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승용차로 출근할 때 시동을 걸면 낭랑한 목소리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나오며 노래도 나온다.
또 벗씨가 라디오를 튼 것이다.
벗씨와 난 매번 라디오 버튼 싸움(?)이다.
내 차다 보니 난 내가 좋아하는 노래 테이프를 틀어 놓고 다니고, 어쩌다가 벗씨가 내 차를 타는 날이면 벗씨는 반대로 라디오를 틀어 놓고 다닌다.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차를 타게 될 때, 내가 무심코 자동차 시동을 걸면 꼭 라디오가 켜지고, 벗씨가 시동을 걸면 벗씨가 싫어하는 테이프 노래가 나온다.
물론 이런 날이라고 해 봐야, 일주일 중 벗씨가 다래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너댓 번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아침에 차를 타고 시동을 걸면 뭔가 좀 이상하다.
당연히 나와야 되는 굿거리 장단의 우리 전통 민요가 안 나오고, 어쩌면 깽깽거리며 수다떠는 것처럼 들리는 아가씨 목소리가 나오게 되니, 신경에 거슬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벗씨와 난 노래 면에서 취미가 다른 점이 있다.
물론 연애 시절에는 같았다.
'유리벽'이나 '허수아비', '잃어 버린 우산' 등의 노래를, 연애시절엔 손을 꼭 잡고 다니면서, 가사가 다 닳도록 합창하며 부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노래를 같이 좋아하긴 해도, 일부 민요 같은 곡은 나는 흥겨워서 좋아하는데, 벗씨는 노인 냄새 난다고 싫어한다.
그래서 민요 중에서도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는 굿거리 장단(장필국 테이프)을 내 차에서만 항상 틀고 다닌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노래들인데도, 내겐 가사가 잘 외어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30대를 넘어서고부터 일어났다.
20대까진 노래가 나오면 대충은 따라 할 수 있었는데, 이젠 멜로디와 리듬은 약간 따라 할 수 있어도, 가사는 영 암기를 할 수가 없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혹은 시내에 다니면서, 혹은 주말이나 휴일에 야외 나들이 하면서, 듣고 또 듣고 수백 번 들어도 가사가 안 외어진다.
물론 가사집을 들고 바짝 한 시간 정도 암기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해도 그렇게 할 에너지가 넘치질 않는다.
그저 차를 타고, 테이프를 돌리고, 음악을 듣고 이러는 방식이니 그럴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생각하면 할수록 한심하기도 하다.
굿거리 장단 테이프를 넣어서 다닌 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 흔한 '새타령' 한 번 가사 없이 부를 줄 모른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
여기까지밖에 모른다.
그 다음은 입가에서 맴돌고 테이프가 첫구절을 노래하면 다음 구절을 따라하게 된다.
참 답답하다.
화통하게 가사를 다 외어서,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르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 된다.
이런 노래는 얼마나 흥겹고 신이 나는 노래인가?
'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
삼교곡심 무임초 수립비조 뭇새들이
농촌화답에 짝을 지어 생긋생긋이 날아든다.
저 쑥꾹새가 울음 운다.'
그 다음 가사가 또 얼마나 멋지나?
'울어~ 음~ 울어, 울어 울음 운다.'
이쯤 되면 흥이 절로 난다.
'이 산으로 가면 쑥꾹 쑥꾹
저 산으로 가면 쑥쑥꾹 쑥꾹"
그리곤 다음 가사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데까지 다 높여서 기교를 부리면 정말 흥이 난다.
'어허~ 어히~ 이히 이히 이히~'
그리곤 깨끗하게 마무리까지 하고 말이다.
'좌우로 다녀 울음 운다.'
2절도 마찬가지다.
시작부분의 멜로디가 1절과 약간 다르지만, 바로 고음으로 들어가는 것이 재미를 북돋운다.
'명랑한 새 울음 운다, 저 꾀꼬리가 울음 운다.
어데로 가나 이히~ 이쁜새
어데로 가나 귀여운 새
온갖 소리를 모른다 하여
울어~ 음~ 울어, 울어 울음 운다
이 산으로 가면 쑥꾹 쑥꾹
저 산으로 가면 쑥쑥꾹 쑥꾹
어허~ 어히~ 이히 이히 이히~
좌우로 다녀 울음 운다.'
이렇게 즐겁고, 흥겹고, 몸이 가벼워지는 노래는, 틀고 또 틀어도 지겹지 않고,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노랠 벗씨는 싫어하고, 난 가사가 외어지질 않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내 차를 한 번씩 얻어 타는 어떤 사람들은 이 테이프 구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고속도로나 국도 휴게소에서 이 테이프를 구입해서는, 내가 선물해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벗씨가 빨리 이런 노래를 좋아해서, 나 대신 크게 한 번 불러 주면 좋으련만.
오늘도 퇴근 길에 다시 한 번 가사 암기하려고 시도해 봐야겠다.
볼륨을 최고로 높여서......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
......'
2006년 9월 27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난 제목도 모르는디. 좌우간 흥은 댓낄이 였어요
장윤자 단우님은~어제 '그리움만 쌓이네' 가사를 열심히 외우셨어요~^^ㅎ그거 마스터하시면~아마 김지욱 단우님 바람처럼....새타령을 사무실에서..열심히 부르시지 않을까 하는...^^
히! 재밌다. 노래 까정 같으면 안되지용! 근디 나는 쪼매 아는데... 벗씨가 아니라서 불러제낄 수도 없고 우짜지용.
떠나버린 그님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
다음 벙게땐 새타령 한번 들어 봅시다. 시험을 쳐야 가사 암기하지. 기대합니다.
깡간사~내 눈총받으며 배운 노래 가사 집에와서 새타령 한 방에 다 잊어부렀어. 정말 새타령은 노래가 너무 강해~
아니예요~단우님은 하실 수 있으실꺼예요~ㅎㅎ화이팅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