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 기업 이면을 고발한 광고패러디 “기업, 가면을 벗겨라”
“은행이 앞서가야 손님의 기쁨이 커집니다.” (하나은행)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포스코)
“미국 J.D Power 1위, 스트래티직 비전 1위…” (현대자동차)
“브라보 유어 라이프(Bravo your life)” (삼성생명)
요즘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업광고들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본성보다는 가족이나 고객 사랑을 강조하는, 이미지광고가 주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까지 만드는 이들 광고는 상품판매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광고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그 지표를 알 수 있는 이색적인 컨테스트가 열렸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과 아마추어패러디작가연대(아패연)는 최근 ‘제2회 가면을 벗겨라 콘테스트’를 통해 기업들의 ‘가면을 벗겼다.’
지난 16일 열린 이 행사는 광고 뒤에 감춰진 기업의 부당한 활동을 시민들과 함께 찾아내고 이를 매섭게 풍자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시정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컨테스트에는 일상에서 수없이 접하는 광고와 달리 부당한 활동을 일삼는 기업들을 형식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패러디한 29편의 창작품이 접수됐다.
응모 결과 하나은행(최우수상), 포스코(우수상), 현대자동차(네티즌상), 삼성화재, 비씨카드 등은 과도한 수수료, 삼성의 편법상속, 삼성SDI 위치추적 의혹, 환경파괴, 불공정거래 등의 부당한 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광고주가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광고는 정작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들이 생략되거나 혹은 왜곡돼 전달된다. 이번 ’가면을 벗겨라’ 컨테스트에서는 기업들이 ‘알리려고 한 이미지’ 대신 ‘애써 감추려고 한 구석’들을 패러디로 표현했다. 아래는 수상작들의 내용이다.
▶[콘테스트 바로가기]
◇ 최우수상(조기성씨) : “수수료가 앞서가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집니다.” (하나은행)
○ 기존의 은행광고들을 역으로 활용하여 지나치게 높은 은행 수수료를 비판한 작품으로 무분별한 수수료 인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패러디.
○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여 서민들을 상대로 손쉽게 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고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이나 업무영역 확대를 통해 수입기반을 확충할 것을 요구.
○ 특히 원가와 비교하여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은 점을 들어 산출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로 재편되어야 함을 강조.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현실에서 무차별적으로 인상하는 은행 수수료 문제를 비판한 작품으로 기존의 은행광고들을 역으로 활용해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평가와 함께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를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최근 보도를 보면 올해 은행 수수료 수익이 7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야 마땅하지만 서민들의 피와 땀을 빼는 무분별한 수수료 신설과 인상 덕에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국정감사 자료와 한국은행 자료만 봐도 불과 3년 사이(2001년 2/4분기 - 2004년 4/4분기)에 990건의 수수료 인상 및 신설이 있었고, 원가 대비 최대 20배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우수상(신철환씨) : “소리없이 세상을 청산가리로 물들입니다.” (포스코)
○ 포스코의 유독물질 함유 폐수 무단 방류사건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풍자한 작품.
○ 특히 무단 방류시 포함된 청산가리를 고전가사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환경파괴가 우리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하게 전달.
우수상에 선정된 작품은 포스코의 환경파괴를 재치있게 고전가사에 빗대어 비판한 작품이다. 철강기업 포스코는 한국경제의 근대화를 앞당긴 기업,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지난 2003년 청산가리가 포함된 폐수 11만여톤을 고의로 무단방류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10여억원의 부과금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이는 친환경기업을 포장하는 포스코의 이미지 마케팅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로만 287억원을 쏟아 부었다.
◇ 네티즌상 “공정거래법 위반 1위” (현대자동차)
○ 국내 대표기업인 만큼 더욱 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면서 앞으로 나갈 것을 주문한 작품
○ 선명한 이미지와 간결한 비판 문구로 날카롭게 메시지를 전달
미국 J.D Power 1위, 스트래티직 비전 1위 등 … 현대자동차는 선진국의 각종 평가 1위를 차지했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1등의 이면에는 또 다른 1등도 있다. 17대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 건수 1위, 공정거래법 위반 1위! 가 바로 현대자동차의 본 모습이다. 2004 공정위가 수여하는 Unfair Award 수상자! 현대자동차다.
◇ 가작 “브라보 아워 라이프(Bravo our life)” (삼성생명)
삼성의 증여세 포탈과 편법상속을 풍자하고 있다. ‘당신의 인생에 갈채를 보낸다’는 삼성생명의 광고 이면에는 삼성생명이 ‘삼성 일가를 위한 인생에만 갈채를 보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아빠가 되어 아빠를 알았습니다. 저를 낳자마자 상속부터 생각하셨습니다. 밤 늦은 과외에 잠을 못 이루셨습니다. 여행갈 땐 돈 많이 쓰라는 말을 열번도 더 하셨습니다. 결혼식 내내 남몰래 부조금 계산하셨습니다. 낙하산 하소연에 당신이 책임진다 하셨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가장 먼저 세금부터 계산해 주셨습니다. 아빠의 계산하는 얼굴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아빠가 된 오늘 아빠를 알겠습니다. 당신에게서 태어나서 공짜로 삼성을 얻었고 당신이 불려주신 돈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저를 바라보며 바라는 것처럼 저도 상속세 안날리고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편법상속을 응원합니다.”
한편 시민행동은 다음주(12월 넷째주) 중에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을 시민공간 여울 1층 강당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일반 시민들이 접하는 광고와 달리 그 이면에 감춰진 부당한 활동을 패러디한 수상작과 기타 다른 작품전의 작품들을 모아 서울 시내 주요 지점에서 거리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시민행동은 “학계·광고계·시민단체·패러디 작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1차 심사와 2차 네티즌 심사, 심사위원회 최종 심사 등 총 3단계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다”며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참신한 내용의 패러디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제2회 가면을벗겨라 콘테스트 최종수상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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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가면을벗겨라 콘테스트 최종결과 자세히 보기 콘테스트 진행당시 메인페이지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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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수수료가 앞서가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집니다. (조기성님)
다른 은행 ATM 기기로 만원 뽑으면 수수료가 천이백원입니다. 만원을 타행으로 보내도 수수료가 천원을 넘어갑니다. 은행은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은행은 사업의 다각화 등을 통하여 새로운 수익사업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수긍할수 있게 지금 부과하는 수수료의 명확한 산정기준을 제시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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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소리없이 세상을 청산가리로 물들입니다. (비들기쟁이님)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없이 세상을 청산가리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친구를 찾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있습니다. 용광로의 뜨거운 쇳물이 아름다운 기업에 대한 열정이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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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상> 공정거래법 위반 1위, 현대자동차 (시사돌이님)
미국 J.D Power 1위, 스트래티직 비전 1위.. 미국 등 선진국의 각종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음을 내세우는 현대자동차의 광고들... 우리기업이 만든 자동차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다고 하니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죠~ 그런데.. 그들이 내세우는 1등의 이면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또다른 1등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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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아빠, 감사합니다. (찰스님)
삼성 편법 상속. 아들이 편법 상속에 대해 아빠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다. 역시 자식 사랑은 돈이 많으나 적으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삼성이 아무리 나눔이니 어쩌니 그래도 결국은 자식에게 더 많은 돈 넘겨주려고 하는 부성애가 눈물 겹습니다. 이건희 왈 'Bravo Our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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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생리대의 진실 (똘기님)
위의 그림들은 로고를 패러디해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이 화학생리대를 사용할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패러디한것입니다. 보통분들이 화학 생리대의 좋지않은점을 잘 모르고 계시던데, 생리대의 이런 오점이 아닌 좋은 점만을 부각시켜 광고하는 것을 패러디 해봤습니다. 위 로고는 여러분들에게 널리 알려진 WSP의 로고 입니다. 항상 깨끗하다는 것만을 강조해오던 생리대 광고는 여성의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말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것에 대해서 가면을 벗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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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직원은 내 손아귀에 (쨈스님)
직원들이 만든 기술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삼성SDI. 그들의 감시와 착취는 가히 세계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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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 진출했으나 아쉽게 탈락한 다음 3작품에 대해서는 아차상을 수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차상 : 본선에 진출했으나 탈락한 3개 작품에 수여 (1만원 문화상품권)
- 소리없이 세상을 더럽힙니다. (퀄리티베이스님)
- 물은 생명이다? (강신현님)
- 비씨카드 광고, 뒤틀어 보기 (민트켄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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