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지역 선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기행을 매달 하고 있다. 유월초 왕산 허위 사전 답사를 위해 구미, 김천, 성주를 돌아오는 길에 대구에서 ㄱ 과 ㅎ 를 만나 막걸리를 마셨다. ㅎ 의 고민이 깊어 보였다. 주담이 무르익었을 때 그는 봉하 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나도 여태 가보지 못했던 터라 같이 가자고 했다. 술김에 바로 날을 잡았다. 6월 셋째주 주말로...
그저께 금요일 ㅎ 은 휴대폰마저 꺼놓고 중요한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일단 부산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ㅎ 과 연락이 되었다. 밀린 일들로 봉하 마을에는 다음 기회에 가자고 한다. 그렇게 약속하고 일단 우리 가족만 방문하기로 한다.
토요일 저녁 장인 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처제 가족과 함께 밤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일요일 오전, 부산 사하구에서 김해 봉하 마을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봉하마을까지 가는 길은 찾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을숙도를 지나 녹산에서 69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가 가락동에서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 기대와 달리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안내하는 표지판은 볼 수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포항엔 곳곳에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데, 부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 안내가 여전히 꺼끄러운 모양이다.
잘 뚫린 길 때문에 대동면 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김해 시가를 가로 질러 주촌면으로 접어들었다. 주촌에서 고속도로만큼이나 좋은 14번 국도로 올려야 하는데 역시 표지판이 없어 물어봐야만 했다.
김해시에 들어서서 드디어 생가 안내 표지판을 만났다. 생가가 4.5km 남았다고 한다. 네비게이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도로 표지판은 좀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1.2km 남은 부분부터 고인의 명복을 비는 플래카드들이 길거리에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봉하 마을인 모양이다. 차량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차량이 밀리니까 사람들은 내려서 걷기 시작한다.
나도 내렸다. 사실 봉하 마을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흘려서 그냥 걸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식당이 보이고 선전물 전시도 이루어지고 있다. 뉴라이트와 조중동의 실체를 알리는 교육 자료들이다. 날이 더웠지만 사람들은 유심히 읽어보는 편이다.
길거리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많은 추모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살아 있는 감동이다. 노사모 회관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 관련 사진들이 있고, 모니터에는 생전 영상을 틀어주고 있으며, 방문객들이 남긴 글들이 빈 공간 없이 빽빽이 붙어 있었다.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감정이 격해져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에게 표를 던지지도 않았고, 재직 당시에도 칭찬대신 비판의 날만 세웠는데, 왜 이런 감정이 나타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국정 조사 및 공개청문회 청원 천만인 서명을 받고 있는 자원 봉사자에게 휴지를 얻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분향소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분향을 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니 더욱 슬픔이 짙어진다.
5월 어느 토요일 잠결의 뉴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아름답던 그 사람 볼 수 없다는
저만치 떠나갔다는
바람만 슬피 울고
아무 대답도 없어
밝은 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미쳐버린 세상에 산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죠
하지만 난 당신을 가슴에 담고
그렇게 버텨 갈께요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멀리서겠지만 가끔 그렇게
우릴 지켜봐줘요
밝은 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이젠 모두 잊고 편히 쉬세요
우린 당신을 믿어요
우린 당신을 믿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나는 도저히 분향소에 서 있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주변만 어슬렁거리며 감정을 추스린다.
방명록에는 늦게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적었다. 내가 문상 가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었는가 생각해보았다.
가족들이 분향하는 동안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담배를 피며 혼자 앉아 있는 사진 배경이 되었던 ‘봉하쉼터’에 들어가 막걸리 한 병을 시켰다. 김해 막걸리인줄 알았는데, 부산 막걸리 ‘생탁’이다. 안내판에 인색한 부산을 연상케 한다.
어제 밤에 술을 많이 마셨지만 그래도 막걸리 한 사발은 마시며 그를 추억하고 싶었다.
밀짚모자도 샀다. 하노이에 갔을 때 호치민을 생각하며 모자를 샀듯이, ‘바보 노무현’ 노란 딱지가 붙은 모자를 4,000 원에 샀다.
세오녀는 가격이 비싸다고 했지만, 그 정도는 받아도 괜찮겠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그는 영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힘들어도 용기를 잃지 않는 서민들, 백성, 민중을 위해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많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은 지금 이 정부가 억압하고 무시하고 탄압해도 계속될 것이다.
더운 날씨라 장인 어른과 장모님이 힘들어하신다.
정토원과 봉화산에도 오르고 싶었지만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산으로 오르는 길에 사람들이 빽빽하다. 1박 2일로 날을 잡아서 좀더 천천히 살펴봐야겠다.
오리들이 논에 돌아다니며 벌레들을 잡아먹고 있다. 주변 논들은 모두 오리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가 보다.
포항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너무도 아름답다.
세상은 이렇게 남은 자들의 몫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희망을 가지자. 힘을 얻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방문해야겠다.
첫댓글 저두 7월 중순경 다녀올 계획입니다!!!(봉화마을 과 지인들사는 화순,김천,진주,하동,포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