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金鷄菊)
清江鯉泳鶴低頭(청강리영학저두)-맑은 강에 잉어 놀고 백로는 고개 개웃
江風凉爽白雲閑(강풍량상백운한)-강바람 시원하고 흰 구름 한가롭다.
静默回頭望周圍(정묵회두망주위)-조용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니
金色刺繡金鷄菊(금색자수금계국)-금빛으로 강둑을 수놓은 노란 금계국(金鷄菊)
농월(弄月)
한 돈에 20만원 넘는 금가루로 수채화를 그리신 하느님 !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아래의 장면이 있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재산을 날려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된 왼손잡이 곰보인 허생원은
동료 조선달과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와 함께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되지요.
길을 걸으며 그 날처럼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떤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하는 허생원,
그리고 봉평이 고향인 홀어머니를 둔 왼손잡이 동이,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깁니다.】
왼손잡이 곰보 허생원과 왼손잡이 동이가 부자지간(父子之間) 인줄도 모르는채----
필자가 사는 이곳 성북구 삼양동(미아리)에서 목동앞 인라인 트랙까지 오기 위해서는 전철을 세 번이나 갈아탄다.
왕복 3시간 20분, 평균 걸음수 8000보
인라인을 안타도 갔다 왔다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된다.
그래도 그 먼 길을 다니는 이유는
우선 게으름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서울에서는 제일 좋은 인라인 트랙이고
15년을 같이 탄 인라인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있다 !
한강과 안양천이 합쳐 흐르는 강둑에 거의 1km되는 벚꽃나무 터널이 있다.
지금은 녹음이 짙어 피톤치드(Phytoncide) 공기가 좋고
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어 상춘객(賞春客)이 붐빈다.
강에는 팔뚝보다 굵은 잉어가 유영(遊泳) 하고,
백로(白鷺)가 고개를 개웃하고 먹이를 노린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한가롭고
안양에서 아가씨가 머리 빗고 치마터는 바람
영등할매 딸 데리러 온 바람이 시원하다.
지금은 인라인 트랙 넓은 주변에
마치 금가루 물감으로 수채화(水彩畵)를 그린 듯
황금색 금계국(金鷄菊)이 장관을 이룬다.
달밤의 메밀꽃은 소금을 뿌린 듯 하얗고
7월의 금계국은 금가루를 뿌린 듯 노랗다 !
하느님이 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한 돈에 20만원이 넘는 금가루로 금계국(金鷄菊) 그렸으니
이는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은혜로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3장 16절 패러디)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