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인 5월이 떠나가는 하순의 길목인 주말 저녁시간,
집에서 가까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홀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가족과 관람하였다. 좀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와 커피도
한잔 하며, 푸른 하늘과 5월이란 세월의 등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과 따뜻한
바람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삶의 여유와 낭만에 젖어 보았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많이 알려져 우리가 매우 즐기며 찾는 오페라로,
나는 2008년4월에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또 2012년11월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한 적이 있지만, 오늘 다시 보니,
기억이 새롭고 느껴지는 감흥과 인생의 맛이 세월 따라 짙어진다.
그 당시,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씨의 "라 트라비아타"에 관한 글을 읽고 갔는데
줄거리를 좀 알고 가니 관람에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를 참조하면서
여기에 관람후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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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서자(庶子)였던 "렉산드르 뒤마 피스
(Alexandre Dumas fils)"는 자신의 연인이자 코르티잔(courtesan, 고급창녀)이었던
"마리 뒤프레시"가 22세의 젊은 나이로 죽자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1848년에 "동백꽃 부인"이라는 소설로 남겼다. 그 여인은 한달 중 25일간은
흰 동백을, 5일간은 붉은 동백을 가슴에 달고 남자를 맞았다고 해서 이런
별명으로 불렸다. 그녀는 사교계의 화려한 생활을 누렸지만 진정한 사랑은
이루지 못한 채 동백꽃처럼 붉은 송이채 떨어져 버린 것이다.
소설이 성공하자 작가는 소설을 희곡으로 만들어 연극으로 올렸고,
마침 파리에 와 있던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에 의해
1853년 오페라로 다시 탄생했다. 바로 "라 트라비아타"다.
"길을 잃고 버려진 여인"이라는 뜻인데, 일본사람들은 원작을 따서
"춘희(春姬)라고 번역해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도 1937년에 초연된 이래
이름이 알려졌고, 해방 후에 올려진 최초의 오페라이기도 하다.
오페라 속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파리 사교계의 인기 코르티잔으로 화려하게
살아 가지만, 참된 사랑을 맛보지 못했다. 대신 건강을 돌보지 않는 생활로
젊은 나이지만 몸 속에는 폐결핵이 깊이 퍼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진정으로 사모한다"고 자처하는 청년 "알프레도"를
만나고,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파리에서의 부귀와 환락을 청산하고
시골로 가서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민다.
하지만 행복은 겨우 세 달이었다. 소문을 듣고 지방에서 올라온,
알프레도의 아버지"제르몽"은 비올레타에게 그녀의 과거를 이유로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비올레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사교계로 돌아 간다.
까닭을 모르는 알프레도는 그녀를 배신자로 오해했고, 낙심한 비올레타는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는데 그녀에게 남는 것은 빈곤과 결핵뿐이었다.
마지막에 그녀는 다시 알프레도의 품에 안기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다만 그의 품속에서 숨지는 것이 그녀에게 허용된 유일한 위안이었다.
"라 트라비아타"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오페라로서 국내외에 인기가 높다.
유명한 아리아들뿐 아니라 특히 매혹적인 2중창이 많아서 아름다운 선율이
시종 끊이지 않는다. 특히 프리 마돈나(여성 주역)인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가 부르는데, 상당한 기교와 지칠 줄 모르는 힘, 그리고 깊은
연기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역할이다.
또한 오페라의 첫 막이 올라가서 부터는 마지막 막이 내려 올 때까지
프리마돈나는 쉬지 않고 계속 노래해야 하므로 정말 소프라노를 위한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여성악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는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들을 통틀어서도 드문 경우며, 마리아 칼라스등
유명 소프라노들이 비올레타역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많은 소프라노들에게
언제나 도전하고 싶은 "꿈의 배역"이었다.
1막과 3막이 시작하기 전에 각각 전주곡이 연주되는데, 1막 전주곡은
주인공의 슬픈 사랑을, 3막 전주곡은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서정적이고
슬픈 관현악곡이다. 극중 유명 곡으로는 먼저 1막 2중창 "축배의 노래"가
널리 알려져 있고, 알프레도가 고백하는 "어느 날 당신이"도 아름다운 곡이다.
이어 비올레타는 자신의 심정을 노래하는 화려한 아리아 "아, 그이 인가"를
부른다. 2막에서는 제르몽의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가 유명하지만,
그전에 제르몽이 비올레타와 만나서 부르는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긴 2중창
"나에게 천사 같은 딸이"가 더 중요한 곡이다.. 3막에서는 버려진 비올레타의
"지난 날의 안녕"이 처절한 아리라이며, 이어 둘이 재회하여 부르는 2중창
"파리를 떠나서"도 유명하다.
베르디는 첫부인과 사별후 독신으로 지냈는데 그의 마음에는 당대 유명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가 큰 의지가 되고 있었다.
베르디를 아들처럼 키웠던 장인(첫부인의 아버지)과의 관계와 주위의
시선 때문에 둘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러던 두 사람이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사랑하지만 주위의 편견 때문에 이루지 못한 비극을 담은
연극, "동백꽃 부인"을 보게 되었는데, 베르디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듯
크게 감동받고, 호텔로 돌아온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책상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베르디는 다음 오페라로 그 연극을 올리기로 하고
친구이자 명대본가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에게 각색을 의뢰하였다.
"라 트라비아타"는 이처럼 원작자 "뒤마 피스"와 작곡가 "베르디"가 실제
가슴으로 겪었던 슬픈 경험이 절절히 녹아 있기에,그 곡조는 지금도
세계의 오페라극장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이 오페라는 단순한 연애 물이 아니다. 당시 자본주의 사회가 확립되어
가면서 오직 자기의 가정과 재산만을 지키려는 부르조아들의 세태를 고발한
내용이다. 그들의 가족 이기주의에 의해 희생되는 외롭고 힘 없는 여성을
그린 것이다. 오늘도 이 오페라가 감동을 주는 것은 다만 옛날뿐만 아니고,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는 또 다른 비올레타가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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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잘 모르지만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오페라를
관람하기 전에, 내용과 배경을 조금 알고 가면 훨씬 재미가 더 있을 것 같아,
그때 "라 트라비아타"의 작곡배경과 줄거리를 쭉 훑어 보니, 단순한
사랑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시대와 인종을 뛰어 넘어 소외되고 힘없는
여성의 인권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또한 슬픈 사연이
절절히 녹아 있는 사랑은 시공을 초월하여, 음률을 타고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오래도록 감동을 준다는 사실 앞에 "생명력을 가진 사랑은,
늘 몇 발자국 늦게 찾아 온다"는 가슴 아픈 생각이 슬며시 스며들었다.
첫댓글 아, 너무 감사합니다. 조금 이해가 가네요!
좋고 귀한 내용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음악공부 잘햇습니다.
잘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너무나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오페라 트라비아타 관람 후기 잘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좋은 내용의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조하요
잘 보고 듣고 알고
나감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감사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페라를 접하기에 앞서 충분한 자료 검색과 줄거리의 탐색이
오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선행적 요건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군요.
좋은 안내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