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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부선 원문보기 글쓴이: 노불레스(임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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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선글라스 케이스는 불만이다. 열리는 각도나 공간이 터무니없이 작다. 웬만한 선글라스는 들어가지도 못할 크기다. 너무 안쪽으로 박아 넣은 듯한 위치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BMW보다 한결 낫다. BMW는 아예 선글라스 케이스조차 없다.
시트는 조금 의외다. 딱딱한 정도는 두 차가 비슷하다. BMW는 엉덩이 받침이 장거리 드라이빙 때도 편했다. 비슷한 감각을 지닌 아우디 A6 2.4는 등받이가 뛰어나다. 사이드 볼스터가 두텁고 봉긋 솟아 상체를 잘 잡아준다. 단, 타고 내릴 때 조금 거슬린다. 아우디는 전동식 럼버서포트가 달려 오너 체형에 따라 허리를 받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BMW 523i는 아예 럼버서포트가 없다.
계기판 시인성은 BMW가 앞선다. 단순한 눈금이 금세 눈에 익고 보기 편하다. 어느 속도 영역에서든 판독이 쉽다. 반면 아우디는 복잡한 눈금을 촘촘하게 그려 넣어 스포티를 강조했으나 시인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A6 2.4는 한술 더 떠 속도계의 눈금이 ‘10, 30, 50, 70km/h’ 등 홀수로 표시된다. 라틴계 민족이라면 1, 3, 5, 7, 9 등 홀수가 익숙하겠으나 한국 땅에선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우리에겐 BMW처럼, 20, 40, 60, 80km/h로 나뉘는 짝수가 편하다.
주차센서는 BMW가 앞뒤 모두에 달렸다.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 i드라이브 모니터를 통해 장애물에 근접 상황까지 표시해준다. 아무리 좁은 주차장에서도 밀어 넣기 쉽다. 오히려 주차가 즐거울 수 있다. 반면 아우디는 그저 소리로만 경고 해준다. 그나마 앞쪽에는 센서가 달리지 않는다.
아우디에게도 단점은 있다. A6 2.4의 경우 뒷자리의 센터터널이 제법 높게 솟아올랐다. 앞바퀴굴림임에도 뒷바퀴굴림처럼 2열 센터터널이 솟아오른 이유는 윗급에 얹은 콰트로 시스템 탓이다. 하나의 보디 폼을 가지고 위아래 급의 AWD와 FF를 모두 만들 때 생기는 단점이다.
차의 디자인 특성은 달리기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아우디는 모든 동작이 우아하다. 스티어링 휠이 BMW보다 가볍고, 반발력도 작다. 코너를 돌고 빠져나오는 모습이 한결 고급스럽고 편하다. 반면 BMW는 예민하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오는 노면의 감각도 살아 있고, 언더와 뉴트럴, 오버 스티어 등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주행안정장치 DSC를 끄면 상황은 돌변한다. 서킷의 헤어핀이 연속되는 구간에서는 자칫 두 번째 모션, 즉 카운터스티어가 정교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꽁무니를 바깥으로 틀어버린다. 카운터스티어 상황에서 차를 바로 세울 만한 순간 출력도 부족한 편. 꽁무니를 살짝 흘리면서 코너를 빠져나온다면 모를까 과격한 드리프트는 여지없는 스핀이다. 핸들링이 뛰어난 반면, 출력은 그에 못 미치는 상태다.
BMW는 가속페달을 건드리기만 해도 득달같이 달려든다. 직렬 6기통 2.5ℓ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는 23.5kgㆍm를 낸다. 트랜스미션의 초기 반응, 특히 1단 기어비가 커 체감상 아우디를 크게 앞선다. 그러나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기록은 아우디 A6 2.4에 뒤진다. 본지 계측 기록 역시 아우디 A6 2.4의 순발력이 더 빨랐다.
아우디 A6 2.4는 V6 2.4ℓ 엔진을 얹었다. 배기량은 523i에 모자라지만 최고출력은 똑같은 177마력, 순간 스피드를 좌우하는 최대토크 역시 수치 하나 다르지 않고 23.5kgㆍm다. 다만 이 힘을 앞바퀴에 부지런히 전달하는 트랜스미션은 CVT 방식이다. 이는 이론상으로 트랜스미션의 기어단수를 늘리는 것보다 동력 손실이 적다. 출력낭비가 없어 연비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지금까지 논리로만 존재해 왔다. 한참 CVT 바람이 불던 1990년대 많은 메이커가 CVT를 도입했으나 출력 부족과 연비 등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얻지 못했다. 대부분 CVT를 등지고 다시금 일반 트랜스미션으로 되돌아와 기어 단수 늘리기 경쟁에 돌입했다. 다만 아우디는 꾸준히 개선을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른바 멀티트로닉 변속기다. 완성도 높은 멀티트로닉은 CVT의 장점을 대부분 그대로 드러낸다.
앞바퀴굴림인 아우디는 코너에서 걸핏하면 주행안정장치 ESP가 스포티를 방해한다. BMW보다 개입 시점이 빨라 간섭이 심하다. 코너링 특성은 다분히 언더스티어. 운전 스킬이 평범한 대다수 일반 오너는 아우디가 더 좋게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미끄러운 눈길에서는 앞바퀴굴림이 뒷바퀴굴림보다 안정적이기도 하다. 칼날 같은 코너링을 기대할 수 없지만 전천후 주행능력은 아우디가 앞선다.
아우디의 급가속은 두 단계로 나뉜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하면 회전수는 잠깐 3천500rpm까지 치솟으며 경쾌하게 출발한다. 이 상태가 거듭되다 시속 30km를 넘어서는 동시에 회전수는 레드존 직전인 5천500rpm까지 치솟는다.
체감 가속은 BMW에 한참이나 못 미치지만 본지의 계측 기록은 아우디가 근소하게 앞섰다. 각각 해당 브랜드에서 보내온 제원상 가속 기록도 아우디가 0.1초 앞선다. 무엇보다 A6 2.4의 추월가속이 인상적이었다. BMW 523i가 가속을 시작하는 순간 변속 타임래그에 걸리는 것과 달리, A6 2.4의 CVT는 페달을 짓밟는 동시에 차를 발사시킨다(계측 기록 참조).
계측 상황에서 제동 기록은 아우디가 BMW보다 4m 가까이 늘어졌다. 연속된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시승차에 달린 컨티넨탈 타이어. 마모가 적고 상태도 정상이다. ABS가 정확하고 빠르게 작동하고 있음에도 반복해서 타이어가 록이 되는 순간순간마다 스키드 음을 흩어 뿌렸다.
제동기록이 조금 앞선 BMW는 대신 페달 감각이 과격하다. 캘리퍼 피스톤의 진동이 브레이크 페달까지 거슬러 오른다. 멈춰서기 직전에 페달을 한 번 ‘툭!’ 쳐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아우디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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