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의 음본세*
예술문화, 이제는 내용이다.
정 두 환(문화유목집단동행 예술감독)
항구도시 부산이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 빠르고 노련하게 진행 중이다. 젊은이들은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며 일할 인구는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을 논하고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배부른 것이라 할 수 있겠으나, 예술문화는 사람의 나이와 인구 수에 의해 흔들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와 인구수에 관계없이 세대간 구분짓기 보다는 함께 어울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예술문화를 같이 생각하여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항구도시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빨리 빨리를 이야기하는 속도전 문화는 대한민국 문화이기도 하지만, 항구도시의 특징이다. 이는 살아있어야 할 생선의 즉 활어 시장의 영향력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또 다른 것이 문화에 대한 관대함과 개방성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다양함으로 자생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필자가 관심 갖는 부분은 개방성이다. 도시 특성상 외부 문화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특히, 예술문화는 타 도시보다 먼저 접할 기회가 된다. 더불어 사고 또한 유연하게 형성 될 확률이 높다. 외부와의 교류가 많아지면 서로를 이해하는 힘과 폭이 넓어지게 되고, 따라서 외부의 유입이 적은 지역의 견고한 사고보다는 훨씬 유연하다. 상대적으로 외부의 다양한 문화에 반해 더욱 고립된 사고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대체적인 흐름은 관대하며,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
음악 분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공립교향악단 중 최초로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마크 고렌슈타인이라는 외국인 지휘자를 상임지휘자로 초빙한 이후 블라드미르 킨, 반초 차브다르스키, 알렉산드 아니시모프, 리 신차오 등 외국인 지휘자들이 부산시립교향악단을 이끌었다. 이후 타 지방에서 외국인 지휘자를 영입하였다. 이는 개방적인 성향의 시민들이 수용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적의 선택을 할 준비가 항상 되어있는 것이다.
부산은 크고 작은 예술행사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시다. 지난 10월 13일에서 16일까지 있었던 2023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아트마켓(BPAM)은 다양한 공연예술의 활성화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부산에서도 아트마켓을 성공 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의 예술시장에서 부산을 중심으로하는 새로운 예술공연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는 부산은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산콘서트홀 등을 비롯하여 더욱 다양한 공연장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외부적인 요인 즉, 공연장은 잘 갖추어지는 상황에 있다면, 더욱 체계적으로 잘 준비된 기획으로 다양한 공연들을 제작해야 할 시점이다. 다양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공연이 만들어 질 때 관객층이 살아나게 된다.
수준 높고 다양한 공연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부산은 이를 충족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공연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공연장이 완공되기 전부터 다양한 관객층의 수요조사와 함께, 부산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하다는 것은 전공이 다른 개별적인 작품들의 높은 완성도 갖춘 공연이 무대에 올려진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만을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기본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된다. 비슷한 수준의 공연들이 넓게 펼쳐진 것은 성공하지 못하는 것들의 집합체나 같은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전공의 수준 높은 역량을 무대에서 만날 때 문화의 풍요를 이야기한다.
부산의 많은 개별 극장들이 공연을 연결해주는 대관 중심 공연장에서 벗어나 공연장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공연을 만드는 제작중심 공연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제작 중심의 공연장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각 공연장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를 빠르게 적용해 나갈 때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관객들은 다양한 문화를 손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빨리 식상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공연장들은 명심해야 한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던 모처럼의 좋은 기회가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었다. 처음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관심을 보였으며, 주최측의 기대와 희망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각각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일의 출발선에 섰다는 의지로 새롭게 시작하여야 한다. 이는 각계 각층의 관객에 맞는 맞춤형 공연을 만들어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계층의 기호에 맞는 맞춤형 공연, 공연장 각각의 상징할 수 있는 공연을 만날 수 있도록 전문예술인들과 더불어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예술계의 선배들은 젊은 후배 예술인을 비롯하여 열심히 일할 연령의 예술인들이 더 이상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여야 한다. 더이상 서울을 비롯하여 수도권으로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는 일 만큼은 막아야 한다. 다양한 일자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부산을 만들어야 하며 320만명이 넘게 살고 있는 도시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공연예술계는 더 이상 강건너 불 보듯하지말고, 지역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각 공연장은 특색있는 공연을 만들어 지역을 인재가 등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역을 넘어 전국, 아니 세계적인 예술인들을 그냥 받아들이기만 할 때 부산의 젊은 예술인들은 좌절할 것이며,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오히려 지역이 인재를 키워 수도권을 넘어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작업을 공공기관과 각 공연장들이 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공연장이 존재하는 역할 수행이 이러한 일에도 있음을 인지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각 공연장들은 뛰어난 공연기획자들을 선발하여 이미 확보하여 잘 갖춰있다. 이 기획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어떻게 선보일 것인지는 각 공연장 책임자들의 능력에 달려있다. 언제까지 외부 기획사들이 제공하는 공연을 선택하기만 하게 내버려 둘 것인가? 좋은 공연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예술인 발굴과 소개 또한 중요한 일이다.
지난 3년 동안 부산시는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오페라 활성화를 위한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여 다양한 효과를 경험하였을 것이다. 이 실험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더욱 알찬 결과물을 내 놓아야 한다.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의 공연예술계의 먼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부산의 젊은 예술인들이 부산을 지킬 수 있는 방안과 어떻게 지원 할 것인지와 또한 부산의 선배 예술인들의 후배 예술인들을 향한 열정적인 지원과 방안을 더불어 만들어야 한다. 선배 예술인들은 젊은 날 불태웠던 예술혼을 다시금 되살려 후배를 위한 열정으로 부산 예술문화의 꽃을 피워야 한다.
노인만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 아니 선배는 후배를 키워야 한다는 소명 의식과 후배를 위한 열정으로 그들과 더불어 함께 동행하는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 예술을 먼저한 선배 예술인들의 전문적인 식견과 지혜를 후배 예술인들을 위해 한쪽 어깨를 살며시 내어주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 줄 시간이다.
살아가기 좋은 도시 부산, 이곳엔 사람이 있다!
부산시와 부산의 상공업계를 비롯하여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고 도시를 진정 사랑하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인간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사이가 있는 도시의 집단지성이 발휘되어야 할 때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