 냄새 배긴다.
아빠 베개를 뱄다.
아빠 왈, 냄새 배긴다.
마술사
마술사가 말했다
마술은 속임이나
언어는 마술이다
첫댓글 "가을, 고양이, 소개팅 등등 잼있습니다. 물론 다른 것도 잼있고요. 그리고 시가 이 정도로 재미 있다면 전 이 집을 사 볼 거 같습니다. 난해함을 파헤치는 재미보다, 적당한 심오함과 고독 그리고 무엇보다 전 이런 죠크들이 섞여 있는게 더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