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화초를 선물했다. 지상에서 가장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매력적인 선인장이었다. 선인장 하면 가시, 황량한 사막, 판초 입은 카우보이, 모래 바람과 총소리, 서부 영화 음악이 함께 떠오른다. 화초만 키우면 죽인다고 소문이 나서 특별히 신경 써서 선인장을 가져온 것이다. 난 식물 연쇄살인범, 아니 연쇄 살식범이다. 키우는 식물마다 족족 다 죽어 버렸다. 일명 식물 시리얼 킬러(serial killer)이다.
선인장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산작용을 막고자 스스로 잎을 말려 가시로 변모했다. 질긴 생명력의 상징답게 갈기갈기 찢긴 잎에서 조차 싹이 트기도 한다. 이건 내가 식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다. 3년 동안 물 한 방울 없이 자라기도 한다. 오히려 물을 자주 주면 썩어 버린다.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일부러 까칠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츤데레 같은 사람이다. (싹수없는 척하며 모든 것을 다 챙겨주는 사람을 가리킨다.) 선인장이 그런 식물이다. 모래뿐인 아름다운 땅 사막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개화일 수가 짧지만 가시 사이에 핀 꽃이라 더 아름답다.
어릴 적 몸에 종기가 곪으면 어머니께서 선인장 가시로 찔러 주셨던 기억이 난다. 동생하고 놀다가 선인장 화분 위로 넘어졌던 기억도 있다. 선인장 하면 "따끔따끔"한 기억밖에 없다. 하지만 선인장이 당신을 먼저 공격하거나 가시를 날리는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하고 키워도 된다. 다소곳하게 TV 위에서 앉아 전자파만 막아줄(?) 뿐이다. 다슬기를 선인장 가시로 뽑아 먹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가시만 떠오르는 선인장이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아름다운 식물이었다. 긴 세월 동안 선인장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느리게 자라는 특성상, 종에 따라서는 100~200년의 수명을 가진 것도 있다. 인간보다 위대한 것들이 자연엔 많이 있다. 집에서 키우는 미니 선인장도 잘만 관리하면 10년~20년은 산다. 나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유산을 이 녀석에게 남겨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두 달 만에 선인장에 물을 주었다. 브라질에서 온 금황 한, 귀면각, 멕시코에서 온 용신목에게는 카를로스, 페드로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었다. 선인장은 다른 식물과 달리 말이 없다. 나 힘들어 나 목말라하지 않는다. 잎이 마르거나 누렇게 변하는 법도 없다. 징징거리는 아이 물 한번 더 줄텐데, 얌전한 이국의 손님들은 말이 없고 음전하다 그러나, 사람이건 식물이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너무 사랑하고 귀하다고 해서 유난히 많은 물을 주거나 햇빛을 많이 줘도 식물은 죽는다.
선인장은 < 타오르는 정열의 상징>으로도 곧잘 쓰인다. 꽃말은 '불타는 마음'이다. 그래서 가시 박힌 아픈 모습을 하고 있나 보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을 받아내는 불의 꽃인 이유일지도! (제자 유진, 소라, 민주, 수민, 재경, 아름다운 지인 송선영 님, 태준 오라버니께 감사드립니다. )
세상 모든 것들이 이야기가 되는 새벽!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 세상 모든 게 다 공부 거리이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