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키스 / 이인주
황금 스팽글이 반짝, 여자를 빚는다
뇌살의 기울기를 재고 있는 해거름
젖빛 가슴 어르는 찬란이 꺼져간다
다시 떠오르지 못할 형용사를 서쪽 목에 걸고
가위바위보, 아카시아 이파리를 편력 쪽으로 떨구는
여자의 낯빛이 홍초 그늘로 농염해진다
스스로 놀라 흩어지는 바람은 절개란 옷을 입지 않는다
나무가 품고 있는 욕망의 속살이 색소다
지붕 위에서
세상의 절반을 받아 안는 여자, 주름치마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아주 오래 전 외계로 날려 보낸 휘파람새가
아카시아 이파리를 물고 비행접시처럼 당도한 저녁
오렌지 혹성의 은어를 감는 여자가 굼실굼실 부풀어간다
달의 바다로부터 황금빛 파문을 굽는 여자
십만 광년을 달려와 겨우 1°의 시차를 내는
어제와 오늘, 입술로 포개는 여자
역마살 궁금한 사내의 물렁뼈를 뜯어
아른아른 비치는 쓰개를 만들고
깜빡 잊고 태워버린 짐승의 심장을 애교라 부르지
아흔아홉 지붕을 돌다 이성을 잃어버린 바람
황금보리를 눕히는
3억 년의 쾌락을 입 안에서 익힌 태양의 밀주
- 시집 『백매도』 (2021.03)
* 이인주 시인
1965년 경북 칠곡 출생. 경북대학교 화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6년 《서정시학》 신인상 당선.
시집 『초충도』 『백매도』.
신라문학대상, 평사리문학대상, 목포문학상 수상
대구 정화여고 교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