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입니다.
해가 아주 조금 짧아졌다는 것이 느껴지지요?
장마가 끝난 후 찌는듯한 열기로 언감생심 밖에서 일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잠깐잠깐 뜰에 나가 일을 합니다.
일이라야 풀을 뽑는 일이 전부이지만 벌써 씨앗도 받아야 되더라구요.
지금 모아놓지 않으면 땅으로 다 쏟아지고 없어서 내년을 위해 정성껏 모읍니다.
매번 씨앗을 받으며 느끼는 일이지만 이 일은 참으로 숭고한 것 같습니다.
내일을 약속하는 작업이니만큼 설레기도 하구요.
그래서 오늘도 밥티시아, 솔채꽃, 헬레니움 등 씨앗을 갈무리하여 재활용한 두부 통에 담아 이름과 날짜를 적어놓았습니다.
저는 이맘때쯤 되면 항상 가방에 작은 비닐봉지를 넣고 다닙니다.
예기치 않게 어느 장소에서 씨앗을 발견했을 때 담아 갖고 오기 위해서입니다.
엊그제 제천의 기독교박물관에 갔었을 때 예수님께서 입으셨던 세마포 옷의 재료로 쓰였다던 아마 씨앗을 받아왔습니다.
겨자씨는 천 원 주고 사왔구요.
아!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먹었다는 만나를 표현할 때 깟씨와도 같았다는 표현이 성경에 나오는데 그 깟씨가 고수 씨앗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여 집에 오자마자 말라비틀어진 고수 가지에 붙어있던 씨앗들을 모아 깟씨라고 이름표를 써 붙였습니다.
오늘은 지인 집에 갔다가 숙근양귀비 씨앗을 받아왔네요.
그런데 그렇게 받은 씨앗 중 집에 가서 이름을 적어야지 하고 그냥 갖고 왔던 것 중에 영영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아주 난감합니다.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다가 끝내 모르면 장소와 날짜와 꽃 색깔 정도를 적어놓습니다.
이듬해 봄씨앗을 뿌릴 때도 네임택에 그렇게 적어 꼽아놓습니다.
당해 년 도에 꽃이 피면 바람재 꽃박사님들께 물어봐 이름을 알 수 있어 다행입니다만 2년 초면 영 없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애써 받아온 씨앗이지만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모르니, 혹은 기억을 못 하여 이상한 풀인 줄 알고 뽑아내기 때문이지요.
씨앗을 말리는 사각 채반에 씨앗들이 채곡채곡 채워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사포나리아, 빨강접시꽃, 홍동자꽃, 아메리칸 블루벨, 우단동자꽃, 베르가못 등등.... 벌써 많이 모아졌네요.
내년에 그들이 피워낼 꽃을 상상하며 혼자 빙긋이 웃습니다.
많은 양의 꽃씨는 누구에게 나누어 줄까 손가락도 꼽아보고요.
8월 말에 뿌려야 하는 씨앗과 내년 봄에 뿌리는 씨앗도 나눠놓고요.
가을파종과 봄파종이 확실치 않은 것은 가을에 조금 봄에 조금 뿌리기 위해 분리해놓고요.
ㅎㅎ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바람재님들 댁 뜰엔 어떤 씨앗이 여물어가고 있는지요?
첫댓글 참 정성스럽게 사시는 단애님!!
꽃에 대한 애정이 아름다워요.
저도 동네화단에서 씨앗을 받아 배란다 화분에 작년에는 봉숭아를, 올해는 한련화와 분꽃을 심어 한련화 꽃을 애정하며 바라보다가 분꽃이 꽃을 물어 기대하며 만발할 모습을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단애님은 훨씬 크게 느끼실듯 합니다
꽃씨나눔으로 각지에 흩어져 필 예쁜 꽃.
생각만으로도 즐거우시죠?
8월 꽃편지 고맙습니다.
한련화..... 저도 베란다 화분에 딱 한 포기 키워본적 있습니다.
얼마나 예쁘던지..... ㅎ
뜰을 갖게되면 한련화를 많이 심어 비빔밥도 해먹고 셀러드에 장식도 해야지 했었는데
작년에 씨앗 받는 것을 게을리 하여 올 해엔 딱 한 포기가 자연 발아했습니다.
그러더니 그것마저 영 사그러들었는지 없네요. 흑흑!
맞아요.
씨앗을 받는 일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지요.
부지런히 벌써 저만큼이나 많이 받아 놓으셨네요.
저도 두어 가지 받아 놓은 게 있는데 제일 처음 받아 놓은 녀석의 이름을 몰라 오래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씨앗을 받는 일은 재미난 일이기도 하지요.
지금부터는 멜람의 씨앗을 하나씩 모아야 합니다.
남은 여름도 잘 견뎌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올해도 멜람포디움꽃이 우리 정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그들의 고향인 정선생님 손길을 생각하지요.
꽃은 이렇게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청하쑥부쟁이를 볼 때마다 정쌤 뜰에서 가을 늦게까지 핀 저 꽃이 뭘까 했는데 청하쑥부쟁이라는 것을 알고
이듬해 화원에 갔다가 발견하여 얼른 데려와 그 세력을 불려나가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봤었을 때 얼마나 신비스럽고 예뻤던지 ... 늘 그 순간이 생각납니다. ^^
씨앗을 심고 꽃을 보고 또 씨앗을 받고~~
안해본 저는 감히 말 거들기가 죄송합니다.
참으아리 씨방이 여물어가며 어떤건 터지기도 했는데
받을 생각조차 안했거든요.
씨앗이 들어있기나 한가? 하며 씨방은 예쁘다 했답니다.
많이도 받으셨네요.
다이소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씨앗봉투가 있는걸
본 것 같아요.
그걸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 났습니다.^^
더운 시간 피해서 일하시고요.
잘 드시면서 체력소모 최소화 하시기를요.
건강 늘 잘 챙기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아, 그런게 있어요?
얼른 다이소엘 가봐야겠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았던 메모지 소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유구무언
걍
대단하시다
대단하시다
하고 있어요
씨앗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잊어버리고
심을곳도 없고
심지도 않으면서
아파트 화단에 꽃씨가 맺히면 습관처럼 씨앗을 받습니다
씨앗아
미안해
단해님 정성이 너무 예쁘십니다...
댓글 읽다가 제맘과 똑같으신 콜라맘님을 글을 읽곤,
웃었습니다.. 저도....씨앗들아...미안해~
@해 가...(영종도) 고맙습니다.
저도 한 때는 그리한적이 있어 매우 공감합니다. ^^
고맙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그 마음.
저도 그냥 습관적으로 씨앗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길가에 주머니속을 탈탈 털어낸적도 있었지요.....ㅎ
고귀한 정성에 탄복합니다.
몇년전 보내 주신 씨앗으로
회사 화단에 거름을 약간 주고
정성껏 뿌렸답니다.
사포나리아는 2년째 사랑을 받았구요
미니백일홍도 지금 화사한 꽃잎을 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
내땅도 없거니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작은 화단이 제 꽃밭인양 가꾸고 있지요 ㅎㅎ
꽃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고마움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늘 고맙습니다를 외친다는걸
기억해 주십시오
덥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지금처럼 늘 아름다운 삶이식이시길 바랍니다
사포나리아 꽃을 이쁘게 키우셨군요.
바람에 하늘 거릴 땐 그 매력에 폭 빠져버리게 되는 꽃이지요.
우리 엄마들은 한뼘의 땅 여유가 있으면 그곳에 꽃을 심었던 것 같아요.
생뚱맞은 곳에 예쁜 꽃이 피어있으면 저도 그 때마다 우리 엄마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니 계시던 곳엔 자주 가시나요?
벌써 갈무리를 시작할 때가 되었군요.
금방 한해가 가고 있어요.
뙤약볕 피해서 일 하시고 무리하지 마셔요.^^
고맙습니다
어휴, 뙤약볕엔 감히 나갈 생각을 못합니다.
해가 무섭고, 기온이 무섭고, 무엇보다 내 건강히 무셔버서리.... ^^
나이가 들수록 더위와 추위를 견디는 힘이 약해진 건지 점점 지구가 뜨거워져서 그런건지
에에컨이 나 대신 힘들다고 헉헉 거리는 것 같습니다.^^
단해님. 이 달은 첫날이 가기 전에 초하루편지를 읽었습니다.
해본 넘이 그 고충을 잘 알면서도 또 무심하기도 하지요.
초하루꽃편지 쓰는 일이 즐겁고 보람있지만 또 힘든 일인 걸 알면서도 첫날에 댓글 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 접시꽃과 사포나리아와 올해 싹 뽑아낸 개양귀비 씨앗만 받거나 길에서 따와서 보관 중인데
저리 많은 꽃씨들을 보니 또 슬그머니 얻고 싶어집니다.
8월 더위를 잘 견디시길요.
이달 말 즈음, 가을파종하는 씨앗을 나눔할까 생각 중인데 잘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작년엔 차일피일 미루다가 집에 오는 사람들한테만 나눠주고 말았네요.
이번엔 .... ^^
씨앗을 받는 숭고한 일은
저하고 거리가 멀어요.
화초 킬러라서 말입니다. ㅋㅋ
계절마다 피어난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요. ^^
꽃편지 쓸 수 있는 체력은 되는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8월의 시간, 행복하게 지내세요.
체력 이야기를 하시니 엄살(?)을 좀 피울께요.
정말 살면서 체력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실감하며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살면서 가장 큰사치라고했던가요?
그러니 단해님은
살면서 가장 큰 사치를 부리면서 사시는 행복한 여인
갈무리 하시는 손끝이 야무지고
그 정성드리는 모습이 안봐도
비디오네요
사치스러운 여인
행복한 여인
정녕 부러운 단해님
저흰 공중에 부~웅
떠있는 콘크리트 회색빛 사각 창문속에서 감옥살이합니다 이젠 늙어서
아무 희망도없고
죽도록 부러운 단해님
벌써 2023년도
8월 ~~세상에
8월 꽃편지 배달하신다고 수고하셨네요
예.... 유명한 작가가 정원 가꾸는 일이 가장 큰 사치라고 저도 읽은적이 있습니다.
그 어려운 일이 사치구나.... 스스로 위로하며 미소지었습니다 ^^
낮과 밤 사이에 서서히 변해 가는 정원의 모습을 보면
자연이 가르쳐주는 겸손함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고맙습니다.^^
단해님, 참으로 부지런합니다.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고,
씨앗을 받아서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일은 참으로 숭고한 불사입니다.
제가 모르는 꽃들도 많네요.
그 중에서 베르가못이란 꽃이름이 눈에 쏘옥 들어옵니다.
몇 년전에 지인이 아주 예쁜 꽃이라고 감탄했었거든요.
만나가 고수와 비슷한 맛인가 봐요.
전 고수와 배초향처럼 향이 진한 식물은 아직 도저히 먹을 수 없더라구요.
천지가 활활 타오르는 가마솥같은 요즘,
건강 관리 잘 하시고, 단해님 꽃들도 사랑을 듬뿍 받아서 날마다 번성하기를 빕니다.
허리는 좀 어떠세요?
요즘엔 부지런하고는 거리고 조금 먼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겨우 하는 일이 씨앗 받는 일, 아침에 풀 뽑는 일이 전부입니다.
만나가 고수맛과 비슷한게 아니고 만나의 생김새가 고수 씨앗과 비슷하다는 말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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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