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8백만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된장찌개. 구수한 된장에 몇 가지 식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간단하게 끓일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고수들의 손맛을 갈망하는 까닭은 된장 힘으로 산다는 한국인의 어쩔 수 없는 식탐일까. 한식, 일식 등 각 분야의 이름난 요리연구가들이 비장의 된장찌개 레시피를 공개한다.
|
<쿠켄>이 찾아낸 맛있는 된장찌개 공식 : 제철재료 담뿍 넣고 집된장 풀어 뚝배기에 끓여라!
1. 프랑스 요리연구가 김수미 - 시부모님표 된장으로 끓인 담백한 된장찌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밥상에 올리는 음식이 된장찌개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제철 재료를 넣어 맛의 변화를 줘야 물리지않아요. 사실 집에서 담근 된장이라야 대부분 한 가지 정도일 테니 부재료로 맛의 변화를 줄 수밖에 없거든요. 또 된장의 용도에 따라 알맞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요. 밥에 비빌 때와 쌈을 쌀 때 된장을 달리 써야 함은 물론 삼겹살을 먹을 때는 청양고추 등을 썰어 넣어 칼칼하게 맛을 내고, 보리밥과 나물밥을 먹을 때는 나물의 향을 살릴 수 있도록 담백하게 만들어야 하죠.
우리 식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몸에 좋은 된장을 먹고 있을 거예요. 우리 집 된장은 시부모님의 합작품이에요. 시부모님은 된장을 담그기 어려운 아파트에 사시지만 그 정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랍니다. 시골 농가에 부탁해서 질 좋은 국산콩을 양껏 준비하신 다음 푹 삶아 메주를 만드세요. 그런 다음 고이고이 모셔둔 메주틀에 메주를 찍어내 집 안 곳곳에서 발효를 시키죠. 아파트 곳곳에 놓인 메주와 그 메주가 내뿜는 향을 상상해보세요!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로 우리 가족은 항상 맛있는 집된장과 집간장을 먹는답니다. 이런 맛에 한번 길들여지면, 시판 된장이 시시해지기도 하지요. 차선책으로는 재래시장에서 된장을 사 먹는 방법도 있어요. 여러 집의 된장을 맛본 후 입맛에 맞는 걸로 사면 되지요.
된장찌개 끓이는 법은 계절에 따라서 좀 달라야 해요. 계절마다 나오는 채소도 다르고, 또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서 걸쭉해지기도 하고 맑아지기도 하니까요.
우리 식구가 가장 좋아하는 토속적이면서 담백한 된장찌개의 레시피를 공개할게요. 먼저 육수를 만들어야겠지요. 시간 여유가 있을 때와 후다닥 만들 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는 뚝배기에 3컵 정도의 물을 붓고,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이 작업은 *을 뺀다고 하죠. 좋은 멸치를 사온 날, 한꺼번에 손질해서 팬에 살짝 볶은 다음 냉동고에 보관해 사용합니다) 국물용 멸치 20마리 정도와 다시마를 넣고 국물에 색이 돌고 멸치가 물러질 때까지 푹 끓입니다. 물론 다시마는 중간에 건져내고요. 육수가 만들어지면 멸치를 건져내고 된장을 2큰술 정도 넣어 풉니다. 보글보글 끓으면 여기에 고춧가루 1작은술과 잘게 썬 작은 양파 1개를 넣고, 부추를 듬뿍 넣은 다음 불을 끄고 바로 밥상에 올립니다. 그러면 부추의 향긋한 향과 아삭하게 씹히는 양파의 맛이 좋게 느껴지지요.
후다닥 만들어야 할 때는 찬물에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미리 만들어둔 천연 양념 1큰술을 넣고, 나머지 재료를 넣으면 10분 안에 된장찌개를 끓일 수 있답니다. 천연 양념은 멸치, 마른 새우, 마른 표고버섯, 말려서 볶은 다시마를 핸드 블렌더에 넣고 갈아 두었다가 사용합니다. 된장찌개는 금방 식지 않는 그릇에 담아내야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고요. 한 끼 분량만 끓여야 맛있죠. 다시 데운 된장은 맛이 없잖아요.
2. 한식 요리연구가 김숙년 - 세월은 변해도 그 맛은 변치 않는 된장찌개
간단한 음식 같아도 그리 간단치 않은 음식이지요. 우선 된장 맛에 따라 찌개 맛이 달라지고 어떤 재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모두들 된장찌개 하면 감자, 두부, 양파, 호박을 넣는데 이것은 어울리지 않는 궁합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감자는 국물을 텁텁하게 하고 두부는 된장의 간을 먹어버려 제 맛이 나지 않아요. 또 양파와 호박은 들큼한 맛을 내서 된장 맛을 해치거든요.
맛있는 된장찌개를 맛보려면 몇 가지 비법이 있어요.
첫째는 장이 맛있어야 해요. 된장은 2년 정도 숙성시킨 것이 가장 맛있는데 담근 지 2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보기만 해도 입맛 돌던 황금빛 색이 검게 변하거든요. 이럴 땐 햇된장과 섞어 먹으면 되지요.
둘째는 그 계절에 가장 맛있고 흔한 재료를 써야 합니다. 이른 봄 된장찌개에는 달래를 넣어야 맛있고 사월에는 제주에서 올라온 풋마늘대나 부추를 넣고, 오뉴월에는 풋고추가 맛을 내지요. 한여름에는 매운 반불겅이를 넣고, 늦여름에는 맨드라미를 넣고, 겨울에는 북어를 넣어 끓이면 되지요. 이렇게 제철 재료를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면 음식 하나에도 계절 감각을 느낄 수 있어요. 요새는 풋마늘대가 제격이지요. 마른 표고버섯 2개를 미지근한 물에 불려 밑동을 떼고 굵게 채썰어요. 10cm 길이의 풋마늘대를 4cm 길이로 어슷썰어두고 쇠고기는 우둔살로 50g 정도 준비해서 송송 썰어서 뚝배기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된장 1큰술과 표고버섯을 넣고 수저로 대강 버무립니다. 그런 다음에 쌀뜨물 1컵을 붓고 중간 불에 올리세요. 풋고추 2개와 붉은 고추 1개는 어슷하게 썰어 씨를 털어내고요. 된장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풋마늘대와 고추를 넣고 거품을 걷어낸 후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 1/2작은술을 넣고 불에서 내려 바로 상에 올리면 된답니다.
셋째는 된장찌개는 바글바글 끓으면 얼른 상에 올려 뜨겁게 먹어야 맛있어요. 반드시 뚝배기에 끓여야 합니다. 냄비에 끓으면 금세 식어 맛이 없거든요.
3. 일식 요리연구가 김정은 - 아이들이좋아하는 부드러운 맛의 된장찌개
저는 칼칼하고 시원한 된장찌개를 즐겨 먹어요. 뚝배기에 물 4컵을 붓고 다시마, 멸치, 마른 새우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요. 끓으면 다시마와 멸치는 건져내고 애호박, 감자, 대파, 청양고추, 두부를 한입 크기로 썰어 넣고 한소끔 끓입니다. 여기에 된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살짝 끓이면 칼칼한 맛의 된장찌개가 완성됩니다.
봄에는 달래, 냉이 등을 넣어 그 향을 즐기고, 가을에는 갖은 버섯을 넣고 겨울에는 연근이나 마, 단호박 등을 넣어서 구수하게 끓인답니다. 국물 낼 시간이 없을 때는 마른 새우, 멸치,다시마를 핸드 블렌더에 넣어 곱게 갈아 밀폐용기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사용하지요. 많은 양을 끓여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냄비에 끓이지만 가족끼리 단출하게 식사할 때는 뚝배기에 끓여 밥상 위에 올려서 먹고요. 숟가락을 놓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오래 구수한 맛을 유지시키는 뚝배기와 따뜻하게 먹어야 먹는 맛이 나는 된장찌개는 꽤 훌륭한 궁합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맛의 된장찌개 끓이는 법도 알려드릴게요. 사태로 육수를 내는데 힘줄이 무르도록 푹 삶습니다. 이렇게 끓인 사태 육수 4컵에 삶은 사태, 두부, 양파, 감자를 넣고 끓이다가 된장(된장 3큰술, 일본 된장 1큰술)과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입니다. 일본 된장을 넣기 때문에 끝맛이 약간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워 아이들이 참 잘 먹는답니다.
된장찌개 끓일 때 가장 맛있어야 하는 식재료가 된장이잖아요. 그래서 된장은 까다롭게 고릅니다. 다행히 시댁에서 매년 된장을 담그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주로 시댁의 된장을 이용해요. 시판 된장 중에는 유기농 콩으로 직접 담가서 구수한 맛이 살아 있는 광이원의 된장이 가장 입맛에 맞더라고요.
|
4. 한식 요리연구가 김주성 - 이른 여름내음 가득한 애호박 된장찌개
뭐니뭐니 해도 국물이 맛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멸치의 왕이라 불리는 죽방멸치로 국물을 냅니다. 마른 새우도 감칠맛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또 대파를 많이 썰어 넣고요. 개운한 맛을 내고 싶다면 3~5개 정도의 모시조개를 넣고 입을 벌릴 때까지 끓이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볼까요. 우선 질그릇에 4컵에서 5컵 정도의 물을 붓고 죽방멸치와 마른 새우를 넣어 20분 정도 끓여 국물을 만든 후 건더기는 건져내세요. 기호에 따라 2~3큰술의 된장을 체에 걸러 잘 풀어 넣고 남은 찌꺼기는 버리고요. 반드시 체에 걸러야 덩어리지지 않고 국물 맛도 깔끔하답니다. 납작납작하게 썬 양파와 무, 감자를 넣고 끓여 끓기 시작하면 송송 썬 대파를 넣으세요. 청양고추도 1개 정도 썰어 넣고 다진 마늘을 넣으면 된장찌개의 기본 맛이 난답니다. 이렇게 끓이면 좀 심심하죠. 두부를 네모지게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봄에는 냉이나 달래를 넣고 가을에는 버섯이나 토란, 겨울에는 굴, 조개, 게를 넣어 끓여 먹지요. 여름에는 애호박만큼 맛있는 재료도없답니다. 그리고 된장찌개가 먹기 좋게 끓었을 때 불에서 내려 바로 먹어야 맛있어요.
시판 된장으로 맛있는 된장찌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요. 우리 집은 물 좋고 공기 맑은 강원도 평창의 국산콩으로 된장을 만들어요. 집에서 만든 된장이야말로 국이나 된장찌개를 끓이는 데 최고이지요. 그릇에도 신경을 씁니다. 무공해 질그릇을 사용하는데요,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것은 유약에 납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 가급적 광택이 없는 뚝배기가 좋겠지요. 다른 그릇에 덜어서 상에 낼 필요도 없고 가족끼리 보글보글 끓는 것을 나누어 먹으면 맛도 좋고 가족간에 정을 나누기에도 그만이지요.
5. 한식 요리연구가 박종숙 -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로 맛을 낸 된장찌개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요, 첫째, 된장과 고추장을 3대 1이나 4대 1의 비율로 넣고요. 둘째, 생강즙을 꼭 넣어야 해요. 셋째, 멸치나 바지락으로 국물을 내야 맛있지요.
박종숙표 된장찌개는 이렇게 끓여요. 차돌박이 50g을 얇고 작게 썰어 바지락 100g과 함께 뚝배기에 넣고 다진 마늘 1큰술, 생강즙 1/2작은술을 넣어 참기름으로 살짝 볶아요. 여기에 멸치 국물을 2컵 붓고 우르르 끓으면 된장 3큰술에 고추장 1큰술, 깍둑썰기한 두부와 느타리버섯, 생표고버섯을 넣어 다시 한 번 끓입니다. 거품을 걷어내고 대파 1/2대, 어슷썬 풋고추와 붉은 고추, 팽이버섯을 넣고 살짝 끓여 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맛이 좋아 <쿠켄> 독자들께 권하고 싶은 된장은 제 손으로 담가 먹는 막장이랑 샘표의 콩된장, 애뜰된장이랍니다. 된장도 맛있어야 하고 끓이는 정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어디에 끓여 내느냐도 아주아주 중요해요. 저는 ‘징광옹기’의 내열 뚝배기, ‘밈’의 옹기 뚝배기, ‘현대공예’에서 구입한 선암옹기를 자주 사용한답니다.
6. 이탈리아 요리연구가 박주희 - 바지락으로 국물을 낸 된장찌개
된장찌개 맛있게 끓이는 노하우라…. 물론 있지요. 아무리 이탈리아 요리연구가라 해도 명색이 한국 사람인 걸요. 멸치 육수를 낼 때는 쌀뜨물로 내고요, 마늘은 맨 나중에 넣지 말고 채소 넣을 때 미리 넣고 끓여야 마늘 특유의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나지 않아 구수하게 끓일 수 있어요. 또 두부는 냉동실에 살짝 얼려서 넣어야 두부 표면이 스펀지 조직처럼 변해 된장 맛이 잘 밴 별미 된장찌개가 탄생한답니다.
가장 자주 끓여 먹는 된장찌개를 소개하면 바지락 200g을 깨끗이 씻어 3%의 소금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먼저 해감을 빼세요. 그러고 나서 애호박 1/2개와 무를 납작하게 썰고 두부 1/4모는 도톰하게 썰어요. 청양고추 2개와 대파 1/3대를 어슷하게 썰어두면 재료 준비가 다 됐습니다. 멸치 국물(4컵)이 끓으면 된장 21/2큰술과 고추장 1큰술을 풀어 넣고 무를 넣어 2분 정도 끓여요. 바지락과 애호박, 두부,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약간 넣고 한소끔 더 끓이고요. 채소가 익으면 대파를 넣고 살짝 끓여 먹으면 됩니다. 또 된장도 중요하지요. 저는 맥 된장과 순창 재래 된장을 2대 1의 비율로 섞어 넣습니다.
|
7. 허브 요리연구가 박현신 - 고추씨를 넣은 칼칼한 집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된장찌개야말로 연륜의 맛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음식이지요. 똑같은 된장으로 끓였는데 저와 어머니의 된장찌개 맛이 다른 이유를 알았습니다. 된장도 맛이 있어야 하지만 멸치 국물이 맛을 크게 좌우하더군요.
어머니가 끓이는 것을 보면 우선 무, 멸치, 다시마, 파뿌리를 넣어 약한 불에서 1시간 정도 푹 끓여 멸치 국물을 만드세요. 이론대로라면 다시마는 국물이 끓기 전에 꺼내야 하는데 다른 재료와 함께 푹 끓이시더군요. 이론상으로는 맞지 않지만 여기에 어머니의 비법이 있었어요. 또 양도 한꺼번에 많이 끓이시고요. 저도 어머니식으로 멸치 국물을 한꺼번에 끓여놓지요. 건더기는 건져놓고 멸치 국물은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식 국물 요리에 요긴하게 쓴답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뚝배기에 제철 재료와 된장을 넣고 재료 위로 3cm 정도 올라오게 멸치 국물을 부어 중간 불로 끓이다가 거품을 걷어내면서 불을 약하게 하여 보글보글 끓입니다. 두부를 넣고 싶으면 이쯤에 넣고 청양고추, 파를 넣고 아주 살짝 끓인 후 불에서 내립니다. 저는 된장찌개에 마늘은 넣지 않습니다. 마늘의 향이 된장의 향과 맛을 누르기 때문이지요. 대신 고추씨를 넣어 담근 칼칼한 우리 집 된장으로 끓인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먹는 시간과 불에서 내리는 시간의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입니다.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너무 오래 끓여도 맛이 없는 것이 된장찌개인 것 같아요. 미리 끓여놓아도 맛이 없습니다. 상에 내기 바로 전에 보글보글! 이것이 바로 박현신표 된장찌개 공식입니다.
8. 동남아시아 요리연구가 백지원-종자된장과 디포리 육수로 맛을 낸 어머니의 된장찌개
매일 된장을 상에 올리셨던 어머니는 늘 디포리(멸치처럼 쓰는 국물용 마른 밴댕이) 육수를 큰 솥에 뽑아놓으셨지요. 멸치보다 구수하고 비리지 않아 육수로는 제격이랍니다. 햇볕 잘 드는 장독대의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면 황금을 품은 듯 누런색 광이 퍼져 나왔습니다. 새끼손가락으로 쿡 찍어 맛보고 싶을 만큼 구수한 생된장 향이 풍겨나옵니다. 손수 물 주며 키우신 손가락만 한 풋고추를 찍어 먹으면서 생된장의 단맛을 알게 되었어요.
어머니의 된장은 짜지 않아서, 된장을 많이 넣고 끓여 국물이 걸쭉한 것이 특징입니다. 무나물이나 콩나물을 넣고 비벼 먹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지요. 된장 뚝배기의 양으로는 많은 식구를 감당할 수 없어 양은으로 된 된장 냄비가 따로 있었어요.
온 식구들이 지금도 얘기하는 어머니표 된장찌개의 비법은 남은 된장을 버리지 않고 종자된장처럼 끓이고 또다시 끓이는 것이지요. 저는 어머니 살아 계실 때 “그 냄비는 평생 물 구경 못하겠어요”라고 말하곤 했지요. 자식들이 내려가면 어머니는 향긋한 미더덕과 바지락까지 넣어 한 냄비나 되는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리셨습니다. 담백한 디포리 육수에 향긋한 미더덕이 향을 더하고, 어머니가‘땡초’라 부르시던 청양고추 몇 개가 된장 맛을 완성시켜줍니다. 그런 어머니의 된장찌개를 추억하며 끓여보지만 늘 그 맛은 따라할 수가 없습니다.
황금빛 어머니의 된장도 아니고 제일 중요한 종자된장마저 없는 탓이지요. 그래도 늘 어머니의 된장 맛을 못 잊어하는 남편을 위해 한 뚝배기 끓여봅니다.
염도가 약해 양을 넉넉하게 넣어도 되는 솜씨 좋으신 형님과 언니 된장 1/3컵과 디포리 다시마 육수 2컵, 바지락 10개, 미더덕 20개, 양파 30g, 청양고추 3개, 애호박 50g, 표고버섯 2개, 두부 80g,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이 필요합니다. 물 4컵에 디포리 7마리와 10cm 길이의 다시마 1장을 넣고 끓이다 부르르 끓어오르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7~8분 더 끓인 후 걸러서 맑은 육수 2컵을 만듭니다.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떫은맛이 나므로 아깝다 생각 말고 건져내세요. 디포리 다시마 육수에 된장을 잘 풀어 넣고 먼저 깍둑썬 양파, 호박을 넣고 끓입니다.
호박과 양파가 반쯤 익도록 끓인 후 나머지 준비된 재료를 넣고 끓이다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고춧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돼요. 비법이라면 식구들이 워낙 국물이 빡빡한 된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염도가 낮은 된장을 넉넉하게 넣어요. 혹, 된장이 짜기라도 하면 소금 간을 약하게 한 청국장을 만들어 늘 냉장 보관하면서 조금씩 넣고 끓이지요.
어머니가 계실 때는 어머니 된장이 최고였는데 이젠 그 솜씨를 이어받은 형님 된장과 언니 된장이 맛있어요. 시판용 된장으로는 비교적 염도가 낮고 국산재료로만만든다는 토속촌 된장을 이용하며 청국장을 만들어 섞어 끓여요.
9. 푸드 아티스트 오정미 - 우리네 된장과 일본 백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된장찌개하면 손맛, 가문의 전통대로 내려오는 맛 등등 너무나 맛있는 된장찌개가 많아서 감히 한마디로 단정 짓기 힘들어요. 제가 끓여 먹는 된장찌개요? 먼저 10cm 길이의 다시마 1장을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끓입니다. 끓으면 가다랑어포를 한 줌 넣어 우려내지요. 반쯤 으깨진 청국장 알갱이가 섞여 있는 된장과 일본 백된장을 반씩 섞어 잘 푼 다음 한소끔 끓으면 채소를 넣고 끓이다 버섯, 해산물 등을 넣어 잠깐 끓인답니다. 산뜻하고 영양만점이죠! 여기에 우리 동네 아주머니가 만들어 파는, 상표도 없고 크기도, 모양새도 약간씩 다른 청국장을 빼놓으면 서운하죠. 그 아주머니 손맛이 담긴 청국장이 제 입맛에 딱이거든요! 당연 뚝배기에 끓여야 맛있지만 두꺼운 냄비라면 OK입니다.
10.한식 요리연구가 이미경 - 집된장을 넣어 끓이는 계절별 된장찌개
된장찌개라면 연륜이 있는 요리연구가에게 특별한 노하우를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제멋대로의 노하우를 소개할게요. 한식에 있어서 장은 음식의 기본이 되기에 그 집의 장맛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해요. 몇 해 전부터 장 담그기에 관심을 갖고 참관하기 시작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직접삶은 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기 시작했어요.
과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맛있는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일 년 내내 두고 먹을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르겠더라고요. 된장을 담글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좋은 콩을 구하는 거예요. 다행히 순창에서 콩농사를 지으시는 친척분이 계셔서 그 분께 부탁해 얻은 콩으로 장을 담는답니다.
짜게 담가야 저장하기 쉽기 때문에 된장의 염도가 높잖아요. 그래서 우리 집 된장찌개는 집된장과 시판 된장을 2대 1의 비율로 섞어 걸쭉하게 끓여 먹어요. 더 걸쭉하게 먹고 싶을 때는 가미되지 않은 청국장을 넣어 끓이면 색다른 맛이 나고요.
시판 된장은 샘표 콩된장이 맛있더라고요. 많이 짜지 않고 콩알이 살아 있어 식감도 살려주고요. 예전에 샘표공장으로 견학을 간 적이 있었는데 공장이 너무 깔끔하게 유지되어 제품에 대해 더욱 신뢰하게 됐어요.
멸치와 다시마로 진하게 국물을 내고 계절에 따라 재료를 달리 넣고 간을 된장으로 맞춥니다. 봄에는 봄나물을 넣어 상큼한 맛을 더하고, 여름에는 호박, 풋고추,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한 맛을 더하고, 가을엔 버섯을 넣어 구수한 맛을 내고, 겨울엔 묵은 나물을 넣어 끓입니다. 이렇게 하면 계절마다 다른 된장찌개 맛을 낼 수 있거든요. 또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다시 상에 오르면 맛이 없으므로 적은 듯 적당한 양을 끓이는 것이 저만의 노하우랍니다.
이 기사는 디시인사이드에서 만들어 클린레터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