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딱따구리는 모두 텃새입니다. 우리나라의 딱따구리는 계절을 따라 오가지 않고 일 년 내내 우리의 곁에서 터를 잡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그 중 분명 딱따구리지만 그 이름에 딱따구리라는 말이 붙어있지 않은 딱따구리가 있습니다. 흰색의 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검은색이며, 몸길이 45센티미터 정도의 대형 딱따구리로 천연기념물 제 197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크낙새입니다. 그러나 이제 크낙새는 그러한 안타까운 수식어조차 더 품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조류 목록에서 아예 지워야 할 것 같습니다. 1993년 광릉 숲에서의 관찰 이후로 18년이 지나도록 그 누구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멸종했다고 단언하기는 조금 이르다 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생존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어디라도 생존해 있다면 숲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클락 클락’ 소리를 내며 이동하는 크낙새의 소리조차 18년 동안이나 아무도 듣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 크낙새의 소리라도 다시 들을 수 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에 잔존하는 개체가 철책을 넘어오는 길일 것인데, 그마저 우리의 숲이 크낙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라야 합니다.
크낙새/ 그림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크낙새와 크기도 비슷하고 모습도 비슷한 딱따구리가 있습니다. 역시 천연기념물 제 242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까막딱따구리입니다. 까막딱따구리는 배마저 온통 검은 것이 크낙새와 다릅니다. 그런데 크낙새도 그렇고 까막딱따구리도 마찬가지로 머리에 붉은 색이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딱따구리의 세계에서 머리에 붉은 색이 있는 것은 수컷이라는 징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예외가 딱 하나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만큼은 암컷도 머리에 붉은 색이 있습니다. 붉은 색의 분포는 암수가 다릅니다. 수컷은 머리 윗부분 전체가 붉고, 암컷은 머리 뒷부분만 붉습니다. 까막딱따구리 암컷을 제외한 크낙새, 청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의 암컷은 머리에 붉은 색이 없습니다.
까막딱따구리 수컷
까막딱따구리 암컷
딱따구리 어린 새는 머리에 돋아난 붉은 깃털의 모습이 부모 새와 다른 경우가 있는데, 까막딱따구리 어린 새는 부모 새와 모습이 같습니다. 어린 새 수컷은 아빠 새처럼 머리 윗부분 전체가 붉고, 어린 새 암컷은 엄마 새를 닮아 머리 뒷부분만 붉습니다.
까막딱따구리 어린 새 수컷
까막딱따구리 어린 새 암컷
둥지를 나선 어린 새 암컷과 아빠 새
까막딱따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지만 주요 서식지는 경기북부와 강원도 지역입니다. 경기 북부와 강원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주로 국립공원을 비롯한 울창한 숲에 서식하나 개체수가 극히 적으며, 고지대에 분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까막딱따구리는 근래 개체수가 다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까막딱따구리의 개체수가 조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크낙새는 왜 멸종의 길로 내몰렸으며, 까막딱따구리는 왜 그 수가 조금이라도 증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까막딱따구리마저 이 땅의 크낙새가 걸었던 비운의 길을 이어갈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