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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들꽃 찾아 떠나는 테마 여행
흐드러진 야생화의 향연 가을 냄새가 가슴을 채운다
메밀꽃- 지금 봉평 효석마을·고창 학원농장에 메밀꽃 만개
꽃무릇- 영광 불갑산·고창 선운사엔 진분홍빛 꽃무릇 장관
높푸른 가을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이 한가롭다. 올 추석 연휴는 짧게 잡아도 닷새나 된다.
여유롭게 고향 오가는 길. 그 가을 하늘 아래 피어난 가을꽃을 찾아나서 보자.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난 들꽃을 감상하는 재미도 괜찮지만, 한 종류의 꽃만으로 이루어진 대단위 군락지도 장관이다.
●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
봉평 효석마을
메밀꽃 최고의 명소는 누가 뭐래도 역시 봉평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때문이다. 언제 읽어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문장을 잠시 감상해보자.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메밀꽃 필 무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단편소설이다.
그 소설의 배경이었던 봉평은 매년 가을이 되면 모든 들녘이 온통 새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매년 메밀꽃이 필 무렵에 열리는 평창효석문화제가 올해엔 9월 7일부터 16일까지 10일간 펼쳐졌으나 메밀꽃은 추석이 지난 뒤인 10월 초까지도 서운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메밀꽃밭을 거닐기 전에 봉평장을 먼저 구경해보자. 장돌뱅이를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된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가 그리워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들렀던 봉평 장터는 방문객들을 소설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인다.
골목길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충줏집과 수작하던 동이를 후려친 허생원의 한숨 소리와 늙은 나귀를 괴롭히던 장터 아이들의 짓궂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봉평 장터를 나온 뒤 소설의 분위기를 재현해놓은 개울의 섶다리를 건너면 물레방앗간이다. 목욕하려던 허생원이 메밀밭 위로 쏟아지는 하얀 달빛을 피해 들어섰다가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쳐 ‘무섭고도 기막힌’ 하룻밤 인연을 맺은 공간을 형상화한 곳답게 둘레로는 메밀밭이 산허리까지 들어차 있다.
물레방앗간 언덕 뒤쪽에 자리한 이효석문학관은 가산 이효석의 문학 세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공간. 가산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생가는 효석문학관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펑퍼짐한 들판에 덩그마니 서있는 효석 생가는 강원도 산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집이다. 1913년 당시 봉평면장이었던 효석의 부친이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도회지로 떠났다.
● 여행정보
■ 숙식
봉평 장터에서 승용차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흥정천 입구엔 예쁜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봉평 허브나라(033-335-2902 www.herbnara.com)에서도 숙박할 수 있다.
■ 별미
봉평 장터의 현대막국수(033-335-0314)는 봉평에서도 유명한 메밀 막국수 전문 식당이다. 면에 밀가루를 섞은 메밀국수(4,000원), 메밀비빔국수(5,000원)와 순수 메밀만 쓰는 순메밀국수(6,000원)가 있다. 이외에도 메밀부침(5,000원) 메밀전병(5,000원) 등도 맛볼 수 있다.
■ 교통
영동고속도로→장평 나들목→6번 국도(횡성 방면)→6km→봉평 장터 / 서울→6번 국도→양평→횡성→봉평. 수도권에서 2시간30분 소요.
● 완만한 구릉에 흰눈이 내린 듯
고창 학원농장
봉평 메밀꽃의 권위를 넘보고 있는 고창의 학원농장은 규모로만 본다면 단일 농장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메밀밭이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농장 전체는 새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올해 학원농장의 메밀꽃은 9월15일 무렵에 절정이었지만, 늦게 파종한 메밀은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루므로 추석 때도 서운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농장 관계자의 설명.
비산비야의 완만한 구릉을 가득 메운 메밀밭은 산간 고원의 봉평 메밀밭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소나무 한 그루가 새하얀 구릉에 서있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시야 닿는 곳에 인공 구조물이 거의 없어 맘껏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덤으로 감상하는 해바라기 꽃도 장관이다. 해바라기는 보통 한여름에 피지만, 올해 제일 마지막에 심은 해바라기가 9월20일쯤에 피어나므로 추석 연휴 기간은 물론 늦어도 10월 7일 정도까지 해바라기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봄엔 보리밭, 가을엔 메밀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학원농장을 가꾼 주인공은 진영호 씨.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잘 나가던 대그룹 이사직을 뒤로 하고 1992년 낙향했다.
처음엔 잡목만 무성했던 야산과 불모지는 10여 년간 그의 손길을 거친 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 여행정보
■ 숙식
학원농장 안에 민박집(019-531-0845)이 한 채 있고, 농장 주변에도 몇몇 민박집으나 전체적으로 마땅치 않다. 농장에서 승용차로 20~30분 거리의 구시포․동호해수욕장 등에 숙식할 곳이 여럿 있다.
■ 별미
학원농장(063-564-9897 www.borinara.co.kr)에서 직영하는 식당에서 맛보는 보리밥이 별미다. 봄에 청보리밭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를 쓴다. 인근 밭에서 거둬들인 나물과 야채를 넣어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가을에 농사를 져 수확한 메밀로는 메밀국수와 메밀묵 등을 차린다. 보리밥 5,000원, 메밀국수 5,000원, 메밀전 5,000원, 메밀묵 7,000원.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영광 나들목→23번 국도(고창 방면)→6km→대산면 소재지(좌회전)→796번 지방도→10km→학원농장. 수도권에서 3시간 30분 소요.
● 국내 최대 꽃무릇 군락지
영광 불갑산
전라남도 영광과 함평 사이에 솟은 불갑산(516m)은 추석이 가까워지면 산 전체가 붉게 변한다. 꽃무릇 때문이다. 이 예쁜 이름은 나무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핀다 하여 얻었다.
꽃무릇은 상사화(相思花)와 비슷하게 생겼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움으로 애를 태우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도 똑 같다. 그래서 흔히 꽃무릇과 상사화를 혼동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둘 다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란 공통점이 있으나 꽃무릇은 종류가 한 가지뿐이고, 상사화는 백양꽃․위도상사화․붉은상사화․붉노랑상사화․노랑상사화 등 여러 종류다. 또 꽃무릇은 아주 붉은 진홍색 하나뿐이지만, 상사화의 꽃색깔은 주로 연분홍이나 노랑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개화 시기도 다르다. 상사화는 여름 칠월칠석을 전후해 피지만, 꽃무릇은 9월 초순 꽃대가 올라오고, 백로(올해는 9월 8일) 무렵부터 피기 시작해 추분(9월 23일) 무렵에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추석(9월 25일)이 지나 꽃송이가 시들면 잎이 돋아나는데, 이 잎은 겨울을 견디고 그 이듬해 봄에 시든다.
불갑산에서 꽃무릇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두 군데다. 우선 산 북쪽의 영광 불갑산(佛甲寺) 주변은 일주문부터 부도밭, 대웅전 주변 등을 중심으로 산기슭 전체가 온통 꽃무릇 군락지다.
불갑사부터 구수재까지 이르는 산길 주변도 꽃무릇 천지다. 만개 시기를 보면 절 위쪽 산자락의 꽃무릇은 부도밭 주변보다 보통 사나흘 정도 늦다.
불갑사는 부처의 교리를 백제에 전해준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한 절집. 백제 불교 최초의 사찰이라 해서 육십갑자의 으뜸인 ‘갑(甲)’ 자를 절집 이름으로 삼았다. 불갑사는 이렇듯 유서 깊은 도량이지만 여러 차례 화재를 겪은 탓에 조선후기 양식의 전각만 남아있다.
특이하게도 대웅전(보물 제830호)은 서향인데, 부처님은 남쪽으로 앉아 계신다. 따라서 대웅전 앞에서 보면 부처의 정면이 아닌 옆모습이 보인다. 이는 남방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
가운데 칸에 있는 창살은 연꽃과 국화 모양으로 수려하게 조각하였는데, 조각 솜씨가 아주 빼어나다. 사천왕상에서는 월인석보 등 귀중한 문화재도 나왔다. 불갑사의 좀더 자세한 개화 시기는 종무소(061-352-8097 www.bulgapsa.org)에 문의.
불갑산에서 꽃무릇 군락지는 산 남쪽의 함평 용천사(龍泉寺) 주변이 훨씬 넓다. 절집 뒤쪽 산자락 전체가 온통 꽃무릇 군락지다. 절집 뒤로 돌아난 오솔길을 따르면서 넉넉하게 2시간 정도면 선홍빛으로 빛나는 꽃무릇을 실컷 즐길 수 있다.
용천사 입구에 있는 꽃무릇 공원은 어릴 적 외갓집 같은 분위기를 한껏 느껴볼 수 있는 장소.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용천사 종무소 061-322-1822
불갑사 둘러보기
알록달록 꽃창살 "오! 그윽한 향기"
불갑산의 꽃무릇은 이번 주말 최고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함평군에서 준비했던 ‘용천사 꽃무릇축제’는 지난 주말에 끝이 났고 영광군에서 하는 ‘불갑산 상사화 축제’는 22일 시작해 24일까지 이어진다.
용천사는 크기는 작지만 1,300년 된 고찰이다. 절 이름은 대웅전 층계 아래에 있는 용천(龍泉)이라는 샘에서 유래한다. 이 샘은 황해로 통하며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한국전쟁 때 불에 타서 거의 모든 유물이 사라졌다. 조선시대 만든 석등과 괘불석주가 남아있다.
불갑사는 우리 불교 서방전래설의 근거가 되는 절이다. 역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에 동진으로부터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백제로 들어와 불교를 전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가 어디를 거쳐 들어왔느냐 하는 논쟁과 관련, 영광군과 군민들은 마라난타가 서해를 건너 법성포로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마라난타를 뜻한다는 것. 법성포에서 가까운 모악산(현 불갑산)에 백제에 첫번째(甲) 불교(佛) 사찰 불갑사(佛甲寺)를 창건했다고 믿는다.
대웅전(보물 제830호)은 서향인데 부처님은 남쪽으로 돌아앉아 계신다. 대웅전 앞 문을 열면 여느 절집과 달리 부처의 옆모습이 보이는 특이한 구조다. 남방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한다.
불갑사의 대웅전 창살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연꽃, 모란, 보리수 문양의 꽃창살은 유명하다는 부안 내소사의 창살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
꽃무릇 이외에도 불갑산에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참식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불갑사의 정운이라는 스님이 인도에서 공부하고 돌아올 때 그곳서 연정을 나누던 공주가 이별의 선물로 준 나무 열매를 심은 것이 자라났다고 한다. 그 씨앗이 절 뒤편 산 중턱에 군락(천연기념물 제112호)을 이뤘다.
가을이 붉게 피어났습니다.
멀리 남쪽에서 태풍이 북상 중이란 소식을 들었지만 마음의 조급함에 떠밀려 기어코 길을 나섰습니다. 무에 그리 헛헛하다고 무모하게 떠난 길. 맨날 틀리기만 하던 일기예보도 이날 따라 딱딱 들어맞는지 서산을 지날 즈음부터 차창에 물방울이 부딪기 시작합니다.
10대들은 ‘눈물이 난다’를 ‘안습(안구에 습기차다)’이라고 쓴다지요. 달리는 차창에도 많은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러나 한껏 우울에 빠져들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미끄러운 길과 흐릿한 시야 때문에 운전대를 잡은 손으로만 모든 신경이 쏠리더군요.
전남 함평의 불갑산 자락 용천사에 도착해 길을 나서니 주위가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빨간 가을을 피워내는 꽃무릇이 무리를 지어 부도밭 주위로, 낮은 토담 옆으로 붉은 융단을 깔아놓았습니다.
이파리 하나 없는 기다란 연녹색 꽃대 위에 가는 꽃잎과 실타래 같은 수술이 서로를 섞어 붉은 화관을 이루는 꽃무릇. 가녀린 꽃대 하나에 의지해 툭툭 터져 갈라진 꽃송이는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한 두 방울의 빗방울에도 흔들리며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 듯 합니다.
꽃무릇은 한 뿌리이면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화엽불상견 상사초(花葉不相見 想思草)’의 아련함으로 회자되는 꽃입니다. 꽃과 꽃대가 지고 나면 땅에서 맥문동 비슷하게 생긴 잎이 솟아나 눈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지나 이 잎이 사그러들면 또 꽃대가 솟아올라 빨간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여름철 칠석 전후해 분홍이나 노란꽃을 피우는 상사화와 함께 꽃무릇을 슬픈 사연의 ‘상사화’란 큰 범주에 가두곤 합니다. 붉은 입술 같은 꽃잎과 속눈썹처럼 가냘프고 긴 꽃술의 화려함에서 기어코 가련함을 끄집어내야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꽃의 사연보다 꽃을 느끼는 사람들의 심성에서 더욱 깊은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꽃무릇은 유독 절집 근처에 많이 피어납니다. 그 뿌리가 방부의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서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속에선 절과 꽃무릇의 관계를 스님이 한 여인을 그리워하다 죽어 꽃이 되었다거나 한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 승방 앞에서 죽어 꽃으로 피어난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의 징표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산 너머 영광의 불갑사에서도 용천사 못지않게 크고 아름다운 꽃무릇 군락이 있습니다. 보통은 용천사를 들렀다 차로 20분 정도 돌아가 불갑사를 찾아가지만 저는 산을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용천사에서 용봉, 구수재, 동백골로 해서 불갑사까지 3.8km되는 오솔길을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야생의 꽃무릇과 이제 색이 바래지기만 기다리는 절정의 초록을 만끽할 수 있는 길입니다.
용천사 경내를 지나 시작된 숲길의 초반은 오르막이 가파르더군요. 우산을 받쳐들고 터벅터벅 오르는데 제법 허벅지가 팍팍해옵니다. 한 10분쯤 걸었나 땀인지 빗물인지 목덜미가 축축해질 무렵 능선 위에 올라섰습니다. 이제부터는 동백골의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편안히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본격 태풍권에 접어들었는지 빗줄기가 제법 거세진 바람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굵어진 빗방울은 바로 옆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더해져 귀청을 울려댑니다.
동백골 계곡을 따라 딱 계곡물의 폭 만큼 바로 옆으로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피어 빨간 꽃물결로 흐르고 있습니다. 초록의 숲속에서 도드라진 꽃무릇의 아름다움으로 목덜미로 신발 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도 마냥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1시간 여 숲길 여정을 마치자 불갑사 직전에 작은 저수지가 나타났습니다. 아담한 벤치가 군데군데 놓여진 산책로가 꽃무릇 군락을 끼고 잘 만들어져 있더군요.
저수지의 정한 물에 비친 꽃무릇의 풍경은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자꾸 지워대는 통에 감상할 순 없었습니다. 대신 꽃무릇 군락과 저수지가 빚어내는 호젓한 우중 풍경이 결코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새겨주었습니다.
불갑사를 한바퀴 돌아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뒤돌아보니 길가 나무그늘 아래마다 온통 꽃무릇 군락으로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허전함을 달래려 왔던 우중 불갑산 산행길. 꽃무릇의 붉음은 허름한 가슴에 정열의 꽃불을 피워놓았고, 그 꽃불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식지않고 훨훨 타올랐습니다.
● 여행정보
■ 숙식
불갑사 주변엔 마땅한 숙박시설은 없고 보리밥 등을 파는 식당만 몇 곳 있다. 영광 읍내에 세종모텔(061-352-1118), 미성호텔(061-353-424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함평 읍내에도 함평장(061-323-8123), 모아모텔(061-324-2266) 등 숙박할 곳이 있다.
■ 별미
영광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엔 굴비정식(1인분 10,000~12,000원)을 차리는 식당이 여럿 있다. 함평의 별미인 한우는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읍내 장터에 목포식당(061-322-2764) 등 한우를 차리는 식당이 있다. 육회 한 접시(2인 분량) 20,000원.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23번 국도→영광읍(함평 방면)→불갑 삼거리(좌회전)→불갑사. 수도권에서 4시간 소요. 함평 용천사는 불갑면→23번 국도(함평 방면)→5km→백운리 삼거리(좌회전)→838번 지방도→5km→용천사.
● 스님을 사모하던 여인의 꽃
고창 선운사
봄날의 동백으로 아주 유명한 선운사는 가을엔 꽃무릇이 주인공이다. 산 전체가 불이라도 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널따란 평지가 온통 꽃무릇 군락지다.
굽이도는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아이들 손을 잡고 거닐며 사진 찍기도 좋다.
이곳의 꽃무릇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곳을 원한다면 선운사 앞 선운계곡 주변으로 가보자. 단풍나무 그늘로 뒤덮인 계곡길을 오르내리며 꽃무릇을 감상하다보면 마음은 저절로 평온해진다. 차밭 근처의 숲속에 핀 꽃무릇도 장관이다.
선운사 꽃무릇엔 안타까운 전설이 전한다. 불공을 드리러왔던 젊은 여인이 젊은 수도승을 사모하다 상사병으로 죽었는데, 그 여인의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꽃무릇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절집 주변에 상사화나 꽃무릇이 흔한 것은 까닭이 있다.
상사화나 꽃무릇의 알뿌리는 강력한 살균력을 갖고 있어서 좀이 슬지 않기 때문에 얇은 한지를 여러 겹 겹쳐 표구했을 때도 이것을 쓰면 수천 년을 보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탱화를 그리는 금어(金漁) 스님은 알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물감에 타 그렸던 것이다. 또 제방이나 둑에 심으면 쥐나 두더지가 구멍 뚫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 여행정보
■ 숙식
선운사 입구의 집단시설지구에 숙식할 곳이 몰려 있다.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 동백호텔(063-562-1560) 등 호텔급을 비롯하여 선운장(063-561-2035), 삼인민박(063-562-1590), 선운사의 추억(063-561-277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 별미
선운사 꽃무릇을 감상한 뒤 맛보는 풍천장어와 복분자술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풍천장어는 거의 양식이긴 해도 육질이 매우 졸깃하고 담백하기 때문에 복분자술을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
선운사 삼거리에서 선운사 방향으로 300m 정도 들어가면 왼쪽으로 선운사풍천장어집(063-562-5878)이 보인다. 손맛 빼어난 토박이 사장님이 직접 양념을 하고 구워낸 장어 맛이 일품. 1인분(375g)에 15,000원. 식사로 딸려 나오는 돌솥밥(1인분 1,000원)도 맛있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선운산 나들목→22번 국도(선운사 방면)→선운사 삼거리(좌회전)→선운사
첫댓글 똘방이님~ 예쁜 사진과 함께 유익한 여행정보 고맙습니다.
여행정보 감사합니다.제목 빨간색은 바꾸셔야겠네요. 공지글 올릴때만 쓰는 색이랍니다.
꽃을 보니 또 떠나고 싶네요. 올 가을 제대로 여행한번 못하고지나갈 듯 합니다...ㅡ.ㅡㅋ
정말 가 보고 싶어지네여.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