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 윈도우' 제도가 (무적 상태가 아닌) 선수들의 이동을 1년 중 4개월(여름 3개월+1월)로 제한한다는 사실이 클럽들의 커다란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2003년 여름의 프리미어쉽 선수 대이동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적 마감 시한 마지막 날 20건이 넘는 선수 이동이 성사되는 등, 근년 계속되어온 유럽 축구계의 전반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꽤 활발한 선수 이동이 이루어진 프리미어쉽의 여름을 정리해 본다. '프리미어쉽 클럽 간 선수 임대'가 허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이러한 선수 이동 양상에 한 몫 했다.
[ * 표기는 임대 ]
아스날 - '근검절약형'. 하지만 전력 약화 요인 또한 별반 존재하지 않아 의문의 여지없는 여전한 강자다. '경축' 파트릭 비에이라, 로베르 피레스 재계약.
주요 (-): 데이빗 시먼, 지오바니 반 브롱코스트*, 저메인 페넌트*, 올렉 루츠니, 프란시스 제퍼스*.
아스톤 빌라 - '근검절약형'. 하지만 테일러 감독 시절 냉대받았던 선수들(후안 파블로 앙헬 등)이 부활한다면 새로운 선수 영입과 다름없는 효과를 볼 수도. '경축' 더라이어스 바셀 재계약.
(+): 개빈 맥칸, 토마스 소렌센, 로버트 올라이닉.
주요 (-): 스티브 스톤튼, 이언 테일러, 알런 라이트, 오이빈 레오나르드슨, 하산 카쉴룰*.
버밍엄 - '탄력 성장형'. 뒤가리의 완전 이적, 던, 피게로아의 영입, 포셀의 임대까지 성공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좋은 축구를 보여줄 채비를 갖춘 모습. '강등 후보'라는 소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모습. 단, 포셀과 피게로아가 가세하는 스트라이커진의 득점력이 반드시 높아질 필요가 있다.
(+): 크리스토프 뒤가리, 데이빗 던, 루시아노 피게로아, 마이크 테일러*, 미카엘 포셀*.
주요 (-): 스티브 비커스.
블랙번 - '손해 없음형'. 아일랜드, 잉글랜드 영스타들을 내보내며 거금을 챙긴 후, 스코틀랜드, 호주의 희망들을 영입. 노르웨이 노장 수비수를 방출한 후 이탈리아, 독일의 베테랑 수비수들을 영입했다. 여전히 상위권을 노리는 전력이라는 평.
(+): 로렌조 아모루소, 브렛 에머튼, 스티븐 리드, 배리 퍼거슨, 브라티슬라프 그레스코, 마어쿠스 바벨*, 데이빗 옐델, 디노 바지오*.
주요 (-): 대미언 더프, 데이빗 던, 헤닝 베르그, 존 커티스, 키이스 길리스피, 크레이그 히그넷, 하칸 수쿠르.
볼튼 - '지속 신장형'. 계속되는 '빅 샘'(알러다이스 감독)의 다국적군 프로젝트. 두 명의 브라질인, 한 명의 스페인인, 한 명의 그리스인, 한 명의 프랑스인, 그리고 잊혀졌던 잉글랜드인...올 시즌에는 과연 그 효과가? 다득점자가 부족한 고질적 약점을 안고 있는 까닭에 자르데우가 꼭 그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 스틸리아노스 기아나코풀로스, 플로랑 라비유, 이반 캄포, 케빈 데이비스, 마리오 자르데우, 에메르손 톰, 글렌 리틀*.
주요 (-): 군디 베르그손(은퇴), 폴 워허스트, 스티그 퇴프팅, 콜린 헨드리, 델로이 페이시*.
찰튼 - '실속 성장형'. 언제나 조용한 클럽 찰튼. 하지만 올 여름에는 매우 매우 짭잘한 프리-시즌을 보냈다. 프리-시즌 말썽의 진원지였던 폴 콘체스키의 향후 처리 문제만이 남은 듯.
(+): 파올로 디 카니오, 맷 홀랜드, 칼튼 콜*, 크리스 페리*, 사이먼 로이스, 세르지오 레이테. <비고> 헤르만 라이더슨(지난 시즌 말 영입).
주요 (-): 폴 콘체스키*, 마티아스 스벤손*, 로비 머스토.
첼시 - '설명 불가능형', '기념비형', '신기록형', 그리고 '전략형'. 올 여름 분데스리가 전체의 사용액의 3배에 가까운 돈(1억1천1백만 파운드)을 혼자서 사용한 클럽. 당초의 예상대로 세계 축구사에 길이길이 남을 일련의 선수 영입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로만 제국'의 영입 전략이 5000만 파운드짜리 가격표가 붙어있는 선수 두어명을 영입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고 1600만 파운드 근방의 선수 다섯명과 700만 파운드 근방의 선수 네명을 영입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대미언 더프, 에르난 크레스포, 클로드 마켈렐레, 아드리안 무투, 후안 세바스찬 베론, 웨인 브리지, 제레미, 조 콜, 글렌 존슨, 알렉세이 스메르틴, 닐 설리번, 위르겐 마호, 마르코 암브로시오.
주요 (-): 지안프랑코 졸라, 그래엄 르 소, 조디 모리스, 엔리케 데 루카스, 칼튼 콜*, 부데바인 젠덴*, 미카엘 포셀*, 알렉세이 스메르틴*.
에버튼 - '안정 속의 성장형'. 지난 시즌 제 몫을 한 선수들을 완전 이적으로 전환시키는 한편, 필요한 포지션마다 요긴한 선수들을 추가했다. 과거 클럽의 영스타였던 제퍼스의 활약상이 틀림없는 관심 거리.
(+): 조셉 요보, 리 티에, 프란시스 제퍼스*, 케빈 킬반, 나이젤 마틴, 제임스 맥파든.
주요 (-): 마크 펨브리지, 폴 제라드*.
풀햄 - '긴축형'. 2년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스트라이커 스티브 말레를 떠나보냈고 붙박이 라이트백 스티브 피넌을 매각했다. 모하메드 알 파예드 구단주의 재정적 지원이 끊어지며 고전 중인 클럽. 나름의 보강에는 노력한 모습이나 근본적으로 젊은 감독 크리스 콜먼의 역량 및 기존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제롬 보니셀, 마크 펨브리지, 마크 크로슬리, 마르탱 제투*, 이나모토 준이치*, 모리스 볼츠*, 데이브 비산트.
주요 (-): 스티브 피넌, 스티브 말레*, 마이크 테일러*, 존 콜린스, 브야른 골드백, 압데슬람 와두*.
리즈 - '최선형', '대량 임대형'. 지난 1년 간의 끊임없는 스타 방출 러시가 일단 해리 키월로써 막을 내렸다. 키월과 대니 밀스를 떠나보냈지만 폴 로빈슨, 알런 스미스, 그리고 이적 마감 시한 막바지까지 해외 클럽들의 관심을 받아왔던 마크 비두카를 잔류시켜 팬들을 안도케 했다. 또한 마침내 7인의 꽤 괜찮은 임대를 이루어내며 더 이상의 몰락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요 (-): 해리 키월, 대니 밀스*, 올리비에 다쿠르, 폴 오콘, 스티븐 맥페일*, 나이젤 마틴.
레스터 - '최선형', '실속 성장형'. 클럽의 매우 어려운 재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돈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최대의 영입을 이루어냈다. 다만 강등의 위험으로부터 팀을 구해낼 수 있는 수완과 역량을 지닌 인물이 존재하는가가 미지수. 어찌됐건 팀의 전체적 전력은 올라갔다. 특히 입스위치로부터 막판 임대에 성공한 마커스 벤트의 영입이 짭잘해 보인다.
(+): 스티브 하우이, 리키 쉬메카, 대니 코인, 폴 브루커, 키이스 길리스피, 릴리앙 날리스, 레스 페르디난드, 벤 대처, 니콜라스 프리에, 크레이그 히그넷, 존 커티스, 마커스 벤트*.
주요 (-): 사이먼 로이스, 니키 서머비, 팀 플라워스(은퇴).
리버풀 - '잠재적 대박형'. 시즌 초반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일단 리버풀은 해리 키월, 스티브 피넌은 물론, 유망 신예들의 도착으로 매우 고무적인 프리-시즌을 보냈다고 하는 것이 옳다. 좋아져야만 할 의무(?)가 있는 리버풀의 올 시즌을 지켜보도록 하자.
(+): 해리 키월, 스티브 피넌, 플로랑 시나마-퐁골레, 토니 르 탈렉, 카를 메자니.
주요 (-): 패트릭 베르거, 마어쿠스 바벨*, 그레고리 비냘*, 닐 멜러*, 베가르드 헤겜, 페기 아르펙사드.
맨체스터 시티 - '야심형', '지속 신장형'인 동시에 '단기 실속형'. 케빈 키건의 팀은 그 '멤버들의 면면'에 있어 더욱 화려해졌음에 틀림이 없다. 다만 새로이 영입된 베테랑들 모두가 제 몫을 해줄 것인가 여부가 남은 문제다. 부상 기간이 길었던 레이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극히 적은 출장에 그쳤던 맥마나만의 개인적 부활 여부도 관심 거리. 다소간 뒤늦게 '빅 리그' 진출 꿈을 이룬 플레이메이커 앙트완 시비에르스키의 영입은 매우 좋아 보인다.
(+): 데이빗 시먼, 미카엘 타르낫, 트레버 싱클레어, 앙트완 시비에르스키, 클라우디오 레이나, 파울 보스펠트, 스티브 맥마나만.
주요 (-): 피터 슈마이켈(은퇴), 알리 베나르비아, 케빈 홀록, 스티브 하우이, 숀 고우터, 니클라스 옌슨, 뤼시앵 메토모, 카를로 내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축구적) 모험형', '(경영적) 소득형'. 데이빗 베컴, 후안 세바스찬 베론의 파격 방출을 단행해 버리며 4000만 파운드를 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그 수익을 새로운 선수 보강에 모두 쏟아붓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의 역량과 신진 기대주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알렉스 퍼거슨이 존재하기에 언제나 흥미로운 명문.
(+):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클레베르손, 에릭 젬바-젬바, 팀 하워드, 다비 벨리옹.
주요 (-): 데이빗 베컴, 후안 세바스찬 베론, 루크 채드윅*, 마이클 스튜어트*, 리카르도 로페스*, 로랑 블랑(은퇴), 데이빗 메이.
미들스브루 - '야심형', '지속 신장형', '단기 실속형'. 맨체스터 시티와도 다소간 엇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브라이언 롭슨 시절의 야심적 영입 드라이브가 재현되고 있는 인상을 주는 클럽. 만약 가이스카 멘디에타가 발렌시아 시절의 컨디션에 가깝게 돌아와 준다면, 보로는 2900만 파운드(멘디에타의 라치오행 당시의 이적료)를 앉아서 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득점기계가 눈에 띄지 않는 약점이 얼마나 개선되는가가 관건이다.
뉴캐슬 - '자제형'. 당초 올 여름 더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언론들에 의해 예상되기도 했던 뉴캐슬은 자유계약 선수 리 보이어 한명을 영입한 후, 잡을 수도 있었던 몇몇 영입 대상들을 흘려보냈다. 그것은 어쩌면 선견지명이었을까? 결과적으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한 뉴캐슬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줄기차게 사용했던 거액에 비추어 이번에는 쉬어가는 것이 근본적으로 옳았다. 물론 그렇다해도 수비진 추가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 리 보이어. <비고> 대런 암브로스(지난 시즌 말 영입).
주요 (-): 브라이언 커*.
포츠머스 - '최선형', '고속 성장형'. 역시 많은 이적료를 소모하지 않으면서 최선, 최대의 영입을 이뤄낸 클럽. 이적생들의 포지션, 연령별 안배가 잘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까지의 활약상 또한 기대치를 상회한다. 팀내 최고 득점원이었던 스베토슬라프 토도로프의 장기간 부상 불운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매우 분위기 좋은 클럽.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사우스햄튼 - '안정 속의 성장형'. 케빈 필립스로 하여금 제임스 비티의 짝을 지워준 것을 비롯, 닐 맥칸, 그래엄 르 소, 대니 히긴보텀 등의 알짜 영입, 신예들의 영입을 고루 일궈냈다. 왼쪽의 재간꾼 웨인 브리지의 공백보다는 전력 상승 쪽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클럽.
(+): 닐 맥칸, 요안 폴리, 피츠 홀, 대런 켄튼, 레앙드르 그리피, 대니 히긴보텀, 그래엄 르 소, 케빈 필립스, 덱스터 블랙스톡.
주요 (-): 웨인 브리지, 케빈 데이비스, 폴 윌리엄스.
토튼햄 핫스퍼 - '위기 타개형', '미래지향형'. 하지만 호들에겐 미래가 없다.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의 영입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고, 이는 지지부진한 성적이 계속될 경우 '조기 경질'이 확실시되고 있는 글렌 호들 감독이 클럽으로부터 최후의 지원과 기회를 부여받은 셈. 다른 어떤 클럽들보다 이적생들의 능력을 십분 끌어내야만 하는 클럽이 토튼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