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 사회가 빠르게 퇴행하면서 “한국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무색해졌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을 요청하는 시대적 배경이 더 짙어진다고 할 때 한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의제가 다시 부상하는 일은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기본소득 운동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하면서 기본소득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심 의제가 될 수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기본소득이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정책이자 가치로 부상하긴 했지만 기본소득은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노동-소유 패러다임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낯선 아이디어이며 그 정당성 및 필요성에 대한 논구와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실현가능성이라는 질문에 부딪혀왔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정치적 실현을 위한 조건 및 전략에 관한 논의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이 논의를 위한 토대는 여러 나라와 지역의 경험이다(Caputo, 2012; 김교성, 이지은, 2017).
이 글은 한국에서 기본소득 운동의 부상 그리고 기본소득의 정치적 실현가능성을 한국 진보 운동의 변화, 한국 복지국가의 전환, 2010년대의 정치적 변동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