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훈의 돌과 이종구의 밭과 안성하의 담배꽁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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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훈의 돌과 이종구의 밭과 안성하의 담배꽁초그. 리. 다. Illusion / Disillusion, 서울시립미술관, 2006.5.24-7.16 스펙타클의 세상이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보는 것과 소비하는 것, 나아가 살아가는 것 자체를 동일시하는 세상이다. 이런 현상은 시각이미지를 생산해내는 기술의 혁명적인 진일보에서 출발했다. 사진으로부터 시작한 시각매체 혁명은 오늘날의 디지털과 영상, 그리고 웹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볼거리의 생산과 유통과 향유 과정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으며, 시각예술은 이러한 매채환경의 변화를 뉴미디어아트라는 개념 아래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렇듯 요동하는 격변 속에서 붓을 쥔 화가들은 무엇을 어떻게 그려왔는가. 이 전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서 몇 가지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극사실회화로 분류되는 일련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이번 전시는 70년대 이래 한국현대미술계가 형상회화를 중심으로 변모해온 몇 가지 풍경들을 제시하고 있다. 70년대 극사실 회화, 80년대의 민중미술, 90년대 이후의 형상회화 등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고영훈의 돌과 이종구의 밭과 안성하의 담배꽁초는 각 시대의 정황에 맡게 각각 다른 역할모델을 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역작은 아무래도 고영훈의 돌그림, <이것은 돌입니다 7594>인데 70년대 한국현대미술계의 백색의 폭압을 정면 돌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화면 한가운데 커다란 바위 하나를 그려넣은 이 작품은 풍경화나 인물화 아니면 미니멀한 추상회화가 주종을 이루던 당시 화단에 던져진 도발이 아닐 수 없었다. 조상현의 벽보그림은 80년 전후의 시대상을 증거하는 기록으로서의 회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김재홍과 이종구는 사실적인 회화 방법에 선명한 이슈를 가미한 경우다. 이들은 역사나 생태 등의 가치정향을 가지고 사실적인 회화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조형방법으로서의 사실주의를 태로로서의 사실주의로 전환했다.
90년대 이후의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선배세대들과는 좀 다른 취향들을 읽을 수 있는데,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내러티브를 극소화하고 대신에 화면 전체를 압도하는 거대한 사물의 이미지만을 전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작가들에게서는 이러한 사물의 이미지가 하나의 장식적인 차원으로까지 발달해 예술작품과 예술상품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서사의 빈곤을 야기한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현대인의 초상, 살점들, 과일과 숲, 입술들, 유리병, 담배꽁초나 사탕, 머리카락 등을 그린 이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대상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그 대상들로부터 이탈해있다. 이들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개인의 내면이나 사회의 시대정신, 예술가적 세계인식 등의 문제들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주체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기획자가 제시한 이 전시의 논점은 ‘이미지 과잉의 시대, 회화는 왜 형상을 고집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 가지 보태고 싶은 논점이 있다. 뉴미디어의 시대, 예술가는 왜 회화를 놓지 못하는가? ‘화가가 회화를 하는 건지’ 아니면 ‘회화가 화가를 존재하게 하는 것인지’ 그 자체가 헛갈리기 때문이다. 김준기(미술비평) 고영훈, 이것은 돌입니다 7594, 캔버스에 유채, 240*120cm, 1975 이종구, 대지-봄, 캔버스에 아크릴릭, 518*131cm, 1998 안성하, 담배, 캔버스에 유채, 162*130.3cm,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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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훈 근작전 고영훈 회화展
0421▶0514
고영훈_12월의 달항아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6×106cm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고영훈 홈페이지로 갑니다.
한국 극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 고영훈의 근작전 ● 이번 전시는 1998년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고영훈의 개인전이다. 고영훈(1952-)은 책 위에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떠있는 돌(stone)그림으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작가이다. 그의 신작들에서 주목할 점은 1970년대 이후 화면에 꾸준히 등장하던 돌이 사라지고, 그 대신 꽃과 도자기가 화면의 새로운 주제 오브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영훈_This is a Stone 7411_캔버스에 유채_190×400cm_1974
고영훈_stone henge_종이, 천에 아크릴채색_181×263cm_1989
고영훈_코트_캔버스에 유채_160×120cm_1974
돌에서 도자기로! ● 고영훈의 그림에서 돌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이다. 돌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의 작품은 그것이 마치 진짜 돌 같아 보이게 하는 강한 일루젼(illusion)의 효과를 내며 사진의 기술복제마저 연상시켰다. 그러나 화면 위의 돌은 환영의 극한점에서 실물의 재현이라는 점에 그치지 않고 묘한 환상성을 드러내는데, 마치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 떠있는 것처럼 부상한 자태는 너무 리얼한 순간 그 장면에 비현실성을 부여하면서 실재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의문과 없는 듯 하나 있는 세계가 있으리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고영훈_냄비속의 수련_종이에 아크릴채색_90×65cm_2003
고영훈_작약과나비_종이에 아크릴채색_93×198cm_2004
그가 이제는 한결 친숙한 소재인 꽃과 도자기를 그린다. 지난 98년 에서 잡다한 생활고품들인 많은 오브제속에 그의 기억과 내러티브를 함축시켜 물건들을 물건 이상의 어떤 것, 물신(fetish)으로 승화시켰던 그는 이번 신작에선 생명과 영혼이 살아있는 꽃넝쿨과 문화적 산물인 도자항아리(달항아리, 청화백자 등), 채색된 목동자를 그 대리물로 등장시킨다. 애니미즘(animism)이나 샤머니즘(shamanism)등 돌과는 다른 방식으로 실재하는 사물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번 근작들에서는 치밀한 재현으로 사물을 실재화하고 매우 사실적인 정점에서 오히려 탈실재화하는 고영훈 일루젼의 큰 맥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방향을 감지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는 고영훈의 근작들이 그림의 실제 대상이 되었던 도자기, 목동자와 함께 전시된다.
고영훈_용이 내리다-3_플라스터, 종이에 아크릴채색_250×165cm_2006
1970-90년대의 대표작들이 함께 전시 ● 이번 전시에는 근작 뿐 만 아니라, 학창시절에 그린 극사실회화와 초기의 돌 그림, 돌오브제 작품, 1991년 토탈미술상 수상작 등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고영훈의 시기별, 양식별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여 작업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고영훈_다시읽는 여인열전 中에서-장희빈
부대전시 : 조선일보 〈다시읽는 여인열전〉 삽화 시리즈
● 2002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다시읽는 여인열전〉의 삽화시리즈. 이 시리즈는 이덕일 역사평론가가 글을 쓰고 고영훈이 삽화를 그렸으며, 글 중심보다는 삽화 중심의 기사로 신선한 주목을 끌었다. 연재 후반기에는 사정상 흑백으로 교체되었으나, 강렬한 색채와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가 잘 조화를 이루어 당시 고영훈의 색다른 작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번 전시에 삽화 원화들은 오리지널 기사와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 가나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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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훈, 청화백자 용문대호
청화백자 운용문 호(靑華白磁雲龍文壺), 조선(朝鮮), 국립진주박물관
사진은 극사실주의 화가인 고영훈의 도자기 그림과 그리고 그 그림과 비슷한 실제 도자기 사진입니다.
고영훈은 징그러울 만큼 대상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화가입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극사실주의 화가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초기 시절 그는 우리 주위의 돌이나 암석을 극한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이것이 돌이다'라고 선언하는 듯 그렸습니다. 따라서 그의 돌그림은 충격적이고, 때로는 기이한 그림으로 받아 들여지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그림은 대상을 똑같이 묘사하지만, 그 그림 속에는 또 다른 환상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그는 말하기를 "제 그림을 보면 사진인 줄 알아요. 그러나 똑같이 그리는 게 목적은 아니죠. 하나의 사물에 온전히 나를 투영시켜 그 사물의 아름다움을 내 식대로 재창조하는 게 목표죠"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그림을 사물이 있는 그대로 그냥 세밀하게만 그린다면, 그 그림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의 말처럼 화가가 창조해내는 작품 속에 그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형태만 있을 뿐 속은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고영훈, 연꽃항아리
백자 동화 연화문 호(白磁銅畵蓮花文壺), 조선(朝鮮), 국립중앙박물관
이러한 고영훈이 우리 도자기를 그리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같이 보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김환기나 도상봉과 같은 여러 화가들이 도자기 그림을 그렸으나, 고영훈처럼 도자기를 정면승부하듯 극사실적으로 그려낸 예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이 도자기 그림 속에 과연 무엇을 담아내고 싶었을까요?
그리고 그가 그림으로 그린 도자기와 실제의 도자기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서로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요?
아쉽게도 그의 도자기 그림에서는 실제 도자기에서 느낄 수 있는 세월의 흔적과 옛날 도공의 손길을 완벽하게는 표현하지 못했를 뿐만 아니라, 오랜 도자기가 갖고 있는 세월의 깊고 그윽한 멋을 담아내는데도 조금은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만...
"우리 눈에 보이는 실제가 어쩌면 허구일지 모른다. '없는 듯 하나 있는 세계'를 그리고 싶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의 그림이 그가 목표하였던 바를 얼마만큼 성취하였는지는 선뜻 가늠하기 어려우나, 그를 우리 시대의 개성있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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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하, 무제, 캔버스에 유채, 116.7×72.2cm, 2005 |
안성하
안성하, 무제, 캔버스에 유채, 116.7×72.2cm, 2005
가나아트갤러리 특별기획 한일현대미술展_ POP pop POP (2005.06.24~2005.07.31)
자료 출처: http://neolook.net/ 가나아트센터 홈페이지: http://www.gana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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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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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오지리에서, 200×180㎝, 부대종이에 아크릴릭, 인쇄물, 1998 |
이종구 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농촌 현실을 꾸준히 그려온 이종구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쌀부대 그림으로 잘 알려진 농민화가 이종구는 지난 20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농촌을주제로 한국적 삶의 원형을 탐구해 온 작가이다.
하지만 이씨가 농민의 모습과 농촌의 풍경을 극사실적 혹은 낭만적으로 재현하는 일반적인 구상작가는아니다. 그는 비판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눔으로써, 그들에게 내재된 분노와 저항 그리고 희망을 표현하는 리얼리즘 작가다. 또한 그는 그러한 농민들의 내면을 좀더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쌀부대, 밥상, 농기구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재료를 작품에 과감히 도입하여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추구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처음 농민을 그린 1984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대표작을 총 망라한 일종의 ‘회고전’의 성격이 짙다. 그리고 그의 작업을 시기와 주제에 맞춰 ‘1984-1990년: 고향땅 오지리’, ‘1991-1994년: 고개 숙인 농민의 분노’, ‘1995-2000년: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2001-2005년: 우리 땅, 우리 겨레’ 등 총 네 개의 시기로 나누어 전시되었다. 더불어 그가 일간지 연재소설에 그린 삽화를 비롯하여 각종 사진, 편지, 도록 등 관련 자료도 함께 선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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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식량’(1996) | | |
첫댓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에고고~ 안성하, 이종구 님의 자료를 미처 찾지 못했슴다. 균형감이 맞지 않지만__ ^^* 죄송하무니이다~~~
그림 음악 감사합니다
고영훈 선배께는 죄송하나(저희 고등학교 선배십니다)...이번 도자기 그림, 꽃 그림들은 표현의 깊이감과 화면의 조형성이란 측면에서 기존의 돌 그림보다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아쉬운 마음입니다...
고로콤 말씸하시면 혼나심다! ㅎㅎㅎㅎ 고등학교 선배 님이시군요. 고영훈 님이~~!!! 와, 좋겠슴다. 든든한 선배 작가가 계셔서리...^^ 이 양반은 이 분야에 이제 한 획을 그으신 듯한디... 울 박창범 님도 차세대 주자로 약진하시리라 믿슴다. ㅎㅎ 근디... 저 역시 도자기 그림은 돌 그림보다 맴에 안들어요. 사진과 분간이 안된다?..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연륜의 흔적. 깊이. 뭐 그런 거까지 담을 수 있다면..... 넘 어렵겠지만서두__
저는.... 극사실회화를 보면 현대인들의 고독, 비애, 소외, 슬픔, 무력감... 더 나아가 삭막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왜 그런지 모르것슴다(인물을 주로 그리는 강형구 님의 그림에선 긴장감까지 덧붙여서__^^) 그래서 음악도 그 비슷한 느낌을 갖게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 를 올려 봤는디...... 뭔가 잃어버린 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