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가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연기한 신작 '캐스트 어웨이(Cast Away)'가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의 크리스마스 연휴 4일 동안 북미 2,774개 극장으로부터 3,985만불의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단숨에 1위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 당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주말 3일동안 벌어들인 수입 3,010만불은 98년에 '패치 아담스'가 벌어들였던 2530만불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크리스마스 주말 개봉수입이며, 보증된 흥행메이커인 톰 행크스 개인으로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개봉주말 수입이다.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하였던 멜 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는 연휴 동안 2,163만불의 흥행수입을 기록해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고, 이번 연휴에 개봉한 또다른 신작인 '패밀리 맨(The Family Man)'이 1,510만불의 수입으로 3위로 데뷔하였다.
짐 캐리 주연의 '그린치'는 이번 연휴동안 1,473만불의 수입을 추가하며 4위를 차지하였는데, 총수입으로는 화요일이었던 지난 19일 2억 1,540만불 수입의 '미션 임파서블 2'를 이미 추월해 올해 최고의 흥행작의 영예를 차지한 바 있다. 현재까지 2억 3,512만불의 총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그린치'는 이미 '비버리 힐즈 컵'(2억 3,480만불)과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 공원 2'(2억 2,910만불)를 앞질러 역대 북미 흥행 20위에 진입하였고, 제작사인 유니버설사 입장에서는 'E.T.', '쥬라기 공원', '죠스'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흥행수입을 올린 흥행 효자로 기록되게 되었다.
이번 연휴 선보인 다른 신작들인 산드라 불록 주연의 '미스 콘지니앨리티(Miss Congeniality)'와 웨스 크레이븐 제작의 '드라큐라 2000(Dracula 2000)'은 각각 1,385만불과 864만불의 수입으로 랭킹 5위와 7위를 기록하였다.
한편, 평론가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지난 주말 31개 극장에서 이번 주말에는 143개로 상영관을 늘인 결과, 여전히 작은 수의 극장에서 상영됨에도 불구하고 무려 370만불의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10위를 차지해 장안의 주목을 받았다. '와호장룡'의 극장당 수입 2만 5,843불은 이번 연휴 흥행 1위인 '캐스트 어웨이'의 극장당 수입 1만 4,366불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4일동안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4,299만불로서, 이는 역대 12월의 주말 12위권 영화 흥행 총수입중 단연 최고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물론 이번 연휴 주말은 4일이나 지속된 탓에 기존의 3일간의 흥행결과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부당한 면도 있지만 어쨋든 놀라운 흥행위업을 달성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번 연휴동안 흥행 2위와 3위 수입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수입으로 당당히 1위 데뷔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94년작 '포레스트 검프'를 통하여 나란히 오스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각각 거머쥐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 콤비가 6년만에 재회한 또다른 휴먼 드라마이다.
제작비 8,500만불을 투입한 이 영화의 미국내 배급은 20세기 폭스사가, 해외 배급은 드림웍스가 맡았는데, 폭스의 미국내 배급대표인 브루스 스나이더는 애초에 3천만불의 흥행수입만을 기대했었다며 놀라운 흥행결과에 기쁨을 표했다.
극중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척 놀랜드는 세계적 택배사인 페드럴 익스프레스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로서, 회사로보면 유능하기 그지없는 정확하고 기계같은 사람이지만, 인간적 따스함은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기도 하다. 사랑하지만 별 애정을 표현하지 못한 연인 켈리(헬렌 헌트)를 뒤로하고 떠난 출장길에서 그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격랑을 만나는데, 바로 그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게 된 것. 그는 가까스로 도달한 남태평양의 모래투성이 무인도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그곳에서 물, 음식, 거주지를 직접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척은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는 진실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무인도 생활이 무려 4년이나 지난 뒤 그에게 비로소 문명사회로 돌아갈 기회가 찾아오는데...
스토리에서 볼 수 있듯이 '캐스트 어웨이'는 '만일 빌 게이츠와 같은 도시형, 시스템형 인간이 로빈슨 크루소가 된다면'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인간이 맞이하는 뜻밖의 운명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축복과 아픔, 그리고 인간 정신의 생존을 다루고 있다. 행크스의 애인 역은 '이보다 더 좋을수 없다'의 헬렌 헌트가 맡았는데, 그녀는 '왓 위민 원트'의 주연이기도 해 흥행면에서 주가를 높이게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하여 많은 평론가들은 우선적으로 주인공인 톰 행크스가 이 영화로 세 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그만한 라이벌이 없을 뿐 아니라 그가 펼친 연기는 "지금까지 영화사상 가장 우수했던 연기 중 하나"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 역시 "한마디로 굉장하다."고 극찬했으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스티븐 리어는 "그야말로 오스카용 연기."라고 칭했다. 한편, 평론가들은 감독인 제메키스에게도 마찬가지의 호평을 보냈는데, 워싱턴 포스트의 리타 켐리는 "깊은 사고를 자극하는 제메키스와 행크스의 승리."라고 평했다. 메이저 언론중 유일하게 이 영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낸 LA 타임즈의 케네쓰 튜란은 "잘 만든 작품이고 교육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무인도 생존에 관한 상세한 훈련용 영화를 보는 듯 지루하다."고 공격을 가했다.
이번 주말 3위로 개봉한 '패밀리 맨'은 찰즈 디킨즈 원작의 '스크루지'를 현대판으로 각색하여 바탕에 깔고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고전 '멋진 인생'처럼 주인공이 경험하지 못했던 길을 찾아 떠나가 보는 가슴 따뜻한 코메디물이다.
뉴욕 맨하탄의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페라리 550M을 몰며 월스트리트 증시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최고실력의 투자전문 벤처기업가이자 플레이보이 잭 캠벨(니콜라스 케이지). 그는 13년 전 사랑하는 연인 케이트(테아 레오니)와의 약속을 뒤로 한 채 성공만을 향해 달려와 지금의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평일과 마찬가지로 늦게까지 업무를 본 잭은 우연히 식료품 가게에 들리는데, 그곳에서 강도로 돌변한 거리의 부랑아 캐쉬(돈 치들)를 만나 뜻밖의 상황에 처하고 수완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날 즉 크리스마스 아침. 잠에서 깬 잭은 옛 애인 케이트와 결혼하여 시골에서 살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뉴욕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의 회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잭 앞에 페라리를 몰고 나타난 캐쉬는 잭이 선택하지 않았던 또 다른 삶을 경험하는 것이라 전한다.
이렇듯 전형적으로 크리스마스용인 이 영화에서, 시원찮았던 '식스티 세컨즈'마저 1억불 이상의 흥행작으로 만들었던 스타파워의 소지자 니콜라스 케이지가 잭 역을 맡아 '광란의 사랑'이후 오랜만에 노래 솜씨를 선보이고 있으며(극중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과 팝송 'La La Means I Love You'를 부른다), '딥 임팩트'의 여주인공이자 현재 '쥬라기 공원 3편'에 출연중인 테아 레오니가 애인 케이트 역을, 그리고 '볼케이노', '미션 투 마스'의 흑인 배우 돈 치들이 캐쉬 역을 각각 담당하였다. 연출은 '머니 토크'와 '러쉬 아워'의 브랫 레트너.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비슷한 구성의 고전인 '멋진 인생'과의 비교를 통하여 이 영화를 공격하였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는 "'멋진 인생'이 되고 싶어했던 영화(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는 뜻)"라고 칭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 역시 "재생된 '멋진 인생'"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또, 월 스트리트 저널의 죠 모겐스턴은 "딱딱한 크리스마스 동화"라고 야유를 보냈으며,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크리스마스 마술을 선사하기를 희망하지만 결국에는 쓸쓸함과 공허감만 안겨주는 영화들 중 한편"이라고 공격하였고, 워싱턴 포스트의 스티븐 헌터는 "달콤함으로 위장한 각본과 성의없는 연기로 이루어진 지나치게 센티멘탈한 가족 영화"로 못박았다.
이번 주말 5위로 데뷔한 '미스 컨지니앨리티(Miss Congeniality)'는 산드라 불록의 여성스타 파워에 전적으로 기댄 코메디물이다.
영화를 만든 워너 브러더즈사의 배급대표 댄 펠만은 이 영화가 출구조사에서 기록적으로 무려 93%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절대 추천(definite recommend)' 판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면서 1억불 돌파가 쉽게 가능할 것이라 전망하였다.
지난 50년간 미국민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아온 미스 USA 선발대회가 미국의 가장 악명높은 범죄자들 중 한 명인 "시민(Citizen)"으로부터 폭탄테러의 위협을 받고, 오랫동안 그를 추적해오던 FBI는 이번이 그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온 수사력을 집중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요원 중 한 명을 대회에 위장참여시키고 그녀를 최종 후보 5인에 포함시켜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모든 여성요원들을 대상으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만만하지 않은데, 위장 활동팀장인 에릭 매튜스(벤자민 브랫)는 오랜 동료인 터프 걸 그레이시 하트(산드라 불록)를 설득하여 선발대회에 위장 잠입시킨다. 미인 선발대회 자체를 "세계 평화를 외치는 멍청한 비키니 집단"으로 보아왔던 그녀는 미녀대회 컨설턴트인 빅터(마이클 케인)의 도움을 받아 차츰 외모를 바꾸어 가는데...
연출은 '화성인 마틴'의 도날드 페트리가 담당하였고, 올해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마이클 케인과 '긴급명령'의 벤자민 브랫, '스타트렉' 시리즈의 윌리암 샤트너 등이 불록과 공연하고 있다.
이번 주말 마지막 개봉작인 '드라큐라 2000(Dracula 2000)'은 호러 명장 웨스 크레이븐이 제작을 맡고 '스크림' 3부작의 편집을 담당했던 패트릭 루시어가 연출을 맡은 현대식 호러물이다.
이 영화는 이번 주말 다른 개봉작들과 달리 지명도 높은 스타를 기용하지 않았는데, '인사이더'의 크리스토퍼 플러머, '트레인 스포팅'의 자니 리 밀러, '스크림 2'의 오마 엡 등이 공연하고 있다.
원작 '드라큐라'를 현대로 옮겨온 줄거리에서 런던에서 미국 뉴올리안즈로 건너온 젊은 뱀파이어 헌터(쟈니 밀러)가 드라큐라로부터 젊은 여성(저스틴 워텔)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촬영은 '처키의 신부', '와호장룡'을 맡았던 피터 파우가 담당하였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작품으로는, 디즈니의 새 만화영화 '쿠스코? 쿠스코!(The Emperor's New Groove)'가 957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차지하였고, 국내개봉을 앞둔 산악 액션물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가 570만불의 수입으로 8위, 10대용 뒤죽박죽 코메디 '친구, 내 차는?(Dude, Where's My Car?)'이 565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