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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0
#1. 심이열 대감 집이 훤히 보이는 어느 사대부 지붕 위 / 밤
검은 의복 휘날리며 서 있는 일지매. 그의 매서운 눈에 횃불 밝혀진 영중추부사 심이열 사랑채 마당 내려다보이고
도포 입은 심이열(인조가 이원호를 죽일 당시의 도포와 느낌이 비슷한 도포) 서있고
그 앞에 둘러서있는 3인의 무사들(역시 당시 용제, 사천, 무이 느낌)
플래시 - 궤짝을 통해 내다보는 어린 겸이 눈에 비친. 13년 전. 이원호를 둘러싸고 있는 3인의 자객과 흰도포.
복장과 분위기가 13년 전 그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서늘한 눈빛의 용이.
시완e : 연찬날 심대감 댁에 깔리는 사병만 오십 명!
일지매 시선으로 담장 안팎에 쫙 줄 서 있는 사병들과 금부관원들.
시완e : 금부 관원들 서른 명!
카메라 담장 위로 이동하면 담장 위 촘촘히 박혀있는 뾰족한 쇠침들.
시완e : (자신만만) 지깟 게, 담장 아니라 하늘을 날아도 그 집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지.
#2. 심이열 집 솟을 대문 앞 / 낮
수레 위 생선궤짝. 사병, 허리에 찬 칼로 생선 궤짝 사이 쿡쿡 찔러보는 등 철저히 속까지 살피고.. 가보라고 하는 사병.
‘아니, 들어가 생선손질을 해야’‘가봐!’ 난감해하는 생선장수...
시완e : 연찬 기간 동안 외부인은 절대 출입금지야.
<점핑>
초헌 타고 오는 박정 대문 앞에서 내린다. 문 앞 막고 서 있는 사병.
박정 : 나 영동현감 박정일세.
심이열 : (뛰어 나와서) 박대감 오셨소이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박정 데리고 들어가는 심이열. 저만치 떨어져 그 상황 모두 지켜보는 용이.
시완e : 천우회 회원들조차 심대감이 직접 얼굴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지. 그 쥐새끼가 들어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어!
낭패스런 용이의 표정.
#3. 심덕 주막. 마당 / 낮
껄렁껄렁 들어오는 용이. 평상 위에 등 보이고 앉아 있는 사람과 마주보고 앉아 뭔가 하고 있는 봉순.
봉순 옆엔 동백기름, 생연지 등 화장종지 줄줄이 놓여있다.
용이 : 어이 반빗! 일 안하고 뭐해? 헌데 이 아줌씬..?
공갈 : (홱 돌아보는 얼굴에 곱게 화장하고 머리에 가채 얹은)
용이 : (화들짝) 아이고 아부지~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쇠돌e : 잉~?
용이 : (돌아보며) 아이고 아부지~
어느새 쇳대 나무판 목에 맨 채 서 있는 쇠돌.
쇠돌 : 왜 자꾸 불러싼다냐? (용이 흉내내며) 아놔~ 모냥 빠지게~~ (돌아서 공갈 보고 깜짝 놀라) 아이고 아부지~
공갈 : (음흉하게 씩-) 내 모냥은 어뗘?
용이 : (공갈과 쇠돌 보며) 더 빠질 모냥들도 없으시고만..
(봉순에게 눈 부라리며) 어~ 이 사기공갈단 심심해 죽겠지? 할 일 없어 이러고들 놀지?
봉순 : (용이 아래쪽 시선 주며) 션찮은 놈엔 노는 걸로 보이겠지.
(또 아래보며) 니 션찮은 돈 후딱 갚을라고 부업 준비하신다. 밥 때는~ 반빗!
공갈 : 딴 때는~ 수모! (자막 : 오늘날의 미용사)
용이 : 오호~ 두 탕을 뛰시겠다? 슬기로와~ 슬기로와~ 내 인질!
쇠돌 : (공갈에게서 여전히 눈 못 떼며) 그란디 봉순이 니가 요런 기술이 다 있어붓냐? 잉~
봉순 : (신난) 제가 또 돈 되는 일은 안 해 본 게 없는 몸이거든요!
용이 : (뒷짐 지고 공갈 자세히 들여다보며 끄덕끄덕 감상하며) 눈썹 하난 초승달처럼 곱네.
봉순 : (한껏 잘난 척. 목탄 들고 공갈 나머지 눈썹 그리며) 사람이 이 눈썹 하나만 바뀌어도 인상이 확 달라 뵈는 법이거든.
쇠돌 : 아따메, 입술이 앵두같네 잉. 이 삘건 건 머시냐?
봉순 : 아, 연지요?
쇠돌 : 이거시.. 파는 거시다냐?
용이 : (슬쩍 화장도구에서 목탄 집는 용이, 순간 헉- 놀라는)
심덕e : 봉순아~~ 첫 손님 개시다. 최별감댁 마님~~
봉순 : (신나서) 예이~
하며 공갈머리에 씌운 가채 확- 뜯듯이 잡아 빼는... 으아아아~ 비명 지르는 공갈.
그러나 눈 하나 깜짝 않고 아랑 곳 없이 화장도구 챙기는 봉순.
쇠돌 : (중얼거리듯) 아따 가시낭년.. 우악시럽네...너 행여 저런 거 한티 장개든단 소리허믄 내 기냥 남은 이빨을 확~
(돌아보는데 용이 없다)
#4. 뒤채 마굿간 앞 / 낮
뛰어와 미친 듯 품에서 노리개 찾는데.. 범벌톱은 사라지고 빨간 술만 있을 뿐... 용이 낭패스런 얼굴.
용이 : 어디서 빠졌지? (곰곰 생각하는 데)
플래시 - 대궐에서 인간사다리 타고 궁 담 넘는 용이.
용이, 혹시.. 하다 후다닥 뛰어 나가는.
#5. 별감 집 안채 / 낮
봉순 별감부인 뒤에 앉아 머리에 얹은 가채에 떨잠 꽂으며 마무리 중이다.
노리개 만지작거리는 별감부인. 앞에 의원부인 앉아있다.
별감부인 : (노리개 옷에 달아보며) 뭐 이런 걸 다..
의원부인 : (손사래) 아이, 약소하지요. 지난번에 빼내 주신 관노들 덕에 부족한 일손이 다 해결됐는걸요.
별감부인 : 뭬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더 필요함 얼마든지 부탁하게.
의원부인 : 예, 마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어나 나가는)
봉순 : (혹- 하는 눈빛) 마님. 관노요?
별감부인 : (경대 들여다보며 머리 모양 보는) 응. 약전 일꾼들이 하도 뺀질거린대서 내 관노 명단 빼내 착실한 놈으로 몇 보내줬지.
봉순 : 어디서 빼는데요?
별감부인 : 어디긴. 궐이지.
봉순 : 그걸 빼낼 수 있어요?
별감부인 : (거만) 얘야~ 우리 영감이 대전별감이잖니. 그깟 쯤이야~
봉순 : (별감 팔 붙들며) 마님, 마님~
#6. 심덕 주막 마굿간 / 낮
공갈 말똥 치우고 있는데 예의거만하게 걸어오는 봉순.
봉순 : (양 허리에 손 척- 허니 얹고) 청승! 청승~ 고만해! 짐 싸!
공갈 : 도망가게? 이 년아. 잡히면 궁둥짝에 장이 오십대다. 아부지 이 쒜끈하게 빠진 궁둥짝 하나 믿고 사는 거 모르냐?
봉순 : 으이그, (훑어보듯) 바람 푸욱~ 빠져가지고... 궁둥이가 쳐지다 못해 종아리에 걸쳤네, 걸쳐. 이 봉순이만 믿고 짐싸!
공갈 : (실눈 뜨며) 너 낚았지? 돈 많은 홀애비냐?
봉순 : 우씨. 우리가 왜 이리 찌지리~ 궁상이야. 다 그 관빈지 뭔지 찾아준다고 공갈 쳤다 요 모냥 요 꼴 된 거 아냐.
공갈 : 그르지~
봉순 : 허면, 그 관비만 찾아 줌 우리가 이러고 안 있어도 되지~
공갈 : 그르지~ 헌데?
봉순 : 별감마님이 찾아준댔다. 이젠 우린 자유의 몸이야...
(코 벌름 거리고 두 팔 쫙 벌리며) 음.. 이 자유의 냄~ (하다 순간 불쾌한 듯) 아이씨~ 말똥냄시.
공갈 : 우와~ 이년 간만에 이쁜 짓 하네.. 아이고 내 딸 봉순아. (껴안으려 하면)
봉순 : (쓱 피하며) 나 좀 나갔다 올게... 술통 좀 작작 거덜내.
공갈 : 또 어디 가? (하는데 벌써 봉순이 뛰어가는) 저 년 요새 맨날 어딜 가? (실눈 뜨며) 진짜 한 놈 낚았..나? 수상해. 수상해..
(말보며) 똥 좀 작작싸~ 이 대식이 같은 놈!
#7. 창경궁 홍화문 앞 / 낮
대궐 앞은 격쟁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봉순 사람들 붙잡고 얘기중이다.
봉순 : (범발톱 내보이며) 혹시 이거 찾으러 온 사람 없었수?
격쟁인들 고개 젓고...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서는 봉순 눈에 저만치서 사람들 일일이 붙잡고 묻는 용이 보인다.
놀라는 봉순.
용이 : 호랑이 발톱으로 만들어진 거구요...
격쟁인2 : 글쎄.. 못 봤다니까.
격쟁인1 : 어, 그 도깨비 얼굴 달린 거?
용이 : 예? 봤소?
봉순e : 혹시... 이거 찾아?
용이 : (고개 들면 봉순 손에 들려있는 범발톱 노리개) 이걸 니가 왜...
봉순 : (허 기막힌) ...니꺼야?
용이 : 에씨, 한참 찾았잖아. 내 놔! (확 뺏으려는데)
봉순 : (순간 주먹 꽉 쥐는 손 미세하게 떨리는..) 어...어떻게...이게 니꺼야.
용이 : 아놔, 어떻게 내꺼긴. 원래 내 꺼니까 내꺼지.
확 뺏어 품에 넣고 가면... 멍하니 용이 뒷모습 바라보는 봉순..
휙- 돌아보는 용이. 근데.. 생각할수록 열 받네. 하며 가는.
봉순, 여전히 멍한 표정...
플래시 - 2부. (#43) 절벽 앞 으앙 울음 터트리는 봉순.
봉순 : 무서워. 무섭단 말이야.
겸이 : 내가 있잖아. 내가 지켜줄 게. 절대 손 안 놓을거야..
봉순 : (넋 나간 듯 중얼거리는) 설마..아니겠지..아닐거야..
#8. 쇠돌의 초옥. 방안 / 낮
단이 손 꼭 잡고 끌듯 들어오는 쇠돌. 상기된 표정이다.
단이 : (마지못해 따라 들어오는) 왜요?
쇠돌 : 아따, 일로 뽀짝 앉어 보랑께. 내가 줄 게 있어 그랴.
단이 : (뭔가 싶어 앉는)
쇠돌 : (헤죽거리며 품에서 연지통 꺼내 내미는)
단이 : 뭐예요?
쇠돌 : 잉. 이것이 연지라는 것인디... 입술에 발르는 것이라드만 지름에다 묻혀서 문대믄.. 가만 지름, 지름이..
단이 : (뚜껑 열어보며) 어서 났어요. 이 귀한 걸.
쇠돌 : 어서나기는 돈 주고 샀... (급 흥분) 음마? 일편단이 시방 나 의심하는 거시여?
단이 : 돈 어디서 났어요?
쇠돌 : 음마마. 참말 의심하는 갑네. 그믄 내가 시방 도적질이라도 혔단 말이여 뭐여...
(왈칵 서러운) 나는 기냥 일편단이가 발르믄 이삘 것 같아서.. (핑 돌아앉는)
단이 : (뚜껑 닫고 등 돌린 쇠돌 보며) 알았어요. 잘 쓸게요.
쇠돌 : (다시 확 돌며 헤죽) 함 발라 바바. 잉? (두리번거리며) 지름, 지름, 지름.
단이 : (들고 일어나며) 나중에요. (나가는)
쇠돌 : (머쓱, 섭섭, 하지만 이내 헤죽 혼잣말) 겁나 이삘 것이여. (혼자 상상하듯 입 쭉 내밀며 눈 꿈뻑~) 오메, 부끄라..
(수줍은 듯 손으로 입 막으며 킥킥 대는)
#. 아주까리파 도장 / 낮
연장 닦고 앉아 있는 용이와 선배 당원들.
부하 : 넌 왜 여기 들어왔냐?
용이 : 예? 그게...
부하 : 니도 전설의 자객 소문 듣고 왔지? 나도 그랬다.
용이 : 전설의 자객이요?
부하 : 몰라? 우는 애도 울음 뚝 그친다는 전설의 살인귀.
용이 : 누군데요?
부하 : 이놈 몰라도 너무 모르네. 이 바닥에서 그 어르신들 모르면 청나라 첩자지. 그 분들이 바로 이 바닥 출신 아니냐.
(침 꼴깍) 전해오는 얘기로는.
- 인서트 갈대 무성한 벌판. 젊은 용재와 사천, 서로 등 기대고 살기어린 눈빛으로 주변 살피다가
동시에 검을 뽑고 멋지게 허공을 가른 뒤 검집에 넣는다. 두 사람 주변의 갈대 잘려있고 매복한 적들 바닥에 쓰러져 있다.
부하e : 검 집에서 칼을 살짝 들었다, 놓기만 해도... 사방의 적들이 피피픽~ 쓰러지고...
용이 : 에이, 뻥까시네~ 지어냈죠?
부하 : (벌떡 일어나며) 야, 너! 대가리 박어! 신삥 주제에.
용이 : 알았수알았어. 거, 승질은... 성님 흥분 좀 가라앉히고... 그럼 나도 그분들한테 무술 쪼까 배워야겠네.
부하 : 못 배워.
용이 : 왜요?
부하 : 한 분은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아 궁에 들어가셨고.
용이 : 다른 한 분은요?
부하 : 그게....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대...
용이 : 사라져요? 왜요?
부하 : 나야 모르지. (꿈꾸듯) 아마, 지금쯤 속세를 등지고 도인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공갈e : (비명) 아아아악~
#. 심덕네 주막 / 낮
공갈의 어깨 사정없이 꼬집고 있는 심덕. 비명 지르는 공갈의 입에 음식 가득하다.
심덕 : 그만 좀 쳐 묵어. 이 대식이 보다 더 쳐 먹는 인간아.
공갈, 중얼중얼 투덜투덜 내가 먹어봐야 대식이보다 먹어? 어쩌고..
그 와중에 술 들이키는 공갈. 심덕 뺏으려고 하고 계속 티격태격한다.
대식 : 너도 참.. 어쩌다 저런 아부지를 뒀냐?
봉순 : (고개 절레절레) 그땐 내가 너무 철이 없어서..
대식 : (뭔 말인가..?)
#. 변식 집 안채 / 밤
호들갑스럽게 감탄하며 화려한 보석류, 노리개 등 앞에 놓고 호들갑스레 감탄하는 사대부 부인들.
그 옆에 지루한 듯 앉아있는 은채.
사대부부인1 : 정말 이 귀한 물건들을 우리에게 선물하겠단 말인가?
변식처 : 두 분 마나님께 드리는데 뭔 들 아깝겠습니까?
사대부부인2 : (자기 품에 대보다) 어떤가? 어울리나? 뭐 이런 건 꽃다운 나이에나 어울리는 거지.. (은채 가슴팍에 대본다)
은채 : (지루한 표정 짓다 흠칫) 아닙니다. 마님께서 훨씬 잘 어울리십니다.
사대부부인1 : 하기야 이 나이 땐 노리개 따위 안 달아도 어여쁘지. 그러고 보니 은채도 벌써 혼처를 정할 나이가 지났네.
어디 정해 놓은 데는 있는가?
변식처 : 좋은 혼처 좀 알아봐 주십시오. 영감이 자꾸 객점을 짓는다니 어쩌니 하며 밖으로 빼돌려서
혼사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랍니다.
#9. 변식의 집 / 별채 앞 / 낮
외출복 차림의 은채, 중문으로 나오는 데 막 들어가려던 시완과 마주친다.
시완 : 기집애가 어딜 그리 쏘다녀? 또 공사장 가냐?
은채 : 예. 오라버니.
시완 : 당분간 집에 붙어 있어. 정치홍 그 새끼가 고모님 댁까지 찾아갔댄다.
은채 : 예? 거길 어찌 알고?
시완 : 그러게 말이다. 그 놈이 니 영견(자막:손수건)까지 뺏어 갔드냐?
영견을 흔들어대면서 너 내놓으라고 온갖 개지랄을 떨었단다.
은채 : 영견이요? (갑자기 얼굴에 화색 돌며 뛰어가는, 섬섬도 후다닥 따라 뛰어가는)
시완 : 은채야! 은채야! 저거저거 암튼 내 말은 개똥으로 알어.
(투덜거리며 가며) 에이씨! 이게 다 아부지 때문이야..맨날 신발짝으로 개 패듯 두드려 패니...씨~
#10. 이원호의 집 / 사랑채 마당 / 낮
걸어 들어오는 은채. 평상에 앉아 이미 꽃 떨어진 앙상한 매화나무 바라본다.
수상한 듯 은채 보며 옆에 앉는 섬섬.
섬섬 : (속사포처럼) 말씀해 보십시오. 저자서 만난 그 사내랑 아는 사이죠? 어쩐지 그날 첨보는 사이가 아니다 했습니다요...
대체 어찌 아는 사입니까?
은채 : (멍한 표정) 그때 난...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온 게 아닌 가 생각했었다.
섬섬 : 예? 그 아이라뇨? (은채 시선 따라 매화나무 보다 문득 생각난 듯) 죽었다던 첫사랑 도련님이요?
은채 : 꼭 다시 만나고 싶은데...그 사람... 여기.. 다시 찾아올까? (메마른 나무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11. 심이열 대감 집 솟을 대문 앞 / 밤
북적거리는 대문 앞. 초헌들 속속 도착하고, 대감들 맞이하느라 정신없는 심이열 대감.
명부집과 용모파기 확인하며 회원들 들여보내는 중에 김무영 끼여 있다. (너무 부각시키지 말 것)
심이열 : 이제 다 오셨다. 문 닫아라.
강철중 : (허겁지겁 뛰어오는) 좀 늦었습니다. 신입회원, 남원현령 강철중입니다.
심이열 : (용모파기 확인하면 얼굴이 똑같다) 듣던 대로 훤칠하네. 들어가시게나.
카메라시선(마치 문 밖에서 용이가 보는 듯한 느낌으로) 심이열의 집 대문 낑- 굳게 닫히고 그 앞 무장한 병사들 죽 막아서는.
#12. 영중추부사 심이열 집 마당 / 밤
음식 나르는 하인들 분주한 모습. 대감들 삼삼오오 모여 인사 나누고 있다.
주변사람들 눈치 살피며 구석쯤에 서 있는 서영수와 이경섭에게 다가오는 김익희.
서영수 : (낮고 은밀한) 어찌됐는가?
김익희 : 보냈습니다.
대답 마치고 돌아보며 누군가 노려보는 김익희. 김익희 시선 따라가면, 이민훈, 변식, 김류 등 얘기 나누며 서 있는 모습.
이민훈(형판) : 하마터면 조정에 회오리바람이 불 뻔 했습니다.
변식 : (잔뜩 목에 힘주고) 그게 다 제 덕 아니겠습니까? 호판대감이 죄를 추궁당하면...
줄줄이 엮이는 대감들 어디 한 두 분이겠습니까? 아마 조정이 발칵 뒤집혔을 겁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김류(영의정) : (듣기 싫다는 듯) 헌데.. 오늘은 못 보던 얼굴들이 좀 있네.
변식 : (방긋) 예 신입 회원들이 몇 들어왔답니다. 오늘 모임은 심부사 송별잔치 겸, 우리 천우회 신입회원들 환영연찬이라 합니다.
심이열e : 여기들 계셨습니까?
대감들 돌아보면, 영중추부사 심이열 서 있고 그 옆에 덩치 큰 대감(뚱뚱하고, 오른쪽 볼이 얽었고, 눈썹이 짙다) 옆에 있다.
심이열 : 신입 회원 김무영 부평현령입니다. 인사 올리게.
김무영 : (꾸벅 인사하고 고개 드는데)
#13. 대식의 공방 / 밤
사람 형상의 탈. 아이고 아부지~ 헉 놀래는 용이.
용이 : 아놔, 깜딱이야.. 사람 목 잘려 있는 줄 알았네.
대식 : (입에 떡 물고 오물오물 픽 웃으며) 넌 낫다. 공갈아젠 그거보고 오줌 지릴 뻔 했다드라.
용이 : (만지며, 신기한 듯) 진짜 감쪽같다. 어찌 이리 만드냐?
대식 : 으응.. 탈에다 돼지가죽을 붙이고, 그 위에 (직접 시범) 이리 풀에 섞은 한지를 붙이면 꼭~ 사람 얼굴 같다니까.
용이 : (눈 반짝, 호기심, 바짝 달라붙으며) 그게 붙어?
대식 : 어어. 아교풀로 붙임~
용이 : 아... (하며 아교풀 손가락으로 묻혀보는데)
대식 : (놀라 확 밀치며) 야야야.. 만지지마.. 클 나. 그거 살에 붙음 반시진(자막: 한 시간)만 지나도 살이랑 같이 녹아내린대 으~
용이 : 살이랑? (으 몸서리치며 사람 얼굴 같은 탈 내려다보는)
#14. 영중추부사 집 / 금두꺼비 놓여있는 방 / 밤
보석 치장한 화려한 금 두꺼비 놓여있고 그 앞에 서서 금 두꺼비 자랑하는 심이열.
둘러서서 부러운 듯 보고 있는 대감들.
심이열 : 청국 사신으로 갈 수 있게 힘 써 주신 김대감께 드릴 소소한 ..아주 소소한 성의랍니다.
김익희 : (한심한 표정)
김무영 : (역시 한심한 듯 바라보는)
#15. 흥견 작업장 / 밤
신기한 듯 바라보는 용이. 벽에 걸린 수많은 가죽들 중 돼지가죽 앞에 서 있다.
용이 : 이거 돼지가죽이지? (만져보며) 이야~ 꼭 사람 살 같다. (오버스레) 아차차, 밖에서 누가 성 찾든데...
흥견 : 그래? (일어서며) 누구지? (일어나 피전 쪽으로 나가는)
흥견 나가자마자 돼지가죽 걷어 쓱 품에 넣는 용이의 손.
#16. 심이열 대감 집 금두꺼비 놓여있는 방 앞 / 밤
쓰윽 품에서 나오는 손. 이때 (품은 타이트하게 누구 옷인지 모르게) 손에 들려있는 쇠꼬챙이.
쇠꼬챙이로 쇳대 따는 능숙한 손길.. 철컥~
#17. 심이열 대감 집. 금두꺼비 놓여있는 방 / 밤
검 집에서 검 꺼내는 손. 그러나 일반 검(문양 검 아니다)이다.
옆에 있는 금 두꺼비의 눈, 마치 그 검을 노려보고 있는 듯한..
#18. 심이열 대감 집. 후원 / 밤
정자에 앉아 술 주거니 받거니 흥겨운 천우회 회원들.
도적이야! 외침 소리. 당황하며 우왕좌왕하는 대감들.
변식 : 문 닫아! 문! 쥐 쉐~끼 한 마리 못 빠져 나가게!
일사천리로 대문 앞 우르르 막아서는 금부 관원들.
#19. 심이열 대감 집 방 안 / 밤
방문 확 열면, 황금 두꺼비 놓여있던 자리 위에 호방한 핏빛 매화 한 가지.
기막힌 듯 보는 심이열, 그 뒤에 변식, 시완, 강민학 등...
#20. 심이열 대감 집. 마당 / 밤
문 앞 막고 서 있는 금부관원들(시후도 있다) 웅성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
변식, 시완, 강민학, 심이열 등 걸어온다.
변식, 시완에게 눈짓하면 시완 앞으로 나간다.
시완 : (큰 소리로 당당하게) 아무도 이 문을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두꺼비를 훔친 자는 이 안에 있습니다.
허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금부 수사에 협조해 주시지요.
<점핑>
두 줄로 죽 늘어서 있는 사람들. 한쪽은 대감들이 데려온 종복들. 다른 한쪽 천우회 대감들. 대감들 표정 불쾌한 기색 역력하다.
시완은 대감 줄 몸수색중이고 강민학과 시후는 종복과 짐 수색중이다.
시완 줄에 선 김무영 대감, 유난히 눈썹이 진한... 김무영 대감, 몸수색 차례.
김무영, 오른쪽 볼에서 뭔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뭔가 뚝 떨어지자, 손으로 만져보다 당황하는 김무영 대감.
대식e : 그거 살에 붙음 반시진(한 시간)만 지나도 살이랑 같이 녹아내린대. 으~
시완 : (김무영 몸 간단히 수색하며) 무슨 땀을 그리 흘리십니까?
옆줄에서 종복들 짐 뒤지던 시후, 문득 김무영 대감 보는데. 한손으로 볼 가리고 있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몸수색 마치고 급히 나가려는 김무영 대감. 시후 시선 계속 김무영 대감 쫓는다.
김무영 대감, 막 대문 나가려는데.
시후e : 잠깐만요! 대감님!
순간 바짝 긴장하는 김무영, 쓰윽 돌아보는데 시후 서 있다.
김무영 대감을 향해 대문 쪽으로 다가오는 시후. 뒤에 시완, 강민학 등 왜 저래? 하는 표정.
당황한 빛 역력한 김무영. 볼에서 뭔가 액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21. 산속 (짧게) / 밤
이럇 이럇 흙먼지 일으키며 달리는 말발굽. 김익희의 부하다.
어느 순간 막아서는 무이와 무리들. 놀라 멈추는 김익희 부하, 공포어린 눈빛. 순간 말머리 돌려 전속력으로 달리는.
#22. 영중추부사 집 마당 / 밤
볼에서 뭔가 액체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고.. 당황스레 볼 받치고 있는 김무영 대감.
그 앞에 서는 시후. 이상하다는 듯 김무영 대감 얼굴에 바짝 자기 얼굴 갖다 대는..
뚝뚝 흘러내리는 아교풀... 아주 가까이 얼굴 마주하고 있는 김무영과 시후의 얼굴. (긴장감 팍팍-)
#23. 좁고 깊은 계곡 위 / 밤
쫓기는 말발굽.. 쫓는 말발굽들.
땀 뻘뻘 흘리며 힐끗힐끗 뒤돌아보며 달리는 김익희 부하의 긴장한 얼굴.
김익희e : 반드시 청에 가는 배에 타야 한다. 반드시!
어느새 김익희 부하 말 멈추면... 그 앞에 서는 검객들.
말에서 내리는 무이. 김익희 부하에게 다가가는.... 순간 김익희 부하, 긴장한 표정으로 검 확 꺼내든다.
무이와 김익희 부하의 두 세 합! 사내의 가슴을 확 긋는 무이의 검.
무이 김익희 부하에게 다가가면, 김익희부하 순식간에 품에서 가죽통 꺼내 계곡 아래로 던지는...
놀라는 무이. 김익희 부하 휙 긋고... 계곡 아래 내려다보면 아래 골짜기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깊은 계곡물.
무이 : (휙 뒤돌며 부하들을 향해) 찾아라!
#24. 영중추부사 심이열 집. 마당 / 밤
아주 가까이 얼굴 마주하고 있는 김무영과 시후의 얼굴, 두 사람의 눈빛..
그때 일지매다! 외치는 소리.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 휙- 돌리는 시후.
지붕에서 담장 밖 나뭇가지 줄에 팽팽히 연결된 줄에 매달려 있는 검은 복장의 일지매. (담장 부근에 매달려 있거나 서 있다)
일지매가 매달려 있는 쪽으로 일제히 뛰어가는 관원들. 일부 나장들과 사병들은 대문 열고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가고..
김무영, 옆에 놓인 종이 얼른 집어 뚝뚝 흐르는 액체(아교풀) 받치며 볼에 종이 댄 채, 열린 대문으로 뒤따라 뛰어나간다.
#25. 영중추부사집 심이열 대감 집. 대문 밖 / 밤
관원들, 일지매가 매달린 줄이 있는 담장 쪽으로 뛰어가고, 김무영은 그 반대편 담장 따라 급히 걸어가는데..
종이 밑으로 흐르는 아교풀... 발밑으로 뚝뚝 떨어진다.
#26. 영중추부사집 마당. 담장 앞 / 밤
일지매가 매달린 줄을 중심으로 담장 안팎을 포위하는 나장들. 위태위태하게 줄에 매달려 꼼짝 않고 있는 일지매.
(마치 나장들에게 포위돼 꼼짝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복면 벗겨지기 전까지는 실제 사람으로... )
변식 손짓하면 일제히 활을 겨누는 나장들.
변식 : (펄쩍펄쩍 뛰며) 이런 박쥐같은 쉐끼! 안내려와? 안내려와? 냉큼 내려와! 안 내려옴 화악~ 벌집을 만들어 놓을테니!
하지만 꼼짝 않고 줄에 매달려있는 일지매.
저, 저 저 놈의 시끼가~ 씩씩거리던 변식. 옆에 서 있는 시후에게 활과 화살 내주면 시후, 줄을 향해 화살 쏘는...
줄 툭 끊어지고 일지매 바닥에 떨어지면 우르르 몰려들어 포위하는 관원들. 검, 창, 봉등 겨누고 있다.
시완, 잽싸게 달려들어 제압하며 떨어진 일지매 얼굴 복면 확 벗기는.
#27. 영중추부사집 심이열 대감집 밖. 반대쪽 담장 뒤 / 밤
#26씬 받아 동시에 얼굴 전체를 확 뜯어내는 김무영. 용이다!
(아예 특수 분장으로 해주세요. sbs 프로그램 체인지처럼. 고무, 라텍스 대신 조선시대니, 돈피에 종이 찰흙 분장)
플레쉬 백- 영중추부사 심이열 집 인근. 초헌 타고 오는 김무영(용이변장과 흡사한)
나무 뒤에 숨어있다 쓱 나와 초헌 앞에 서는 하인복 차림의 용이.
용이 : 심대감님 댁 연찬에 오시는 거지요. 나리?
김무영 : 그러네만...
용이 : (명부집이라도 된 양...넘기는 척) 뉘신..?
김무영 : 부평현령 김무영이다.
용이 : 아, 예 여기있네. 나리 갑자기 연찬이 취소되어서...
김무영 : 취소?
<점핑>
오던 길로 돌아가는 김무영의 초헌. 보는 하인 차림의 용이.
용이 : (회심의 미소) 부평현령 김무영이라...
다시 현재. 변장한 돈피 뜯어진 용이.
얼굴 쓱 만지며 내려다보면, 뜯어 낸 돈피, 마치 사람피부 같은.. 거의 다 녹아서 구멍 나고 너덜너덜해진...
휴~ 안도의 한숨. 담장 밖 쪽 슬쩍 내다보는 용이.
담장 밖, 일지매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웅성웅성 소란스럽고.
#28. 영중추부사 집 담장 안 / 밤
황당하고 어이없이 보는 시완, 시후, 변식, 강민학. 의금부 관원들의 놀란 표정.
복면 벗겨진 정체는... 익살스런 탈 얼굴에 씌워놓은 볏짚 인형.
순간 뭔가 번뜩 떠오르는 시후. 주변 둘러보면, 구경하느라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때야 김무영 사라진 걸 알고 후다닥- 뛰어 나가는 시후.
#29. 영중추부사 집 담장 밖 / 밤
김무영 대감 찾는 시후. 그러나 김무영 대감 이미 사라지고 없다. 분한 표정.
#30. 계곡 아래 / 새벽
새벽 푸르스름한... 밤새 수색한 듯 여전히 횃불 든 채 계곡 인근 샅샅이 뒤지는..
혈서 담긴 가죽 통 찾는 자객들.
#31. 계곡 물 앞 / 새벽
계곡물 앞에 서 있는 무이. 달려오는 자객들.
자객 : 계곡 아래까지 이 잡 듯 샅샅이 뒤졌으나 없었습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듯 싶습니다.
무이 : (고개 끄덕이는)
#32. 계곡물 흐르는 바위 아래 / 아침
바위틈에 걸려있는 가죽통.
누군가 바위틈에 끼어있는 가죽통 빼 내는 손. (일반인 복장 - 후에 친명파 김민영 대감 손으로 넘어감)
#33. 일지매 아지트 / 아침
옷 벗으면 볏짚 등으로 뚱뚱하게 변장한 몸 드러나고..
배에 칭칭 감아 두른 천 풀면 몸 안에서 볏짚 쏟아지며 배에 두른 박 바가지 보인다.
그 속에서 보석장식 황금두꺼비 꺼내는 용이.
벗어 놓은 옷가지 챙기던 용이. 자신의 얼굴을 닦았던 종이 무심코 집어 펼쳐보다 멈칫!
용이 : 천우회? (갸웃) 천우...회...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표정에서...)
#34. 이원호의 집 안채 (과거 13년 전) / 낮
겸이 옷 입히는 한씨 부인. (#34와 #35의 겸이 옷은 같은 옷으로)
겸이 : (호기심 어린) 헌데 오늘 무슨 날입니까? 어머니?
한씨부인 : (그윽한 미소) 오늘 아버지 벗들 모임이 있으시단다.
겸이 : 벗이요? 집에 한 번도 손님 찾아온 적 없잖아요?
한씨부인 : 음...아주 각별한 모임이라... 아버지와는 아주 절친한 분들이시다. 허니 예를 갖춰 인사 올려야 한다. 알겠니? 겸아.
겸이 : 예. 어머니.
#35. 이원호의 집 사랑채 마당 (과거) / 낮
매화나무 등걸에 앉아있는 겸이.
연이e : 겸아!
겸이 : (고개 돌려 내려다보면)
연이 : 나 매화 한 장만 그려줘.
겸이 : (씩 웃고는 내려와) 종이가 없잖아.
연이 : 참, 종이. (두리번거리다 평상 아래 떨어져 있는 종이 집어 들며) 그냥 여기다 그려 줘.
겸이 : 알았어. 누이.
평상에 앉아 붓 먹통에 묻힌 후, 연이가 준 종이 위에 매화 한 가지 그리는 겸이.
쓱쓱~ 붓질 몇 번에 드러나는 매화가지. 그리는 손놀림이 재빠르다.
겸이 : 어때? (매화 그린 종이 보여 들어 주면)
연이 : 우와~ 진짜 잘 그린다. 어찌 그리 빨리 그리니?
겸이 : (들고 있는 종이 뒷면에 천우회 글씨... 천우회 회보다) 하늘 천... 벗 우... ? 하늘... 벗?
(아하. 알겠다는) 하늘을 두고 맹서한 벗?
카메라 시선 겸이 손에 들린 천우회 회보에서.
#36. 일지매 아지트 / 현재 / 아침
구깃구깃, 아교풀 쩍쩍 눌러 붙은 용이 손에 들린 천우회 회보로...
플래시 - 무릎 꿇고 앉아있는 이원호. 흰도포(인조)의 검 번쩍. 휙 베이는... 그 위로 심기원의 목소리.
심기원e : 자네 아버지는 살해됐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우리가 어떤 사인데... 그게 어떤 모임인데...
용이 : (순간 뭔가 머리 스치는... 중얼거리듯) 그래! 놈은 천우회 중에 있어!
#37. 흰도포의 밀실 / 낮
도포차림의 인조 앉아 있고, 부복하고 있는 변식. 그 앞에 서 있는 사천과 무이.
인조 : (인상 찌푸리며 곰곰 생각하는) 권두형이 사실을 알리려 했던 자가 원호의 아들이 아니라 김익희였단 말이지..
(고개 끄덕이며) 우리가 잘못 짚었구나...
변식 : 전하. 소인이 그 놈들을 당장 역모 죄로 엮겠습니다.
인조 : 둬라.
변식 : 에? 전하! 그 자들은 전하를 배신한 자들이옵니다.
인조 : 그렇다고 또 역모로 엮으면 의심하는 자가 나오질 않겠느냐. 이번 심기원 역모건도 대신들 사이에 말 들이 있다 들었다...
변식 : 하오나...
인조 : 그들은 지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질 않느냐...
변식 : 예. 전하 그저 청에서 기별이 오기만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이옵니다.
인조 : (묘한 미소) 아직은 때가 아냐...
변식 : 예? 예 전하. 제 말~이 그 말이고 제 뜻~이 그 뜻이옵니다.
#38. 철물전 앞 쇳대매장 / 낮
쇠돌, 신나서 쇳대 만들고 있고 그 앞에 실눈 뜨고 앉아있는 봉순.
쇠돌 : 아, 왜?
봉순 : (고개 절레절레) 안 닮았어~ 안 닮아.
쇠돌 : (눈 꿈뻑) 뭐시 뭐시가 안 닮아?
봉순 : (실눈 뜨고) 아제! 용이 친아들 아니죠?
쇠돌 : 뭐, 뭐시여? 용이랑 나랑은 판박이여 판박이. 얼핏 보믄 안 닮은 것 같제?
(얼굴 들이밀며) 찬찬히 뜯어봐봐. 똑 닮았어. 봐라. 봐. 이 서글서글한 눈매.
봉순 : (절레절레) 기럭지부터 달라. 솔직히 말해 봐요. 다 들은 얘기가 있으니까.
쇠돌 : (오버스런 손사래) 아녀아녀 내 시끼 맞당께. (하다가 갸웃) 그 사냥꾼 시끼가 너한테도 찾아왔디?
(두 팔 걷어 부치며) 그란디 이놈의 시끼를 기냥... 그때 확 묻어부렀어야 했는디...
봉순 : (점점 심증 굳어지는)
쇠돌 : (눈치 살피며) 아이고.. 밥 먹고 돌아서믄 배고픈 것도 용이랑 똑 닮았어. 집에 가 밥이나 묵고와야제.
(일어나 가며 봉순 힐끔힐끔 돌아보며 눈치 보는..)
#39. 심덕의 주막 앞 / 낮
단이, 바느질감 들고 지나가는데 주막에서 씩씩거리며 나오는 대식.
대식 : (잔뜩 열 받아) 아짐. 대체 연지가 뭐요. 먹는 거요?
단이 : 연지?
대식 : 예. 봉순이 년이 내가 지 연지 훔쳐갔다고 지랄을 떨잖소.
연진지 뭔지 그게 그리 맛난거요? 내 먹어보기나 했으면 덜이나 억울하지.
단이 : (순간 심각한)
#40. 쇠돌의 초옥. 방안 / 낮
밥상, 쇠돌 밥 먹으려고 막 숟가락 드는데.
단이 : (연지 내민다)
쇠돌 : 왜? 맘에 안든가?
단이 : 가는 길에 주막 들러 갖다 줘요.
쇠돌 : 왜? 이것을 주막에다 갖다 줘?
단이 : (보다) 아녀요 제가 갖다 줄게요.
쇠돌 : 뭐시여? 참말 나 의심하는 거여? 차돌이 그라고 보내고, 나 손 씻어잖여. 이녁도 알잖여. 나한테 어찌 근가.
내가 뭐시.. 내가 뭐시.. 난 뭐 속 창시도 없는 줄 안가? 그라고 맬갑시 사람 잡는 거 아녀. 어찌 그리 잔인혀.
(숟가락 놓고 눈물 훔치다 핑- 하니 나가 버리는)
단이 : (멍하니 보는.. 쇠돌 밥 그릇, 밥 그대로...)
#. 걱두네 작업장 앞 / 밤
달빛 휘영청~ 술 마시는 쇠돌과 걱두.
걱두 : 너도 참 어지간흐다. 시상에 너 같은 붕신도 없을 겨. 기양 자빠뜨려. 몸이 오면 마음도 오게 되어 있는 겨. 임마.
쇠돌 : (슬픈 눈빛) 안 올겨.. 핑생... 우리 일편단이 맴 속엔 여적 그 분이 살고 있는디 뭐..
걱두 : 그 분?
쇠돌 : 잉, 오늘, 지삿날이다. (술 들이키는)
#. 쇠돌의 초옥 뒤채 / 밤
제기에 밥 한 공기 놓여 있다. 그 앞에 향 피워 오르고.. 단이 절한다.
쓸쓸하게 보고 있는 쇠돌.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간다.
#. 세검정 / 밤
물 흐르고... 흰 도포, 문양 검 꺼내본다. 검 문양 비추고...
사천 : 그만 들어가시지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흰 도포 : 천아...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느냐..
사천 : (보는)
흰 포도 : (씁쓸한) 원호가 죽은 날이다.
사천 : ...
흰 도포 : 어찌 되었느냐?
사천 : 찾는 중이옵니다.
#41. 아주까리파 도장 앞 / 낮
용이 소매 주름 세우며, 입에는 지푸라기 씹는.. 건들건들 걸어오다 연장 챙겨 들고 나오는 희봉 무리와 마주친다.
용이 : 성 어디 가?
희봉 : 너 요새 그 도사시끼랑 딱 붙어 댕긴다고 소문이 자자하드라.
용이 : (달라붙으며) 에이, 성. (혀 짧은 소리로) 삐졌어? 질투해?
희봉 : (잠시 보다가) 너 따라 와. (앞장 서 가는)
용이 : 어디? 어디 가는데? 좋은데 가? (쪼르르 따라가는)
#42. 심덕 주막 마당 / 낮
봉순 화장품 주머니 챙기는 데... 연지 내미는 단이, 봉순 올려다보는.
봉순 : (눈 반짝) 나 주는 거요?
단이 : 잃어 버렸다며?
봉순 : (받아들고 살피며) 어머~ 색깔 쥑인다. 이거 어서 났어요? 엄청 비싼거네.
단이 : (당황하다) 니꺼 아니냐?
봉순 : 제 껀 찾았어요.
단이 : (봉순 손에 들린 연지통 휙 채서 가는)
봉순 : 뭐야 줬다뺐구! 에이씨. (큰소리로) 색깔 엄청 구리네~
단이 : (휙 쳐다보는)
봉순 : (완전 딴청~) 날씨가 꾸리~꾸리. (그러나 날씨 좋다)
#43. 대전 별감 집. 안채 / 낮
별감부인 머리에 동백기름 바르고 있는 봉순.
봉순 : (참빗으로 빗으며 마무리) 저.. 마님..
별감부인 : 응?
봉순 : 저... 지난번에 부탁드린 관비문서..
별감부인 : 아, 그거? 저기 화초장 윗 서랍에 있다.
봉순 : 에? (후다닥 가서 서랍 열고 문서 꺼내보는데)
별감부인 : (경대 들여다보며 머리 보는) 헌데 그 관비가 누구냐? 울 영감 말이 그 년이 사령 하나를 해하고 도망쳤다가
얼마 전에 처형 당했다든데...
봉순 : (그 말에 놀라는)
#44. 거지촌 인근 (과거 수막 죽었던 자리) / 낮
봉순 터벅터벅 걸어온다.
봉순e : 무서워. 무섭단 말이야.
겸이e : 내가 있잖아. 내가 지켜줄게. 절대 손 안 놓을거야..
수막 죽은 자리 즈음에 와서 서는 봉순. 쭈그리고 앉는다.
봉순 : 오라버니...
수막e : 가만, 너 쫓기는 구나?
#45. 13년 전 회상 / 낮
버려진 채소더미 속에 숨어있는 겸이.
겸이 : (다급하게 수막 손잡으며) 사, 살려줘!
수막 : 뭔 일 인진 모르겠지만, 너 같은 놈은 혼 좀 나야 돼.
겸이 : 이, 이거 줄게. (하며 품에서 범발톱 노리개 꺼내 준다)
#46. 거지촌 인근 수막 죽은 자리 / 낮
웅크리고 앉아있는 봉순.
봉순 : 오라버니... 찾았어...나 지켜 준... 내 손 꽉 잡아 준 그 오라버니가...살아 있었어.. 살아...
그때 저 쪽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놀라 돌아보는 봉순.
#47. 점 인근 거지촌 / 낮
임시로 만들어놓은 초라한 움집들.. 연장으로 때려 부수는 희봉 무리.
희봉 무리 붙잡고 늘어지는 빈민들... 이놈들아... 우린 어찌 살라고.. 악쓰며 매달리는 ...
용이 당황스러운 듯 뻘쭘하게 서 있다.
희봉 : 보이지? 저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
용이 : (무슨 말인가 보면)
희봉 : (몽둥이 내밀며) 자! 저 아이. 때려 봐.
용이 : (보면, 코 찔찔 아이 희봉부하 붙들고 울고 있는 놀라) 성!
희봉 : 우리 일이 이런 건지 몰랐냐? 못 하겠으면 때려 치고 나가!
용이, 잠시 희봉보다 희봉이 내 민 몽둥이 받아들고 아이 쪽으로 간다.
부하(삼득) : 성님. 아무리 우리가 막가는 놈이라지만 어린애를.
희봉 : 놔둬. 용이 저 놈 이 짓 관두게 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48. 점(여관) 공사장 / 낮
인부들(거렁뱅이) 객점 마무리 작업 중이다.
은채 : (바구니에 곱게 담긴 유과, 조란, 율란 등 든 상자 내밀고)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거지1 : 아휴.. 고맙습니다. 아씨. 복 받으실 거예요. 아씨 덕에 밥도 먹고 돈도 벌고.
은채 : 아닙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에 공사가 잘 끝나가고 있질 않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제 여기 들어와 사시게 해 드릴게요.
거지2 : (손사래 치며) 아이고... 아닙니다. 아씨.. 저희 같은 것들이 어찌 감히..
그때 엉엉 울면서 뛰어 들어오는 거지아이.
아이 : 아부지! 아부지! 우리 집 다 때려 부숴요! 나쁜 놈들이 엄니랑 할무니랑 막...
뭐? 거지들 놀라 아이 데리고 뛰어 나가면, 놀란 은채도 뒤따라 나간다.
아씨- 아씨- 부르며 뒤쫓는 섬섬.
#49. 거지촌 / 낮
움막들 때려 부수고 밥통그릇 발로 차는 희봉 패거리들. 악쓰며 달려드는 거지촌사람들.
몽둥이 들고 서 있는 용이.
어린아이가 삼득이 붙잡고 울자 삼득이, 아이 밀치고.. 우왕- 우는 아이.
아이가 용이 붙잡고 울자, 희봉 눈짓 한다. 순간 용이 몽둥이 쳐들고 어린아이 확 내리치는데...
그 순간 도착한 은채, 그 광경 보는. (용이 등 뒤로 보이는 시선)
동시에 도착해 그 광경 보는 봉순. (용이 마주보는 시선)
내리치는 용이, 으앙- 울음 터트리는 아이.
봉순 눈에 보이는 용이, 아이 앞에 댄 자신의 다리를 내리치는 모습.
은채 눈에는 실제 아이를 내리치는 것 같은 용이의 뒷모습만 보인다.
은채 : (버럭 소리 지르는) 네 이놈들! 당장 멈추지 못해?
일순 멈추는... 순간 정적 흐르고..
희봉 : (놀라는) 아, 아씨.
은채 : (뛰어와 용이가 내려친 아이 살피는) 괜찮니? 괜찮아?
놀란 아이 엉엉 울고, 은채 아이 살피지만 특별히 다친 데 없어 보이는.
은채 휙 돌아 째려보면 몽둥이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용이 보고 놀라는 은채. 놀라는...용이도 은채 보고...
은채 : 너... (충격 받은 듯)
용이 : ...
봉순, 뛰어와 용이, 은채 번갈아보며 왠지 심상치 않은 표정.
실망한 은채, 당황한 용이.. 서로 마주보는 눈빛.
은채 : (아이 다독이며) 괜찮아, 괜찮아..
아이 : (용이 가리키며 계속 우는) 어어어...
용이 : (목소리 죽이고) 내가 뭘. 야.. 우씨.. (주먹 드는 시늉)
은채 : (휙 돌아 용이 째려본다)
용이 : (무안한 듯 들어 올린 손으로 머리 쓸어 넘기는)
섬섬 : (귀에 대고) 아씨 그 때 그 놈 맞죠?
은채 : (충격 받은 듯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심한..
봉순 : (급 흥분) 뭐요? 아니, 아씨. 뭐가 한심해요.
용이 : (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하는 표정)
은채 : (봉순 무시하며 희봉 돌아보며) 뭐하는 놈들이더냐? (기가 막히다)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이런 금수만도 못한 놈들!
희봉 : 거 섭합니다요. 아씨, 금수라니요... 쇤네들은 뭐 이런 일 좋아서 하는 줄 아십니까?
대감마님께서 객점 물 흐린다고 주변에 더러운 것들은 싹 쓸어버리래는데 쇤네들인들 어떡합니까? 가서 따지시든가요.
은채 : 아버님이? (생각하다 희봉 돌아보며) 썩들 물러가거라!
희봉, 패거리들에게 가자! 눈짓하면 우르르 무뢰배들 가고.
용이 절뚝거리며 희봉무리 뒤따르고 봉순, 그런 용이 절룩거리는 다리 보며 들러붙어 부축하려는.
용이 : 저리 비켜 확 아놔 모냥 지대로 빠졌네...
투덜대며 가다 슬쩍 돌아보는 용이. 은채도 시선 느꼈는지 돌아본다.
두 사람 눈 마주치면 고개 확 돌려버리는 은채. 그 모습에 우울한 표정 짓는 용이.
그런 용이 서운한 듯 바라보는 봉순.
#50. 거지촌 인근 / 낮
봉순 손에 끌려오는 용이. 아놔 왜 이래.. 기집 년이 산삼을 쳐 먹었나.
봉순 딱 서더니 용이 확 자빠뜨리는...넘어지며 왜 이래 왜 이래 겁먹는 용이...
봉순 달려들어 용이 바지 휙 걷으면.. 퉁퉁 벌겋게 부어있는 종아리...
아씨- 속상한 듯 침 발라주는 봉순. 아 드러.. 드러 소리 지르는 용이.
희봉e : 애 패랬더니, 누가 니 다리 분지르래?
용이, 봉순 : (올려다보면 희봉 보고 서 있다)
희봉 : 그러게 무뢰배 짓은 아무나 하는 줄 아냐?
봉순 : (순간 벌떡 일어나 희봉 멱살 확 잡는) 이 시끼가! 니 다리도 이리 내! 내가 확 분질러 놀 테니까.
#51. 쇠돌 쇳대매장 / 낮
아~ 심덕 억지로 밥술 떠 넣으려고 하고 싫어라. 고개 내젓는 쇠돌.
쇠돌 : 아, 왜 이려? 이 여편네가.. 가 어여~ 장사나 혀.
심덕 : 으이그 알았어. 여편네한테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고.. 내 짠해서 그러지...
쇠돌 : 누, 누가 그랴.
심덕 : 아흐~ 귀여워... (쇠돌 엉덩이 툭툭 두드리며)
쇠돌 : 뭐시여? 놈의 궁뎅짝을. 화악~ 어여 가. 어여.
심덕 : 알았어 가께. 가.. 내가 낼은 장어로다 싸오께. (눈 찡긋) 싱싱한 놈으로다 한 마리 구해 놨어.
쇠돌 : 아, 자네나 묵어. 남의 남정네한테 뭔 놈의 장어여 장어는.. 오지마! ..절대 오지 마... 뭐... 장어만 보내든가..
심덕 : (눈 찡긋 하고 머리에 광주리 이고 엉덩이 흔들고 가는)
쇠돌 : 저, 저 궁뎅이. 아이고, 정신 싸나라. (미처 안 챙긴 은수저 보이고) 어? 어이, 숟가락..
(하는데 저쪽에서 단이 보따리 싸들고 온다. 놀라 아래로 후다닥 은수저 던지고 쌜쭉하니 돌아앉으며..) 멋허러 왔는가?
단이 : 점심도 안자시고 나갔잖아요. 주먹밥 좀 싸왔어요..
쇠돌 : 밥은 뭐, 확 굶어죽어불라글고만. 나 같은 놈 살아서 뭣혀.
단이 : 미안해요. 제가 오해를 좀... 장사는요?
쇠돌 : 잉. 잘되구만~~ 일지맨지 이지맨지 그 놈이 울 집 효자여 효자. (씩-웃으며) 이럴 땐 그 도적놈이 울 용이보다 낫당게.
단이 : (정색하며) 비교할 놈하고 비굘해요. 어따대고 도적놈하고.
쇠돌 : (순간 감동) 음마.. (눈물 감추려는 듯 꾸역꾸역 밥 넣으며) 우리 일편단이는 얼굴만 이쁜 것이 아니라 맴씨도 이쁘고
어째 이래 음식솜씨도 이뻐부까. 잉~
단이 : (무심한)
#52. 변식의 집 별채 인근 / 낮
두리번거리며 집 구경하는 용이.
용이 : (입 헤- 벌리며) 우와~ 내가 대궐도 가 봤는디 여긴 대궐보다 더 좋네..
시완 : (집 구경시켜주며) 그리고 여기는 별채.. 우리 누이가...
하는데 별채 중문에서 나오는 은채. 화난 듯.. 가는.
시완 : 은채야 어디 가니?
용이 : (돌아보면, 은채랑 눈이 마주치는)
은채 : 아버님께 좀...
시완 : 너 또 뭐 따지러 가지? 어이그~ 인사해라. 이쪽은 이 오라버니의 뼈까리, 용이다.
용이 : (팔 앞으로 척 내밀며 시완 쪽 향해) 뼈가 가리가 되도록!
은채 : (기막힌. 갈수록 한심하고 가관이다)
시완 : 이쪽은 내 누이, 은채다.
용이 : 아까도 뵀지요? 그러고 보니 우린 영~ 인연인가봐요. (능청스럽게) 운명인가? (휘익- 휘파람새 소리 내는)
은채 : (쌩 하니 가 버리는)
용이 : (큰소리로) 에이, 아씨 내외하시기는.. 부끄러우시구나.
섬섬 따라가며 뒤돌아보며 저, 저..미친 놈....입 삐죽대는.
용이 가는 은채 뒷모습 우울하게 바라보는.
시완 : 헌데 너 내 누일 언제 봤냐?
용이 : 에. 아, 뭐...오다가다.. (갑자기 아래춤 움켜쥐며) 아으~ 도련님 저...금시 뒷간에... (나오는 듯) 으~~
#53. 별채 / 은채의 방 / 낮
방문 열고 살금살금 들어오는 용이. 단아하고 소박하게 꾸며진 은채의 방...
여인의 방답지 않게 방에는 주로 서책들과 객점 관련 설계도 등이 벽 가득 붙어있다.
둘러보는 용이. 문득 벽에 걸려있는 장옷 발견한다. 찾았다! 싶은...
장옷에서 흑진주 꺼내 품에 넣고.. 막 나가려는데 탁자 위에 놓인 <천우회 명부집>
천우회라는 글씨에 눈 커지는 용이.
시완e : 우리 아버님도 천우회 회원이야.
후다닥 명부집 펼치는 용이, 빨간 줄로 그어진 심기원 이름 보인다. 사망이유 역모 자결이라 적혀 있다.
다음장 넘기면 권두형, 역시 빨간줄... 사망이유 역모 자결이라고 적혀있다.
용이, 후다닥 앞뒤로 넘기는데... 맨 앞장쯤에 이원호라는 이름 적혀있고 빨간 줄 그어져 있다. 사망이유 역모, 자결이라 적혀 있다.
부르르 떠는 용이의 손... 핏기 서리는 눈빛..
그 때 별채 문 쾅! 열리는. 놀라는 용이 돌아보면.
은채 : (사납게) 예서 뭐하는 게야.
용이 : (순간 명부집 확 덮으며) 그, 그게..
은채 : 썩 나가거라!
용이 : 그게.. (품에서 얼른 영견 꺼내) 이거 돌려 드리려고...
은채 : (보면 자신이 용이에게 주었던 바로 그 수놓인 영견이다. 확 뺏으며) 나가거라. 당장!
용이 : 아, 예... (쭈뼛거리며 나가면)
은채, 속상한 듯 영견 물끄러미 내려 보다가 천우회 명부와 다른 장부들 챙기는 데.
섬섬e : 아씨-아씨-
#54. 별채 마당 / 낮
은채 : (나오는) 왜 이리 호들갑이냐?
섬섬 : 떴대요. 떠.
은채 : 뜨다니?
섬섬 : 일지매요. 일지매가 또 떴답니다요.
은채 : (호기심 어린 눈빛) 정말?
섬섬 : 글쎄. 이번엔 변장을 했답니다. (호들갑) 눈앞에서 황금두꺼비를 들고 나갔는데.. 다들 감쪽같이 속았다질 않습니까??
게다가 볏짚인형에 복면까지 씌워서 일지매인 척 줄에 매달아 놨답니다.
은채 : (감탄하는) 정말 대단하구나. 보통 도적이 아닌 것 같아...
섬섬 : 맞습니다. 아씨. (목소리 낮춰) 이건 비밀인데요. 훔친 돈을요, 원래 주인들한테 다시 다 갖다 줬답니다.
은채 : 그래? 그럼 의적인 게야?
섬섬 : 그게 의적이지, 뭐 의적이 따로 있습니까요.
은채 : 그러게...
섬섬 : 그럼 일지매도 전우치처럼 도술 부리나? 암튼 멋지죠 아씨~ (도술 부리듯) 얍! 쥐! 토끼!
은채 : (빙긋 웃는)
귀퉁이에 숨어 엿 듣고 있는 용이. 순간 용이 눈빛 반짝이는..
#55. 변식의 집 일각 / 낮
용이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시후 발견한다. 눈빛 서늘해지는 용이.
용이 : (깐죽깐죽) 오우~ 나장나리. 여기서 또 뵙습니다. 퇴청하십니까요?
시후 : (놀라) 니가 이 집엔 웬 일이냐.
용이 : 아, 변도사님께서 놀러 오라셔서..
시후 : 뭐? (허 기막힌)
용이 : 아, 언제부터 집까지 드나들던 사이였냐구요? 뭐 쇤네가 워낙 사교성이 뛰어나서...
시후 : 한심한 놈!
용이 : (깐죽깐죽) 뭐가요? 아하~ 울 아부지 이빨 뽑은 분한테 들러붙어서요?
시후 : (경멸의 눈빛)
용이 : 뭐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울 아부지도 특별히 잘한 것도 없고..
시후 : (분한)
용이 : (순간 눈빛 서늘) 참, 나장나리, 지난번에 관노 발고 하셨다면서요?
시후 : (흠칫)
용이 : 도망친 관노를 발고했음 포상이 꽤 컸을텐데... (나장복 위아래로 훑어보며) 뭐 벼슬자리는 못 얻었나보죠?
시후 : (용이의 멱살을 확 잡는)
용이 : 아이고 도련님... 이 주뎅이가 또또또... (자기 입치며) 터진 주둥이라고.. 떼치, 떼치 (자기 입술 때리며)
시후 : (노려보는데..)
쇠돌e : 그랑께 날 봐서 무조건적으로다가 잘혀줘라이? 참말 짠흔 놈이여. 우리 용이..
시후 : (말자 싶어 멱살 확 풀고 가는)
용이 : (캑캑거리는 척 하다 가는 시후 뒷모습 무섭게 노려보는)
#56. 시완의 방 / 낮
시완 보석함에 줄줄이 걸려있는 귀걸이. 자랑이 한창이다.
시완 : (신났다) 이건 순금이고 이건... 비취옥... 이건...
용이 : 와~ 도사님, 엄청 멋쟁이시다. 쇤넨 여태 귀 밑에 그 까만 게 왕점인 줄 알았잖아요.
내 학당 댕길때부터 도사님 옷태가 장난 아니다 생각 했습죠. 요거요거 한번 달아 보실까요?
시완 : 그르까..? (좋아라 달면)
용이 : (눈치 살피는) 참, 아까 그 누이 분은 여장부신가 봐요. 소문 들으니까 직접 객점도 짓는다고....
시완 : 엉. 그거? 아버지가 은채 몫으로 떼 준거야.
용이 : (끄덕) 에~ 보통 아씨가 아니네.. 대감님께서 엄청 이뻐하시나봐요?
시완 : 이뻐하시다뿐이냐. 울 아버지 은채한테 기밀 장부란 장부는 죄 다 맡긴다.
용이 : 기밀 장부요?
시완 : (은밀하게) 거 있잖아.. 뇌물, 사대부 재산.. 사병규모..
용이 : 아... (눈 반짝~)
#. 기방 밖 / 밤
문 틈 사이로 기웃거리는 기생들. 한씨부인 지나가다 보면.
기생1 : 저런 모습은 또 살다 살다 첨보네... 얼음도령이 웬일이래?
기생2 : 그 일 땜에 그런 것 같지?
한씨부인 : (조심스레 끼어들며) 무슨 일인데요?
기생1 : 저 도령이 발고한 관비가 처형 당했잖수. 에휴. 집에선 얼자라고 개 취급도 못 받고. 쯧쯧.
한씨부인 : ...(알 것 같다..)
행수기생 : 뭐해? 이 년들아. 오늘 금부 어르신들 회동 있다 했지. 단장들 안 해?
기생들 쪼르르 달려가고... 한씨 부인, 문틈 사이로 술 마시고 있는 시후 보다 마루 끝에 걸터앉는다.
밤하늘 올려다보는 한씨부인.
한씨부인 : (눈물 흘리는) 겸아.. 연아.. 살아는... 있는 거지?
#. 심덕의 주막 봉놋방 / 밤
돈 자루 들고 고민하는 봉순. 그 옆에서 공갈 세상모르고 코 드릉 골며 자고 있다.
문득 자는 공갈 들여다보는 봉순의 따뜻한 눈빛.
봉순 : 아부지~ 왜 이렇게 팍 늙었어. 몸에 좋은 건 다 잡수는 분이.
공갈 : (잠꼬대) 관쉐음 보소 보소 보소..냠..냠...
봉순 : (공갈 보고 한숨) 울 아부지도 고생 그만해야 하는데...
#57. 대문 앞 / 밤
대기하고 있는 가마에 오르는 은채. 이윽고 가마꾼들 가마 들고 출발하고.. 섬섬이 등롱 밝혀 들고...
#58. 별채 안 / 밤
불 꺼진 별채. 휙- 담 넘어오는 일지매.
#59. 은채 방안 / 밤
방 뒤지는 일지매. 협탁 위 경대 들어보고 경대 서랍까지 뒤져보지만 어디에도 명부는 없다.
낭패인 듯 입술 잘근 깨무는 일지매.
#60. 변식의 집 사랑채 마당 / 밤
변식 잔뜩 열 받아 서 있고, 그 앞에 희봉 서 있다.
변식 : 대체 왜 그 더러운 것들한텐 자꾸 가는 거야! 그것들한테 가 봤자 이나 옮지...
(갑자기 몸 득득 긁으며) 어흐~ 가려, 가려. 말만해도 가렵네. 가 당장 데꾸와!
희봉 : 헌데 지난번에도 워낙 완강히 버티셔서...
변식 : (신발 벗어 후려치며) 이 눔의 시끼야. 업고라도 모셔 와.
희봉 : (우씨) 예. 마님. (가는데)
변식 : 야야야.. 너 우리 은채 손끝이라도 건들었다간 (주먹) 뒤!진!다!
#61. 변식의 집. 대문 앞 / 밤
희봉 투덜거리며 나온다. 안쪽에 대고 화악- 주먹질 시늉.
희봉 : 확 누가 똥씨끼아니랄까봐 지랄 똥 차고 앉았네.
용이e : 성!
희봉 : (돌아보면 용이 옷차림) 어? 용아.. 여긴 웬일이야?
용이 : 아, 나 도사님이랑 워낙~ 친하잖아. 근데 성은?
희봉 : 에이씨. 이 댁 아씨 땜에 이 짓도 못 해 먹겠다. (투덜대며) 손끝 하나 안대고 어떻게 업고 와..
똥시끼. 확 한번 봐 주고 때려 쳐?
용이 : (눈 반짝이며) 은채아씨?
#62. 거지촌 / 밤
거적때기 덮고 누워있는 병자들.. 빽빽 울고 있는 어린아이.
섬섬, 아기들 죽 먹이고 있고.. 병자들 간호하고 있는 은채. 가마꾼들은 바람막이 만들고 있다.
근처 나무 뒤에서 슥 나오는 일지매. 숨어서 보고 있는. 돌아보면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가마.
#63. 거지촌 앞 / 밤
조심스럽게 은채 끌고 오는 희봉. 버둥거리며 안 가려는 은채. 가마꾼과 섬섬이 어쩔 줄 모르고..
희봉 : 아 좀 가요 아씨. 이러심 쇤네만 곤란하다구요. 쫌 갑시다.
은채 : 놔라 이 놈! 당장 내 몸에서 손 떼지 못할까.
희봉 : 아, 쇤네도 입장이란 게 있잖습니까...
가마꾼에게 눈짓하며 강제로 은채 가마에 태우는 희봉.
#64. 좁은 길 / 밤
부감. 어둠 속 은채 탄 가마 오고 있는 모습 내려다보고 있는 카메라시선.
흘깃거리며 희봉 째려보는 섬섬.. 입 죽~ 나와 있고.. 가마 점점 가까워오는데..
팅- 돌멩이 하나 날아와 섬섬이 들고 있는 등롱불 꺼뜨리면.. 잠시 칠흙 같은 어둠..
뭐야~뭐야 얼른 불 켜.. 소란 이어지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덜커덩 가마꾼들 한 번 기우뚱...
금세 등롱불 켜는 희봉... 섬섬에게 넘겨주면.
섬섬 : 놀라셨죠? 아씨, 별 일 아니니 염려 놓으세요.
가마 다시 출발하는... 가는 가마 내려다보는 카메라시선.
#65. 나무 위 / 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일지매와 은채. 은채 입 막고 있던 손 푸는 일지매. (일지매 등 뒤로 줄 매어져있음)
공포에 질린 은채의 표정 비로소 돌아보면, 복면 쓴 일지매 눈웃음~
놀라는 은채의 표정. 눈웃음 짓는 일지매. 마주보는 얼굴에서 st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