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이 22일 뮤어필드 링크스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아내 에이미, 둘째딸 소피아, 아들 에반, 큰딸 아만다(시계 반대 방향)와 함께 행복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주일 동안 뜨겁게 달구워진 '클라레 저그(Claret Jug·은으로 만든 술주전자)'의 주인공은 '왼손잡이 골퍼' 필 미켈슨(43·미국)이었다.
단단한 페어웨이의 굴곡을 따라 이리저리 튕겨져 나가는 공의 방향처럼 제142회 디 오픈 챔피언십은 막판까지 대혼전이 펼쳐졌다.
정말 매 홀 롤러코스트처럼 순위가 요동쳤다.
골프의 성지 가운데 한곳인 뮤어필드는 유리판 그린으로 무장한 채 언더파 행진을 막아섰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지극한 가족 사랑의 순애보로 유명한 미켈슨이다. 그의 손에 들려진 클라레 저그는 더욱 분부시게 빛났다.
22일 오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전날 2오버파로 공동 9위에 머물렀던 미켈슨은 이날 5언더파(버디 6, 보기 1개)를 몰아친 끝에 합계 3언더파로 생애 첫 디 오픈 챔피언십의 정상에 올랐다.
유일한 언더파 기록이다. 2위 헨릭 스텐손(38·스웨덴·이븐파)을 3타 차로 따돌렸다.
미켈슨은 2언더파 단독선두 리 웨스트우드(40·영국)에 4타나 뒤진 채 출발했지만 13, 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파5의 17번 홀에서 2온 2퍼트 버디로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4.5m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미켈슨은 '유럽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떨쳐냈다.
그는 지금까지 마스터스(2004년과 2006년, 2010년)에서 3차례, PGA 챔피언십(2005년)에서 한 차례 우승했지만 디 오픈 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디 오픈에서는 2011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미켈슨은 이 대회를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
지난 6월 US오픈에서의 역전패가 뼈아팠기 때문이다.
디 오픈에 일주일 앞서 지난 15일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의 캐슬 스튜어트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했다.
링크스 코스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미켈슨은 이 대회에서 유러피언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미켈슨은 "다음 주를 위해 이번 주는 무척 값졌다.
다음 주 뮤어필드에서도 날씨가 좋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교롭게도 스코티시 오픈 우승 뒤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다가 우승트로피를 땅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호사다마였을까.
기념 촬영은 아내 에이미, 두 딸(아만다 14세·소피아 12세)과 아들(에반·10세)이 함께 자리했다.
큰딸 아만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트로피의 상단 부위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떨어지고 말았다.
어찌보면 불길한 징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켈슨은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는 항상 든든한 가족이 있다.
지난주부터 2주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스코틀랜드에 머물렀다.
그는 그 힘을 믿고 뮤어필드로 진군했다.
그리고는 대회 첫날 말도 안되는 곳에 꽂은 일부 홀의 '핀 위치'를 놓고 영국왕립골프협회(R&A)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2언더파를 친 미켈슨은 R&A에 대해 "자존심을 버려라"고 충고했다.
그의 주장은 R&A가 선수들의 스코어가 좋아질 것을 우려해 핀 위치를 경사지거나 공이 흘러내리는 곳에 꽂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안 폴터(영국)와 함께 '핀 포지션' 논란을 일으켰지만 '3언더파' 우승으로 R&A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미켈슨은 "내 인생 최고의 성취를 이뤄냈다"고 감격했다.
우승상금은 95만4000파운드(약 16억2000만원).
한편 3언더파 단독 선두로 출발한 리 웨스트우드(40·잉글랜드)는 자신의 62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무산됐다.
웨스트우드는 버디 1개에 그치고 보기 5개를 쏟아내며 4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1오버파로 아담 스콧(33·호주), 이안 폴터(37·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메이저 15승에 도전했던 타이거 우즈(38·미국)도 마지막 날 3타를 잃고 합계 2오버파 공동 6위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54홀을 플레이한 뒤 선두가 아닌 상황에서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한 그의 징크스는 48패로 늘어났다.
한국의 양용은(41·KB금융그룹)은 합계 9오버파 공동 32위, 최경주(43·SK텔레콤)는 10오버파 공동 44위,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는 15오버파 공동 73위에 그쳤다.
첫댓글 모두가 안될 것이라더 브리티시에서 우승하다니!!대단합니다 정말 가족의 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