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 김미사
새벽공기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훑으며 지나가자 가로등 밑에서 오줌 싸던 늙은 개가 부르르 몸을 떤다 오늘의 신문은 사설(社說)이 사설(邪說) 되고 만평(萬坪)이 만평(漫評) 되려다 말았다 정치면은 진흙탕이라 뵈는 게 없고 경제면은 영혼까지 끌어다 산 가상화폐는 가상이 되고 어제 막을 내린 프로야구는 야구공 실밥처럼 터져 순위가 바뀌었다 오늘의 운세엔 운이 새고 사회면 부고란을 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게 된다 문화면 화려한 K팝 가수들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세상엔 미끄러진 뉴스들이 더 선명할 때가 있다
- 시집 『어떤 날을 되돌리면 그날이 와』 (시인동네, 2026) ------------------------------------
* 김미사 시인(본명 김미옥) 충남 서산 출생 2023년 《문예바다》등단 시집 『어떤 날을 되돌리면 그날이 와』 2026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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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은 고대로부터 있었습니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낙서나 방(榜)·대자보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사극을 보면, 이러한 방이 붙으면 조정이 발칵 뒤집힙니다. 절대 권력의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다는 것은 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행위이자 체제 자체를 뒤흔드는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불만의 표출이 과거보다는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민주’라는 명칭을 내걸면서도 정작 주민을 통제하는 국가들이 있듯, 언어가 지닌 기표와 실제 현실 사이에는 늘 격차가 존재합니다. 시인의 말처럼 ‘사설(社說)이 사설(邪說) 되고 만평(萬坪)이 만평(漫評) 되는’ 왜곡과 혼란이 자유라는 이름 아래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뵈는 게 없는 진흙탕 정치’나 ‘실밥 터진 야구공처럼 엉켜버린 이슈’들 속에서 진짜 본질을 가려내는 일은 온전히 대중의 몫이 되어 버린,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행위나 그 반대로 완벽히 통제한다는 것,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 흐르든 그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안전을 해치는 주체만 다를 뿐입니다.
저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한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안전’과 ‘행복’입니다. 보수나 진보,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를 넘어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데올로기는 신앙이 아니라 가치관에 불과합니다. 이 가치관의 내부를 살피면, 그 안에도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진보는 진보적인 방법으로 보수는 보수적인 방법으로 각 구성원의 안전과 행복을 살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중심축이 사람이 아니라 이념의 유지나 집단의 교리로 옮겨갈 때입니다. 이는 선후가 바뀌는 것입니다. 이렇듯 선후가 바뀔 때, 사람은 뒤로 가고 그 행위를 이끄는 수단, 규율이 우선순위가 됩니다. 이때, 사람들의 안전이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선순위가 바뀌게 됩니다. 이때 이데올로기가 유지되어야만, 사람들의 안전도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무서운 일도 발생하는데요.
여기에 권력자의 권력에 대한 의지가 더해질 때 상황은 더욱더 고약해집니다. 우선순위에 또 하나의 우선순위 하나가 더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어집니다. 속된 말로 사람이 가축보다 못한 처지로 내몰리며, ‘오늘의 운세에서 운이 새어 나가듯’ 개인의 평온한 일상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이러한 국가들, 누구는 ‘2026년에는 없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독재국가나 내전을 치르는 다수의 국가에는 흔하디흔한 일상입니다. 다만 오늘 우리가 보는 신문에만 다루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밤늦은 시간 후미진 길을 걸어도 안전합니다. 많은 해외 유투버가 자신의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증언합니다. 그렇다면, 이 안전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요. 우리 모두의 노력에 기인합니다. 이 안전이 결코 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보수와 진보, 종교 기타 등등의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꼭 지켜져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손 맞잡고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엄중한 약속입니다.
- 주영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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