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임원까지 지내고 퇴직한 A씨는 3년 전부터 세 자녀가 명절에 주는 용돈으로 한국쉘석유를 꾸준히 매수했다. 투자 원금은 총 1000만원 정도였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주가 상승으로 원금이 1.6배 가까이 불었다. 매년 5~7%에 이르는 배당도 꼬박꼬박 받아온 김씨는 올 4월에 들어올 80만원대 배당을 또 기다리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퇴생활자에게 배당주가 '효자주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적금 이자가 연 3%에 불과한 반면 고배당주의 시가배당률은 최대 8%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은행예금에 돈을 묻느니 차라리 배당주를 사겠다는 수요가 늘며, 연초부터 배당주가 소리 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용돈 주는 '효도株', 연초 이례적 강세=12월 결산법인의 배당락이 발생하는 12월 말부터 1분기는 통상 배당주 투자의 비수기로 간주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7일 4~6%대 배당락을 겪은 전통적인 고배당주가 이미 배당락을 회복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6포인트(1.8%) 하락하며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8일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진로발효 (13,000원 100 0.8%)의 시가배당률은 7.7%에 이른다. 진로발효의 주가는 지난해 말 배당락이 발생한 이래 7% 가량 오르며 이미 배당락을 회복했다. 지난해 7.1%의 고배당을 실시한
한국쉘석유 (255,000원 500 0.2%)도 상승세를 보이며 5%대 배당락을 회복했다.
5%대 배당을 실시하는 통신주
SK텔레콤 (179,500원 2000 -1.1%)과
KT (36,800원 1100 -2.9%)도 주가흐름이 견조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대비 17.7% 가량 주가가 올랐으며 KT도 3.6%가량 상승했다. 그밖에 전통적인 배당주인
율촌화학 (8,300원 20 -0.2%),
한솔제지 (10,050원 400 -3.8%) 등도 연초부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배당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며 5% 이상 고배당을 실시하는 종목이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배당주에 몰리며 이미 배당락을 회복한 종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배당주의 랠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저금리·저성장이 장기화된 일본의 경우 고배당주의 초과상승 랠리가 이미 나타난 바 있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국 증시에서 고배당주의 주가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해 이들은 저평가된 상태였다"며 "하지만 향후 펼쳐질 저금리·저성장 경기 구도에서는 고배당주의 초과 상승 가능성이 존재하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루한 배당주? '일석이조' 배당주=배당주는 보통 성장성은 높지 않으나 실적이 꾸준한 기업이 많아 '지루한 주식'이라는 평을 듣는다. 자본차익보다는 배당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주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에 일부 고배당주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고배당에 주가상승까지 '일석이조' 고수익을 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쉘석유는 지난 3년간 주가가 100% 상승했고, 3년전 3800원에 불과하던
맥쿼리인프라 (6,660원 20 0.3%)도 8일 종가기준 6600원까지 상승했다. 매년 7~8%대 배당을 실시해온
한국기업평가 (33,400원 350 1.1%)도 최근 3년래 1만6000원에서 3만3400원까지 오르며 투자자에게 대박을 안겼다.
배당주는 배당률이 높고, 시가총액이 크면서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 기준에 따라 아이엠투자증권이 분류한 고배당주로는 통신주를 비롯해
두산 (124,500원 500 0.4%),
현대산업 (22,900원 450 2.0%),
LIG손해보험 (24,800원 100 0.4%),
새론오토모티브 (5,560원 10 0.2%),
우리투자증권 (12,000원 100 0.8%),
현대해상 (32,500원 150 0.5%),
강원랜드 (32,850원 700 2.2%),
대덕전자 (10,100원 150 -1.5%),
휴켐스 (24,400원 0 0.0%)가 꼽혔다.
또 외국인 투자자가 대주주인 경우 고배당 성향이 강해,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높은 주식은 투자회수를 위해 현금배당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며 "순수하게 배당만 보고 종목을 고른다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을 고르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쉘석유의 경우 영국 정유기업인 로열더치쉘이 최대주주다. 한국기업평가의 대주주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Pitch)며, 지난해 27%에 이르는 '폭탄배당'을 실시해 유명해진 덕양산업의 최대주주는 미국 비스티온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