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코를 아세요.'
16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 두류동 광장코아 건너편.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이 일대는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술집과 식당, 노래방들이 길 양편으로 빼곡히 들어선 이면도로는 새벽까지 인파로 북적인다.
광장코아 건너편이 대구 최대의 부도심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광코'로 불리는 광장코아 건너편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에서 감삼역 사이 골목 안쪽에 들어선 업소는 어림잡아 200여 곳.
또 어묵이나 군밤 등 노점상까지 가세하면서 밤만 되면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장재승(28`달서구 감삼동) 씨는 "예전에는 약속을 하면 무조건 동성로였는데 이제는 클럽을 가려는 게 아니면 이곳에서 만난다"며 "술집, 노래방, 카페까지 다 있어 2차, 3차도 이곳에서 해결하면 되고 지하철 이동이 편리한 것도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광코'의 변신은 인접한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이 '만남의 장소'로 부상한 데다 달서구와 달성군 인구가 늘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특히 2012년 9월 광장코아 옆에 대형 영화관이 생기고 곧이어 24시간 카페, 대형 패스트푸드점이 속속 들어서자 젊은이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실제 몇 년 전까지 광장코아 맞은편은 대로변을 제외하면 골목 안쪽은 죽은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음식점이라곤 인근 서대구세무서를 찾는 중장년층의 입에 맞는 횟집, 백반집 같은 곳뿐이었고, 매장도 신내당시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한 작은 잡화점들이 고작이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67) 씨는 "10여 년 전 광장코아 쇼핑센터가 문 닫은 뒤 컴컴했던 이곳이 지금은 새벽 4시가 넘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5년 사이 임대료도 3배 가까이 올랐고 대로변과 인접한 상가는 권리금만 1억원이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달서구나 달성군 거주자 입장에서는 동성로보다 가깝고 술값이나 먹거리 가격 또한 저렴한 것도 '광코'의 경쟁력 중 하나다.
'광코'는 주변으로 영역을 계속 확장 중에 있어 향후 상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편, 대구 부도심에는 '광코'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남의 명소로 부상한 곳이 2, 3곳 더 있다.
북구 동천동 함지근린공원 인근 12만㎡에 이르는 일대는 최근 몇 년 사이 '칠곡3지구'로 이름나기 시작했다. 대형 영화관 두 곳을 중심으로 스몰비어, 카페 등 100여 개에 가까운 매장이 들어서 있다. 수성구 시지지구엔 ‘신매광장’이 중심지, 번화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는 ‘신매광장’이 아예 ‘시내’로 불려 ‘시내 가자’고 하면 으레 ‘신매광장’에 가는 걸로 알아들을 정도다. 신매공영주차장을 둘러싼 2만㎡가 넘는 이곳에 약 5년 전부터 카페, 패밀리 레스토랑, 외국음식점 등이 줄이어 들어서 있다.
정성용 대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가 확대되면 자연스레 기능적, 공간적으로 분화돼 도심을 찾는 사람은 과거보다 줄어드는 반면 지역 생활권을 중심으로 젊은 층이 몰리는 곳이 생겨나게 된다"며 "젊은이들이 찾는 부도심 상권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