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izen Photo News'. ● ‘망라사방’ 신라, 다문화 꽃을 피우다 이 보배로운 구슬덩이와 휘어진 가지를 신라 장인은 어떤 일념으로 빚어냈을까. 처음 선보인 사천왕사터 금동장식의 유려한 곡선들이 진열장에서 묻고 있다. 1936년 출토됐다는 장식 조각들 일부엔 ‘동탑서’(東塔西: 동탑의 서쪽)란 신라인의 글씨도 새겨졌다. 지금도 남아 있는 경주 낭산 기슭 절터 목탑의 자취와 탑터 기단에서 나온 섬세한 신장들의 소조상이 떠오른다. 이 구슬 몽우리와 가지는 1300여년 전 동탑의 어느 부위를 수놓았을까. 나라 지키는 용이 되겠다던 문무왕의 절 감은사터 금동장식 또한 옆에서 공상을 부추긴다. 이 장식의 꽃술과 연꽃봉오리는 사찰의 어디에 붙어 선왕의 혼을 달랬을 것인가. ◇ 신라문화 발굴사 중심 재배치 금관총 등 고분 황금유물에다 신라 대외교류상 보여주는 장식보검이나 뿔잔 등 눈길 미지의 미공개 발굴품들 볼만 <△사진:> 1300여년전 신라인 3명의 자태를 새긴 경주 황룡사터 출토 인물 무늬 벽돌. 머리에 깃털 모양의 조우관을 쓰거나 상투를 맨 모습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 불가사의한 상상을 일으키는 신라의 미공개 유물들이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에 나왔다. 7월 중순 시작한 개관 70돌 기념전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이 그 자리다. 올여름 국내 최고의 수작 전시로 꼽히는 이 기념전은 볼거리는 물론, 학술적으로도 숱한 담론들을 머금은 신라 문화사의 화려한 재발견에 다름아니다.
기획진인 이영훈 관장과 허형욱 학예사는 20세기 이래 신라 문화를 재발견한 후대의 발굴, 연구사를 중심으로 신라 문화사의 걸작들을 재배치했다.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을 비롯한 고분 유물들과 무인석 같은 이국적 문물들은 유명한 수작들이지만, 신라 문화의 관념이 형성된 근대역사의 맥락를 좇은 전시 속에서 새 울림을 얻었다. 전시를 황금문화, 능묘, 대외교류, 왕경, 불국토의 다섯 부분으로 나눈 것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다. 사천왕사, 황룡사, 인용사 등 고찰 등에서 나온 미지의 발굴품들도 첫선을 보이면서 유물들마다 내력과 해석을 놓고 다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얼개가 꾸려졌다. ◇ <△사진:>서있는 부처상을 사면에 새긴 9세기께의 통일신라 석탑 몸돌. 경주 외동읍 절터에서 경주경찰서로 옮겨 보관해왔다. 서있는 부처상을 새긴 것은 경주권 석탑만의 특징이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황금 왕국 신라의 이미지는 1910~20년대 일본인들의 경주 고분 발굴로 처음 형성됐다. 능묘 발굴은 이후 7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걸출한 황금유물들이 쏟아진다. 이런 양상을 담은 도입부는 1915년 조사돼 황금문화 서막이 된 보문동 고분의 금귀걸이를 필두로 20년대 발굴된 금관총·서봉총의 금관, 금제 허리띠 장식과 60~70년대 조사한 황남대총, 천마총, 황오동·월성로 고분 등의 장신구, 생활유물, 덩이쇠 등의 출토품들을 양껏 보여준다. 이 발굴 과정에서 새로 부각된 것이 특유의 대외교류다.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나온 장식보검이나 뿔잔, 유리그릇 등이 서역·북방초원과 적극 교류했던 신라인의 열린 감수성을 증거한다. 경주고에 있던 서역풍 무인상의 아르카익 조각상 같은 용모도 참신하다. 4부는 70년대 대형 능묘 발굴 뒤 새 관심사로 대두된 황룡사터, 월지(안압지) 등의 왕경 유적 이야기다. ‘동궁’이 새겨진 경주박물관터 출토 단지와 월지 출토의 용무늬기와, 황룡사 출토품으로 처음 공개된 청동 봉황 장식과 다양한 소조상, 인물전돌들이 나왔다. ◇ 부처의 굵은 손가락과 인왕의 옷자락 등을 빚은 황룡사 소조상들은 일본 나라시대 소조상들과도 빼어닮았다. △사진: 경주고교에 전해져온 9세기께의 석조무인상. 험상궂게 부릅뜬 큰 눈과 머리 띠 등의 윤곽이 괘릉 무인상과 닮아 왕릉을 지키는 서역계 무인상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마지막 ‘불국토’는 8월2일까지 전시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해 처음 공개되는 경주경찰서 마당의 불입상 석탑 몸돌과 송화산 반가상 등을 보여주면서 고암 이응노의 경주인왕상 수묵화와 불국사 설경을 담은 박대성 작가의 대작으로 끝을 맺는다. 석굴암 걸작인 범천과 제석천상의 모조본을 탁본 덮은 상태로 불국사 그림 양옆에 전시해 상의 굴곡과 숨결을 실감하도록 한 부분은 또다른 압권이다. ◇ 1936년 경주 사천왕사터에서 나온 보주 달린 금관장식들. 일부 조각편에 ‘동탑서(東塔西)’라는 글자가 새겨져 절의 동탑 서쪽에 붙은 장엄물의 일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출토된지 79년만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6세기 지증왕 때 ‘덕업일신망라사방’(德業日新網羅四方: 덕업이 날로 새롭고 사방을 두루 망라하다)의 뜻으로 제정한 국호 신라의 현재적 의미를 새로운 이야기틀의 신라 문화사 전시로 웅변한 기획진의 혜안에 갈채를 보낸다. 신라사, 황금문화, 문물교류 등의 논고를 담은 도록도 신라 문화의 최신 연구성과를 담은 양질의 개설서로 손색이 없다. 11월1일까지. (054)740-7500.경주/노형석 기자 3Dnuge@hani.co.kr">nuge@hani.co.kr ☞ 원본글: 한겨레신문| Click.○ 닷컴가기. 변조금지, 저작권 있음. 한국 네티즌본부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