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물론 다른 마음이야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적접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행동을 보고 속마음을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가령, 길거리에서 포옹을 하고 있는 남녀를 보면, "쟤들은 정말로 좋아하는 보다"라든지, "사람 눈도 좀 의식하지, 뻔뻔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포옹을 하고 있다는 행동으로부터 두 사람의 태도나 성격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남의 마음이야 모르더라도 자기 마음이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은 어떻게 해서 알고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하면 우리는 어떤 마음을 먼저 먹고나서, 또 그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의식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혹시 우리 역시 자기가 한 행동을 보도 자신의 마음을 추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동을 보고 자기 속마음을 안다.
가령 손님으로 방문한 집에서 귤과 사과가 함께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귤을 집어들었더니. 집주인이 " 사과보다는 귤을 좋아하기나 보죠? 라고 묻는다.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보통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예의상이라도 "네"라고 대답하기 마련이지만, 딱이 "아니오."라고 대답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어떤 때는 사과가 땡기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귤이 땡기기도 한다. 그때 그때 다르다. 하지만 일단 "귤이 좋다."고 대답하고 나면 정말로 귤을 사과보다 더 좋아했기 때문에 선택한 듯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 Bern의 생각이었다. 음~ 그럴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겠다.
Bern은 사람이란 자신의 애매한 마음이나 태도 역시 밖으로 드러난 행동을 보고 추측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의 페스팅거와 칼스미스의 실험을 생각해 보자.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이 여학생에게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 우리도 참여하여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1달러 때문에 거짓말 할 넘은 없다.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피험자의 속마음을 한번 추론해보자. 20달러를 받은 사람은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짜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당시의 20달러는 몇마디 해주는 수고비로는 큰돈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진짜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달러 받은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그 적은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1달러를 받은 사람은 돈 때문이 아니라 작업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Bern은 피험자 역시 관찰하는 우리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피험자 역시 자기가 재미있었다는 말을 여학생에게 한 행동을 보고 자기가 실제로 작업을 재미있어 했다고 추측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페스팅거와 칼스미스와 실험과 같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고 Bern은 강조했다. 결국은 피험자들은 행동으로 마음을 추측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Bern의 주장은 타당했다.
곧바로 Bern은 자기의 주장을 입증해줄 수 있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페스팅거와 칼스미스의 실험 과정을 설명해주는 테이프가 사용되었다. 테이프에서는 그 실험에서의 작업이 얼마나 따분한지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실험의 모든 과정을 들려주었다. 보통 이러한 실험방법을 대인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서 실험자는 학생들에게 각 조건의 피험자들이 작업을 얼마나 재미있어 했는가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가 표에 아타나 있다.(여기서 통제조건이란 작업이 끝난 후 여학생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작업에 관해 평가만 한 사람들을 말한다.)
표에 나타나 있는 대로. 페스팅거의 실험과 Bern의 실험은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양쪽 모두 1달러 조건의 피험자들이 다른 조건의 학생들보다 적업을 재미있어 했다고 추측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Bern의 실험의 피험자들은 관찰자였기 때문에 인지적 부조화를 겪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것은 페스팅거의 피험자들 역시 인지적 부조화를 경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한 결과, 작업을 재미있다고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선 행동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원인을 해석한다.
Bern의 자기지각 이론은 들을 때는 고개를 꺄우뚱하게 만드는 구석이 분명 있지만, 인지부조화 이론이 설명못하는 상황도 오히려 설명해주는 등 적용 가능성이 대단히 넓다.
가령 Bern과 그의 동료들이 실시했던 실험에 전기쇼크를 이용한 것이 있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두 가지 종류의 전기쇼크를 받아야 했다. 전기쇼크가 주어질 때, 서로 다른 색깔이 램프가 점등되었다. 어떤 전기쇼크인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피험자들은 한가지 전기쇼크에는 바로 버튼을 누르도록 지시받았다. 버튼을 누름으로써 전기쇼크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전기쇼크에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전기쇼크를 견뎌야만 했다.
실험이 끝난 후 피험자들은 두가지 쇼크의 강도를 평가했다. 결과를 보면 피험자들은 버튼을 누른 전기쇼크를 더 강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가지 쇼크는 똑같은 강도였다. 사람들은 자기가 버튼을 눌러 회피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주어진 전기쇼크를 더욱 강하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자기의 행동을 보고 주어진 자극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Bern의 예측을 훌륭하게 뒷받침해준다.
분할뇌 환자들에게서도 확인되는 자기지각 이론의 프로세스
일반적으로 사람의 행동은 내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왔다. 무엇인가를 보면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여 나름대로의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Bern의 실험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프로세스를 거듭 보여주고 있었다. 즉 무의식적인 인지과정을 통해 우선 행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난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여 그러한 행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추론한다는 식이다.
Bern의 자기지각이론은 상당한 확장가능성을 지녔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저평가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뇌의 우반구와 좌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을 절제한, 불할뇌 환자들에게서 자기지각 이론에서 예측하고 있는 프로세스가 거듭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