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1:3]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하셨도다..."
[사 1:4]"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 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를 만홀히 여겨 멀리하고 물러갔도다..."
슬프다 - 여호와의 기소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것만큼 이를 반향이라고 하듯 그 뒤를 따르는 화답은 '슬프다'는 감탄사로 시작된다. '슬프다'로 번역된 '호'는 장례식의 애도를 표시하는 비탄의 감탄사로서 탄식이나 저주의 표현에 자주 쓰인다). 이 말은 다른 곳에서 '화로다' 혹은 '화있을진저'등으로도 번역되었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 진 백성 - 이스라엘은 정치적, 민족적 공동체로서 자신을 여호와의 나라(백성)라고 이해할 뿐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초자연적 약속에 근거하여 자기를 여호와의 자녀(종자)라고 이해하였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이해는 이스라엘의 삶을 실제적으로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서 항상 작용하였다.
여호와의 나라로서 이스라엘은 당연히 '거룩한 나라'가 되도록 기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범죄한 나라로 전락하였다. '호테'는 '과녁을 빗나가다'는 뜻을 가진 동사 '하타'의 능동 분사형으로, 이스라엘이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죄를 짓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호와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은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기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허물 진 백성'(암 케베드 아온)으로 전락하였다. '케베드 아온'은 무거운 죄짐을 지고 허덕이는 백성의 모습을 묘사하는 말이다.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 - 여호와의 자녀로서 이스라엘은 '거룩한 씨'가 되도록 기대되었으나,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행악의 종자'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말을 속격으로 받아들여 '행악자의 자손'이라고 번역하기보다는 오히려 동격의 의미에서 '행악자들로 구성된 자손'이라고 애해하는 것이 더 낫다. 여호와께서 양육한 '자식'(바님)은 어찌되었는가 ? 그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 되었다. '마쉬히팀'은 '타락한, '남들을 부패시키는', '파괴적으로 행동하는', '변질된' 등으로 번역된다.
시적 평행법으로 구성된 이러한 묘사들은 이스라엘이 상습적이고도 계속적인 범죄 행위로 인하여 스스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악해졌을 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파괴적인 결과만을 산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물러갔도다 - 먼저 이스라엘은 여호와를 버렸다.
나아가그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를 경멸하고 업신여겼다. 병행하는 두 구절에서 각기 '버리다'와 '경멸하다'로 번역된 '아자브'와 '나아츠'는 동이가어로서, 두 단어 모두 언약과 관련하여 여호와를 배반하고 이방 신들에게 전향하는 행위를 나타낸다. 랑게는 '버렸다'를 소극적 죄악으로, '경멸하였다'를 적극적 죄악으로 분류하였다.
[사 1:5]"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더욱 더욱 패역하느냐 온 머리는 병 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너희가 어찌하여...패역하느냐 - 주께서는 이스라엘을 회개케 할 목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취하셨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조치들을 취할 때마다 그 결과는 더욱더 악화되었다:'더욱더 패역하느냐.' 실로 극한점에 이른 저들의 죄악 때문에 주의 징계로써도 돌이키게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패역하다'는 '진실에서 이탈하다'는 뜻이며, 여기서는 여호와를 배신하고 등을 돌린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70인역(LXX)은 이 말을 '불법을 더하다'로 번역하였다. 온 머리는...온 마음은 - '머리'와 '마음'이란 명사에 관사가 수반되지 않았으므로 '모든 머리와 모든 마음'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관사의 생략은 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자주 허용되었으며, 또한 이 말이 인간의 신체에서 취해진 비유임을 고려할 때, '온 머리와 온 마음'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이것들은 일부 주석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각각 다른 사회적 계층들이나 공동체의 내외적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신체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두 부분을 의미한다.
[사 1:6]"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 뿐이어늘 그것을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유하게 함을 받지 못하였도다..."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 머리와 마음이 병들고 지친 이스라엘의 내적인 황폐함은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가를 좀더 인상적으로 보여주려는 선지자의 의도에 따라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는 처절한 모습으로 시각화되어 나타난다.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유하게 함 - 오래된 상처는 고름을 짜내야 하고 출혈을 막기 위해서는 붕대를 싸매야 한다.
그리고 상처 부위를 부드럽게 하고 치료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기름을 발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상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했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피폐함은 심각했다.
[사 1:7]"너희 땅은 황무하였고 너희 성읍들은 불에 탔고 너희 토지는 너희 목전에 이방인에게 삼키웠으며 이방인에게 파괴됨 같이 황무하였고.."
선지자의 시선은 병들고 상처입은 사람으로부터 이스라엘로 옮겨간다. 그는 고국 이스라엘의 황폐한 정경에서 율법의 저주를 본다. 여호와의 말씀을 무시한 자에 대해서 일찍이 율법은 경고하기를, '그 땅과 성읍이 황폐할 것'이며, '알지 못하는 민족이 그 토지 소산을 먹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스라엘에 임한 일이 과연 그러하였다.
선지자에게 이 모든 일은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복을 받고 거역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무시간적이고 영원한 율법의 진리를 확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방인에게 파괴됨 같이 황무하였고 -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1) '이방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과 같은 파괴. 이것은 대부분의 주석가들에 의해서 채택되고 있으며 이방인을 파멸시키는 자로 명시하고 있는 앞 구절에서 강력한 근거를 얻고 있다.
(2) '이방인에게 일어나는 것과 같은 파괴'. 이것은 '파괴됨'(마흐페카)이란 낱말이 옛적에 소돔 성에 임했던 무서운 파멸을 지칭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그 근거를 둔 것이다. 이중 어느 해석을 취하더라도 이스라엘의 황폐된 모습에서 율법의 저주를 읽으려는 선지자의 시선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 1:8]"딸 시온은 포도원의 망대 같이, 원두밭의 상직막 같이, 에워싸인 성읍 같이 겨우 남았도다..."
딸 시온 - '시온'은 성전의 고귀함 때문에 예루살렘에 붙여진 이름이다. 성경에서 '딸'은 관용적으로 어떤 민족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 시온과 이스라엘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이룬다. 선지자는 '딸 시온'이란 말로써 사랑스럽고 정결한 이미지를 야기시킨 후 바로 뒤에서 정반대의 비유들을 대조시킴으로써 충격을 가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