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을 따라, 오이도의 옛날이야기
당신 앞에 펼쳐진 것은
갯벌을 품은 서해바다입니다.
저 넓은바다를 바라보며
여기 이곳에 오이도의 옛 사진을 담아두는 것은
미래로 미래로
바쁘게 뛰어가는 우리네 삶 중에
함께 추억하고 싶은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오늘 여기에 온 것도
오이도 이야기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날들이여.//
오이도 방조제 초입의 ‘생명의 나무 전망대’에 게시해놓은 한 편 글이 그랬다.
2022년 2월 17일 수요일 오후 3시 반쯤 해서 그 전망대에 올랐다.
오른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시원했고, 왼쪽으로는 횟집이네 조개구이집이니 해서, 각종 음식점들이 멀리까지 줄을 이어 있었다.
그동안 오이도를 여러 번 찾았었다.
그러나 특별히 추억으로 남은 사연이 없었다.
그저 술이나 질펀하게 마셔댔다는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나 홀로 찾은 이날의 사연은 달랐다.
반 만 리 서해랑길 도전의 길목이기도 해서 그랬지만, 그곳 방조제 길에 특별한 풍경이 있어서도 그랬다.
바로 옛 시인들의 시를 새긴 입간판이 즐비하게 세워진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길에 다음과 같은 이름을 붙여놓고 있었다.
‘옛 시인의 산책길’
김소월의 시도 새겨져 있었고, 윤동주의 시도 새겨져 있었고, 한용운의 시도 새겨져 있었고, 김영랑의 시도 새겨져 있었고, 노천명의 시도 새겨져 있었다.
잊혀 져가던 그 시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 내게 있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사연으로 추억하게 됐다.
특별히 한 수 시에 눈길이 갔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였다.
다음은 그 새겨진 시구의 전문이다.
계절이 자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늘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벌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한 수 한 수 그 시들을 새겨 읊으며, 나는 빨강 등대 그 앞길을 스쳐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