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권 입주지원 23-24 우연한 만남
# 며칠 전 이야기 한 토막
지난 10월 31일 홍순권 아저씨와 함께 증평에서 쇼핑을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직원에게 계속 내수를 가야 한다고 하신다.
“저기 가야 하는데?”
“저기 가야 하는데?”
“저기 가야 하는데?”“아저씨 증평 말고 청주 가야 해요?”
“아니 저기 가야 하는데?”
“저기가 어딜까요?”
“내수”
“가요. 오늘 말고 다음 주에 가요.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안 돼서 약속을 잡기 어려워요”
아저씨를 돕는 누군가와 가면 언제든 갈 수 있을 텐데 아저씨가 가자고 하는 직원과 가는 게 마음 편한지 다른 직원을 따라나서지 않으신다. 오늘은 나 인 것 같다.
# 오늘
“저기 가야 하는데?”
“네 알아요. 내수 가는 날”
“네”
“홍순권 아저씨 면도만 하면 너무 깔끔하겠어요”
“네”
아저씨는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면도를 하고 외출 준비를 마쳤다.
버스 타고 내수에 갔고 아저씨에 이끌려 속옷 가게로 갔다.
“아저씨 여기 맞아요?”
“네”
친절한 사장님. 충분한 설명. 아저씨는 충분한 쇼핑을 했다.
직원인 나는 그저 옆에서 서서 사진만 한 컷 찍었다.
아저씨는 버스 정류장이 아닌 내수 번화가로 발걸음을 한다.
왜일까?
묻지 않고 그저 따라갔다.
가서 알게 됐다. 오늘은 내수 장날이다.
홍순권 아저씨는 알았을까? 어떤 날은 날짜를 잘 모르시는 것 같기도 어떤 날은 날짜를 정확히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하지 않다.
아저씨는 장 구경을 하신다.
갑자기 뒤에서
“오빠?”
“...”
“순권 오빠네”
“혹시 누구시죠?”
“저는 홍희순 이라고 순권 오빠 동생 영선이 친구예요. 지금 영선이 만나고 오는 길인데”
동생 친구는 친구 오빠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저기 잠시 들어가요”
내수 도서관 로비. 일명 수다방이라고 한다. 널다란 공간에 테이블이 몇 개 있다.
누군가에게 전하려 했던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친구 오빠에게 건넨다.
안부를 묻고 사이사이 직원과 이야기도 했다.
“오빠 잘 지내고 있어. 영선이랑 같이 갈게. 지난번처럼”
“응”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동생 친구는 볼일이 있어 갔다.
홍순권 아저씨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 남궁인호
길을 걷다가 아저씨의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귀해 보입니다.
이런 일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