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닥불산행
정선 나팔봉 (693.4m)
뚝 쪼갠 듯 가파른 절벽 위 암릉길 따르며 절경 동강 즐겨
동강이 조양강에서 동강이란 이름을 얻기 시작하는 지점인 광하교에서 동강변을 따라 1km 남짓 내려가면 강 건너편으로 수직단애를 드러낸 크고 작은 기암봉 능선이 전개된다. 마치 이제 동강 절경이 시작됨을 맛뵈기로 알리기라도 하는 듯한 풍경이다. '맛뵈기'로 비유한 것은 이 기암능선의 규모가 언뜻 보기엔 거대 암릉에서 잘라내버린 자투리인양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강 수면에서 이 암벽 위까지의 수직고는 낮게는 100m에서 200m에 이른다. 뭇사람이 그곳에서의 조망에 찬탄해마지 않는 백운산 남릉의 '동강 전망대'와 실은 같거나 더 높은 높이인 것이다. 그러므로 달리 말하면 나팔봉은 동강 전망대에서 전망대로 연이어진 절경 산행지일 수 있다.
11월 초 찾아 오른 나팔봉은 그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해 주었다. 8폭에 12폭을 더 보탠 듯한 병풍 절벽으로 연이어진 암릉 곳곳에서 짙푸른 동강 물줄기가 몸을 드러내보였다. 상봉은 또한 해발 693.4m란 만만찮은 높이로 불끈 솟아, 전체적으로 하나의 산을 온전히 이루었다.
나팔봉이란 이름은 상봉이 흡사 나팔을 거꾸로 엎어놓은 듯한 모양새라 하여, 혹은 임진란 때 전씨 일가가 이 봉 중턱에 있는 동굴로 피신했다가 난이 끝난 뒤 나팔을 불며 나왔다고 하여 나팔봉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날입봉' 이란 엉터리 지명이 표기돼 있다. 한때 지형도에 '喇叭峰'(나팔봉)이라 한자로 표기한 적이 있는데, 그후 그것을 한글 표기로 다시 바꾸는 과정에서 날입봉이라 잘못 읽은 것 같다. 주민들은 수리가 날개를 편 형상이라 해서 수리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팔봉은 현재 정선군 산림과에서 등산로 개설ㆍ보수작업이 한창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강변을 따르는 북동릉, 남릉, 그리고 서쪽 양치고개 세 방향으로 가파른 곳엔 목제 계단을 놓고 절벽엔 난간을 세우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 북서릉의 급경사 구간에 목제계단 설치는 이미 끝난 상태이며, 11월 중으로 등산로 안내판 설치작업을 모두 마칠 것이라 한다.
답사해본 결과 가장 권할 만한 산행로는 광석교~배수구~490m봉~정상~양치~망하 마을~광석교에 이르는 원점회귀형 산행이다. 총 산행거리가 약 8km로 계봉보다 조금 짧은 정도이지만 극심하게 가파른 구간이 정상 북면길 단 한 곳뿐이어서 산행 시간은 계봉보다 짧은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상 북사면 길이 워낙 가팔라서 겨울에 빙판이 졌을 때 하산하기는 극히 위험해 보인다. 또한 북서릉 끄트머리에서 주능선을 버리고 하산을 시작해야 할 지점(좌표 N 37 21 17.9 E 128 37 03)을 찾기도 까다롭다. 그러므로 산행 방향은 위에 이른 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정상에서 남동쪽 귤암리로 능선길을 타도 좋으나, 이렇게 하려면 누군가 귤암으로 차를 돌려대야 한다.
두 군데 멋진 동강 조망처 있어
광하교에서 평창 방면으로 500m쯤 가노라면 왼쪽에 광하주유소가 있다. 차량을 가져갔다면 이곳에서 얼마간 주유 후 주유소에 하루 주차를 부탁하는 것이 좋다. 그외 근처에 별달리 주차할 공간이 없다. 길 건너의 주유소로 가려면 100여m 더 가서 광석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한 뒤 차를 되돌려 오도록 한다. 혹은 망하 마을 드는 길 입구의 다소 넓은 곳, 아니면 평창쪽으로 더 500여m 더 가서 상평 마을 안에 차를 세우고 되돌아와 산행을 시작한다.
주유소에서 광석교쪽으로 가노라면 광석교 직전에 왼쪽 아래 강기슭으로 내리막 콘크리트 포장길이 뵌다. 이 길로 내려가서 차단기를 지나 강변 자갈밭으로 내려서서는 자갈밭 가장자리를 따라 200m쯤 가면 눕힌 디귿자(∪)형의 수로 끝부분이 나온다. 이 수로 끝 왼쪽 샛길로 하여 수로 옆을 따라 100m쯤 거슬러 오르면 왼쪽으로 붉은 리본이 매인 능선길 초입부가 나온다. 혹 리본이 없어졌다고 해도 족적이 뚜렷하므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왼쪽 가파른 절벽지대와 오른쪽 완경사면 사이의 지능선 등날을 따라 곧장 주능선으로 이어진다. 주능선을 100m 남짓 남겨둔 지점의 능선에 정선전씨 묘가 한 기 있다. 일단 주능선을 만나면 길이 뚜렷하고 능선으로만 이어지므로 길 잃을 염려가 거의 없다.
주능선에 오른 이후 100m쯤 가면 지름 1m쯤 되는 구멍이 휑하니 뚫린 '바람굴'이 주능선 상의 첫 지표물로서 길옆에 뵌다. 길은 능선을 따라 기껏해야 표고 30~50m 정도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이어진다. 왼쪽은 마치 반으로 뚝 쪼갠 듯 가파른 절벽으로 연이어지므로 주의한다.
절벽쪽으로 고개를 빼면 어디든 동강 물줄기 주변 풍경이 바라뵈지만 그중 특히 빼어난 조망점이 두 군데 있다. 능선길을 가다 이곳에 다다르면 저절로 걸음이 멈추어지게 되며, 두 군데 모두 여럿이 모여 앉아 쉴 만한 곳이다.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선 상봉 턱밑으로 다가든 이후 길은 우사면으로 비스듬히 가로질러 들어가다가 곧 급경사 계단길로 변한다. 둥근 통나무로 좁게 단을 지은 길을 150m쯤 오르면 이윽고 서릉 상의 오랜 능선길로 올라선다. 이후 넓적한 능선 가운데 길로 100m쯤 오르면 정상이다. 산불감시초소가 선 정상에 오르면 지나온 바위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하산은 서릉길로 한다. 아까 오른 계단길 끝지점을 그대로 지나쳐 능선길을 계속 따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여기저기 서서 숲속 공간이 시원스런 기분 좋은 능선길을 800여m 내려가면 임도가 지나는 양치 고개다. 양치에서 방향은 오른쪽. 숲이 울창하여 일부러라도 걷고 싶은 임도가 산록의 인삼밭에 다다를 때까지 이어진다. 인삼밭 사이 콘크리트 포장길로 내려가면 ‘비행고갯길’, ‘망하길’안내판이 붙은 전봇대가 선 곳으로 나서며, 그후 정선읍내쪽으로 3km쯤 걸으면 출발점인 광하주유소다.
나팔봉은 정선군이 우정 등산로 개보수를 하는 만큼 연중 등산이 가능하게끔 개방할 예정이다. 다만 산불예방기간에는 정선군 산림과(전화 033-560-2330)로 미리 입산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정상 산불감시초소엔 감시원이 낮동안 상주한다.
*교통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정선으로 남하하거나, 아니면 새말 나들목에서 나와 안흥~방림~평창~정선의 순서로 찾아간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 하루 10회 운행(07:10~18:55). 3시간30분 소요, 요금 17,300원.
매월 2, 7, 12, 17, 22, 27일 서는 정선장날에는 정선까지 바로 가는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서울역 7시10분, 청량리역 7시30분 출발, 정선역까지 4시간 소요. 돌아오는 열차는 정선역에서 오후 5시45분 출발한다. 문의 코레일투어서비스 1544-7786.
정선 시외버스터미널 전화 033-563-9265, 시내버스터미널 전화 033-563-1094. 고한 시외버스영업소 033-591-2860.
*숙식
수정헌 직역하면 '고요함을 지키는 집' 이란 뜻인 수정헌은 한국여성산악회 권혜경(45) 회원이 가꾸고 있는 소박한 민박집으로, 옛 광산 독신자 숙소를 리모델링했다. 말끔하긴 하지만, 그 시설이란 도시민들 성에 차기 어렵다. 그러나 수정헌의 아침 풍경에 주목하라. 비산비야의 둔덕인 수정헌 앞뜰로 나서면 발 아래 회동리 마을 풍경이 고요, 평화 등의 차분한 어휘와 더불어 펼쳐진다. 고요하기 이를 데 없어 멀리 닭 우는 소리가 새긴 듯 선명히 들려온다.
"수정헌은 제가 돈 버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곳이에요. 그저 살아갈 만큼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권혜경씨는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고자 여러 해 전 이 외진 정선 산골짜기로 들어 이 집을 찾아냈다. "여기 머물며 건강이 부쩍 좋아지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남편까지 만났으니 정선 와서 얻을 것은 이미 다 얻은 셈이며, 나머지는 덤이라 생각한다"고 권혜경씨는 말한다. 내 것 아닌 덤을 나누는 그 태도는 늘 넉넉하여 단골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엇보다 권씨가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자 직접 작물을 재배하여 담그는 간장, 된장, 나물장아찌 등은 늘 수요 초과다.
수정헌에선 매식도 된다. 무농약 야채와 산나물로 이루어진 깔끔한 식사가 1인분에 5,000원. 미리 주문하면 '수정헌 쥔장의 필살기' 바베큐를 곁들인 저녁식사(1인 25,000원)나 황기닭백숙, 전골(1마리 30,000원) 등도 가능하다. 손님이 직접 해먹는 것도 권씨가 적극 협조해준다.
수정헌은 방이 7~8인용 큰 것 하나, 작은 방 5개로 20명 정도 모임이 하루 전세를 내면 좋다. 소박한 시설답게 숙박료는 싼 편. 3~4인용 방이 여름엔 20,000원, 겨울엔 난방용 기름값이 더 들어서 30,000원이며, 주말이라고 해서 더 받지도 않는다. 굵은 벚나무, 단풍나무들이 선 널찍한 앞뜰에서 오래된 큼직한 가마솥을 놓고 그 안에 모닥불을 피우며 놀 수 있다. 땔나무는 힘 좋은 바깥주인 김두중씨(40)가 해놓은 것을 거저 제공한다. http://www.sujunghun.com 전화 033-563-8860.
가리왕산이야기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입구 오른쪽 둔덕에 위치한 멋진 펜션으로 캠프파이어장, 야외바비큐장 등 시설이 돼 있다. 캠프파이어장 사용료나 화목 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해오라비난초방, 달맞이꽃방 등 19㎡(6평형)~49㎡(15평형) 객실과 66㎡(20평형) 단체동, 전통농가초가집 등으로 다양하게 객실을 갖추었다. 12월15일~1월31일은 성수기 요금 적용. 방 크기에 따라 80,000~27만 원. 전화 033-562-1665.
동강펜션 조망과 시설 등이 뛰어난 펜션. 바로 앞에 동강이 흐르며, 바베큐 틀을 이용한 모닥불 놀이가 가능하다. 전화 378-6075.
임씨네농장 동강변 노미 마을 안 아늑한 곳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가족형 농원이자 펜션. 30~40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모닥불터를 갖추었으며, 산악회 단체 투숙인 경우 회의실도 제공한다. 벽체와 바닥에 모두 황토를 쓴 4인용 방 40,000원, 침실이 하나 따로 있는 방이 70,000원으로 연중 같은 요금을 받는다. 부속식당 녹용삼계탕 25,000원, 직접 만든 재료를 쓰는 된장찌개·청국장찌개 4,500원. 전화 562-4346. www.deerfarm.co.kr
정선읍내 맛집들 두메산골(오가피영양밥 등 생약초 전문음식점, 563-5108), 춘천황기닭갈비(생약초 전문음식점, 562-9945), 정선골식당(황기보쌈 전문점, 563-8114), 동광식당(황기족발집, 563-3100). 정선황기숯불(황기 양념을 쓴 삼겹살을 바베큐 전문점, 563-5292), 동박골식당(곤드레나물밥 전문점, 563-2211), 짐포리식당(민물고기매운탕 전문점, 563-2479).
글쓴이:안중국 차장
참조:나팔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