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왁자그르르 떠들며 몰려나오던
아이들 다 어디로 갔을까?
적막이 세 들어 사는 동네
구름 면장이 나와 시찰 중이다
ㅡ최선자
쪽수필/오정순
사진이 없었다면 나는 직선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골목을 연상하며 유년의 향수에 젖을 것 같다. 사람과 골목길이 빚어내는 정서의 가닥은 도시나 시골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유년기에 살던 관사 골목은 ㄱ로 꺾여 들어가는 긴 골목이었다. 직급에 따라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안으로 들어갈수록 집 평수가 좁아진다. 내가 살 때는 이미 그러한 관사의 개념에서 벗어난 동네 구성원들이 살았지만 사진처럼 도랑이 있었다. 일요일이면 호랑이 반장님 이하 각 가정에서 한 명씩 나와 공동으로 골목청소를 하면서 동네 질서를 잡아갔다. 미리 한 새마을 운동 격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역사는 그렇게 이어졌을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골목이 천국이었다. 그래도 나는 나가지 못하고 나무 울타리의 관솔구멍으로 놀이현장을 스캔하며 부러워했다. 그때의 억압된 기억으로 나는 아직도 놀고 싶다. 손등이 트고 런닝셔츠가 늘어져도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신바람 나게 놀아도 부모의 통제 아래서 구경만 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러운 천국이었다.
놀이는 창조되고 진화한다. 재미를 위한 천재들이 인류의 몇 프로는 되는 듯 대장이 생기고 깎뚜기가 있다.
그립다 못해 찾아간 내 유년의 골목도 적막이 세 들어 살고 우리집은 주차장 되어 추억을 뭉갰다. 맞은 편 헐리고 새로 지은 카페 손님들의 발자국 소리만 다문다문 들리고 있었다.
첫댓글
골목에 대한 정서는
누구나 비슷할 것 같아요.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 골목이
언제까지고 그대로 있어주면 좋겠지만 그건 그저 바람일뿐
시류를 따라 변해갈 수 밖에 없으니 아쉽기만 합니다.
디카시와 쪽수필을 읽으며
아득한 기억 속
유년의 골목을 거닐어 봅니다.^^
다시는 오지 않네요
골목을 지나 개울로 공원으로 갔던 기억이 좋아서
한강과 공원을 끼고 삽니다
나이만큼 확장되어 느낌이 기억에 가 닿기 좋습니다
부엌창 앞으로 난 골목은 항상 비어 있어요
최선자, 오정순 선생님
두 분의 시와 느낌을 읽으며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어 봅니다.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골목 사람들
그 정이 그리워집니다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고층 아파트의 골목은 위로 났어요
엘리베이터에서 교감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