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Beetles for Breakfast (2022년)
출판사 책소개
고기 대신 딱정벌레 샌드위치를? 똥과 지하철의 열기로 난방을? 당분과 세균으로 전기를 만든다고요?
『아침으로 곤충을』은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기발한 방법을 담은 책이다. 엉뚱하고도 놀라운 상상력으로 만든 첨단 과학 발명품들로 가득한 머지않은 미래를 풍부한 색감, 발랄하고 매력 넘치는 그림으로 그렸다. 바퀴벌레 우유와 인조 고기 샌드위치를 먹고, 음식쓰레기와 똥과 오줌을 열에너지로 재활용하며, 파인애플 껍질과 콤부차 찌꺼기로 만든 신발과 옷을 입는다. 물고기 똥을 비료로 쓰고 세균과 당분으로 전기를 만들고, 지구 절반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정하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일상이 된 미래를 보다 보면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도전에 감탄하고, 나아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결심하게 될 것이다.
『서른 살에 스페인』을 쓰고 그린 최지수 작가가 펼쳐 낸 미래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아름다워서 즐거움과 희망을 느끼게 해 준다. 과학 작가이자 방송 제작자인 저자 매들린 핀레이는 몇 해 전부터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때로는 하수처리장과 농장, 바닷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행해 온 연구들과 그 결과인 기발한 발명품들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들려준다.
『아침으로 곤충을』에는 이런 발명품들이 실용화된 가까운 미래, 지속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 아침 식탁에서 화장실, 학교, 공원과 도시, 농촌과 바다를 거쳐 다시 집으로 오는 일상의 흐름대로 펼쳐진다. 미래의 아침 식탁에는 곤충 샌드위치와 바퀴벌레 우유, 반려견을 위한 애벌레 사료가 놓인다. 이 음식들은 태양열 오븐으로 만들고, 음식 찌꺼기와 똥, 오줌, 등은 모두 효율적으로 재활용된다. 페이지를 넘기면, 앞에서 보았던 것들에 숨겨진 놀라운 기술과 그 원리를 설명하는 친절한 글이 생생한 그림과 함께 나온다. 다시 한번 페이지를 넘기면 이번에는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를 더욱 깊이 설명하는 과학 원리와 정보들이 이어진다.
얼핏 미간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 이러한 소재들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건 최지수 화가의 노력 덕분이다. ‘똥기저귀 지붕’이나 ‘개똥 가로등’ 같은 낯선 발명품들도 눈앞에서 본 듯 생생하다. 미래 도시의 구조와 인조 고기를 만드는 기계, 흰개미의 건물과 우주 정거장 등 모든 페이지에 걸쳐 펼쳐지는 그림들은 정확하면서도 아름답고 상상력 넘치며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발명품들은 배양육과 대전시의 태양 전지판이 있는 자전거 도로, 이영아 교수의 콤부차 가죽 연구 등 지금 진행 중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과학 만능주의자는 아니다. 아래 맺음말처럼 우리 모두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 기후 변화라는 퍼즐을 푸는 열쇠예요. 정말 멋진 건, 여러분이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일을 바로 지금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어떤 행동도 하찮지 않아요. 언젠가는 여러분이 밝고 멋진 미래로 향한 길을 여는 발명가, 환경 보호 활동가, 공학자, 농부, 건축가가 될 거예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먹거리로 하루를 시작해요
과학자들은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최소 2도에서 5도까지 올라갈 거라고 예측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낭비하는 삶의 방식을 계속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자원과 에너지가 사라지리란 것도 분명하다. 그러면 이 불행을 피할 수 있는 미래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 『아침으로 곤충을』의 저자는 “큰 문제에는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연구실뿐 아니라 농장과 하수처리장, 바닷가 등을 누비고 있는 과학자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발명품들이 실용화된 미래로 우리를 이끈다.
미래 식탁에서 먹게 될 음식들을 예로 살펴보자. 바퀴벌레, 딱정벌레, 귀뚜라미, 애벌레 같은 곤충류는 단백질, 철분, 칼슘이 풍부한 영양가 넘치는 에너지원으로 고기를 대체할 좋은 식재료이다. 곤충 농장을 세워 곤충을 키우면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땅도 적게 차지하고,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또 곤충 애벌레는 사람과 가축이 먹지 못한 음식 쓰레기도 먹어 치울 수 있다.
그래도 곤충이 싫다면 인조 고기를 고려해 보자. 동물 근육 조직에서 세포를 떼어 내어 실험실에서 키워낸 것이다. 단점은 아직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고기를 길러 햄버거를 만든 적이 있는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고 돈은 3억 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자연의 힘이 가득한 흙 수프도 있다. 흙 한 숟가락에는 세균이 10억 마리쯤 산다고 한다. 이러한 세균을 모아 키우면 발효가 일어나 노란 거품 수프가 생기는데, 그걸 말리면 밀가루 비슷한 가루를 만들 수 있다. 이 가루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아서 아무 음식에나 넣어 영양가를 높일 수 있다.
음식물도 똥, 오줌도 다시 에너지로 만들어요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모두 생물 소화조로 보내진다. 생물 소화조 안에는 세균 군집이 사는데 이 작은 생물들이 음식 쓰레기를 분해해서 다음 요리에 쓸 가스를 만들어 낸다. 가스를 뽑아내고 남은 걸쭉한 찌꺼기는 비료로 사용한다. 과학자들은 하수구로 흘려보낸 식용유 기름기가 다른 물질과 엉겨 붙어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된 ‘팻버그’를 모아 가공하면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 연료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화장실의 오줌과 똥 또한 소중한 재활용 자원이다. ‘미생물 연료 전지’라는 장치에 오줌을 넣으면, 미생물이 오줌을 먹고 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전기를 이용해 화장실 불을 켜거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똥이 지하 오수관을 지나는 동안 훈훈한 정도인 15~2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 열을 열펌프로 흡수해서 근처 건물의 난방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오물 처리 시설에 모은 똥은 미생물 분해, 원심 분리기 등을 거쳐 연료로 쓸 수 있는 바이오가스로 변신한다. 물론 가스를 뺀 찌꺼기는 비료로 재활용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128그램의 똥과 1리터의 오줌을 누는데, 10만 명이 하루에 눈 똥을 모으면 대략 전구 800개를 1시간 동안 켤 수 있다!
똥은 바이오가스 말고도 활용할 곳이 많다. 산책 나온 개들이 눈 똥을 개똥 가로등에 넣으면 세균들이 개똥을 먹이 치우고 메테인을 배출하는데, 이 가스로 가로등의 불을 밝힐 수 있다. 큰 똥 열 덩어리면 가로등을 두 시간 켤 수 있다. 소는 온종일 풀과 건초를 씹어 먹고는 섬유질이 풍부한 똥을 눈다. 이 소똥에서 섬유질 성분을 뽑아내어 옷감을 짜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키우는 물로 식물을 재배하는데, 물탱크에서 키운 물고기가 똥과 오줌을 누면 세균이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바꾸고, 이 물에서 식물이 영양분을 흡수하여 정화하면, 깨끗한 물을 다시 물탱크로 보내 물고기를 기르는 것이다. 화장장과 지하철의 뜨거운 열기를 모아 난방을 하고, 플라스틱을 모아 옷이나 도로로 만드는 등 『아침으로 곤충을』에 나오는 발명품들은 결국 자원과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재사용하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의 비결임을 깨닫게 해 준다.
지구를 구하는 과학과 삶의 방식 ; 낭비하지 않으면 모자라지 않아요
흔히 환경친화적이거나 대안적 삶을 이야기하면 첨단 과학과는 거리가 먼 자연에 가까운 생활 모습을 떠올린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가전제품을 적게 쓰고, 합성첨가물이 포함된 가공식품을 적게 먹고, 자연을 더럽히는 쓰레기를 적게 버리고, 공기를 더럽히는 비행기나 버스 같은 교통기관도 적게 타는 그런 삶이다.
하지만 『아침으로 곤충을』을 보면 환경친화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굳이 첨단 과학과 등을 돌릴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몸이 자라는 데에 따라 커지는 ‘팽창 구조 물질’로 옷을 만들어 입고, 압전 소자를 인도에 활용해 모두가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그을음을 모아 잉크를 만들고, 스모그 먼지에 섞인 탄소로 다이아몬드를 만들기도 한다. 방수 스피커로 소리를 보내 산호초에 생물들이 돌아오게 하고, 갑각류에 들어 있는 케틴으로 분해되는 대안 포장재를 만들고 문어의 빨판에 사는 세균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과학자들은 생물을 관찰하고 특성을 모방하여 발명품을 만들어 왔다. 지금도 나미브사막거저리라는 벌레가 안개에서 물을 수집하는 것을 모방하여 ‘응축기’를 만들고, 반딧불이의 루시페린을 식물에 활용하여 불을 밝히게 하고, 균사체를 연구하여 열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벽돌을 만드는 등 생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다. 그런데 100만여 종이나 되는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있다. 생태계의 위기는 인류에게는 더 큰 위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도시나 시골에는 동물들을 위한 길을 만들고 아마존을 비롯한 야생 지역을 더이상 훼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구의 절반을 환경 보호구역으로 정하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과학 만능주의자는 아니다. 기후 변화라는 문제를 풀기 위한 과학 연구의 핵심도 에너지와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지구에 생존하기 어렵게 될 것에 대비해 화성이나 달 등 우주를 개척한다거나 태양열을 막기 위한 우주 가림막을 만든다거나 하는 시도들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거기에 드는 돈으로 지구의 환경을 고치는 데 쓰는 게 더 현실적이고 더 낫지 않느냐고 묻는다. 유럽에서 배출하는 음식 쓰레기가 아프리카의 그것보다 17배가 넘는다는 것, 정치와 기업의 역할도 지적한다. 어떤 사소한 실천도 하찮지 않다며 어린이들이 친구와 가족과 함께 지구를 위하는 여러 실천 방법도 마지막에 제시하고 있다.
첫댓글 영화 <설국열차>의 바퀴벌레 영양갱이 생각나네요. 지구 에너지 자원 고갈문제 함께 고민하며 보아야 할 책인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