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화천하면 최전방부터 떠올린다.
세 개의 사단을 필두로 곳곳에 널려있는 군부대와 겨울만 되면 맹추위+폭설이 찾아오는 첩첩산중의 이미지.
아마 전국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 생각부터 떠올릴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사실 화천의 밥줄도 각처에 널려있는 군부대이며, 북한과 춘천을 잇는 길목이어서 국방상 무척 중요한 요지다.
하지만 화천엔 군부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방을 뛰어넘는 수려한 자연이 공존하기도 한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길에 끝없이 보이는 북한강 호수와 계곡들은 감탄을 자아내고,
화천 곳곳에 널려있는 험한 산과 계곡은 답답했던 마음을 싹 풀어준다.
딱딱함과 살벌함, 편안함과 아늑함.
이 두 개가 공존하는 화천은 실제로 가볼 때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화천을 상징하는 읍내와 터미널 또한 마찬가지로 한적한 강원도 산골마을일때도 있고, 군인들로 둘러싸인 군사도시일때도 있다.
국방과 자연의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어찌보면 따스하지만 또한 차갑기도 한 두 얼굴을 보여주는 장소다.
http://schlagwerk.blog.me/120054767635 → 화천터미널의 옛날 모습이다.
지역 주민이나 예전에 이 곳에서 군생활을 했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원래는 위에 지붕이 있는 낡은 건물이었다.
노후화된 건물로 이용도 불편하고 분위기도 너무 칙칙했던 나머지 2009년쯤 노란색 새 건물로 화사하게 바꾸었다.
하지만 버스터미널만 바뀌었을 뿐 다른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사방이 험한 산으로 둘러싸이고 그 안에 2층짜리 작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태.
'용사의 집'과 같은 간판이 많이 보이고 피자, 치킨집이 주류를 이루는 한적한 강원도 산골마을.
평일보다 주말에 사람이 많은 것까지 더없이 한결같다.
화천에서 가장 큰 상권인 재래시장이 버스터미널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나름 여기도 쇼핑하기엔 더없이 좋게 만들어져 있기는 한데....
아마 화천이란 동네가 새로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서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강원도 화천군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하던 지역이었지만,
1944년 화천댐 건설과 1950년 6·25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몇 번이고 새로 마을을 만들어야 했다.
수 번의 재정비 때문에 옛날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의 네모 반듯한 구획에 건물만 남아있는 것.
더욱이 강원도 첩첩산중이라 발전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재정비 할 때 모습을 몇 십년 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관공서도, 시장도, 터미널도 모두 한 곳에 모여있는게 아닐까 싶다.
새로 지은 건물은 무척 깔끔하고 깨끗했다.
정말 여기가 구터미널이 있던 데가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져 있었다.
다만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특히 군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 정도로 수가 적었다.
버스표를 살 수 있는 매표소.
주로 춘천과 동서울로 가는 표가 많지만 화천 각지로 향하는 표도 제법 팔린다고 한다.
아직 화천에 교통카드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창리, 오음리 등으로 표를 끊는 사람이 심심찮게 보였다.
시내버스터미널은 따로 있지만 거의 차고지 역할밖에 하지 않고 모든 시내버스가 이 곳으로 들어온다.
화천에서 읍내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곳은 사창리이지만 의외로 산양리행 버스가 가장 많이 다닌다.
그래봤자 배차가 1시간. 다른 노선은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무척 적다.
요금도 시외버스와 거의 동일시하게 받아 3천원을 넘는 살인적인 요금도 심심찮게 보인다.
화천군은 말이 군일 뿐 사실상 춘천시 화천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춘천 의존도가 높다.
또한 외지로 나가는 군인들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화천 내를 잇는 버스는 무척 열약한 대신,
화천 외지로 이어주는 버스가 오히려 더 많은 아이러니한 곳이다.
춘천 방면으로는 30분 간격, 서울 방면으로는 30~1시간 간격으로 차가 운행된다.
거의가 동서울행으로 상봉행의 경우 원래 동서울과 비슷한 배차였지만 터미널 입지 자체가 동서울에 밀리고,
작년 말 경춘선이 개통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아 지금은 하루 4회로 완전히 망하다시피 했다.
이 외에도 수원행 버스가 하루 1회 올라오기도 한다.
모든 시설들은 깔끔, 세련 그 자체였다.
공중전화를 비롯 개인사물함과 손 소독기까지 비치되어 있는게 인상적이었는데,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걸려있는 병역관련 포스터다.
내가 남자여서 그런가. 왜 이렇게 눈에 거슬리는지 모르겠다.
어딘가에 전시해둔 DMZ홍보물도 눈에 띈다.
화천은 흔히들 전방(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중에서 파주와 더불어 유일하게 휴전선 너머에 땅이 없는 곳이다.
그나마 파주도 임진강이북의 장단 땅을 흡수하여 법적상으론 넘어가있는 지역이 일부 있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북한에 내어준 땅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최전방 취급을 받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거다.
하지만 휴전선과 가까운 덕분에 DMZ자원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넘치는 곳이기도 한데,
말고개, 대성산, 평화의댐, 화천호 등등 DMZ 주변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LED안내판이 터미널 한복판에 아주 크게 놓여있다.
화천터미널의 승차장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아주 오래된 건물 지붕 밑으로 여러 개의 홈이 병렬로 놓여있었던 것이,
승차장에서 바로 탈 수 있도록 직렬형으로 배치가 되어 훨씬 안전하고 빠르게 탈 수 있게 되었다.
화천을 안내하는 사진과 그림으로 정신없이 도배되어 있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과 버스가 한 데 어우러져 있다.
강원고속 천국이라 할 정도로 한 회사의 차량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요새는 흔히 볼 수 없는 구형 차들도 꽤 많이 보이지만 그랜버드 신형 차들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주차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동서울, 춘천행 대부분 차들이 여기를 종점으로 삼는다.
조용히 출발을 기다리는 강원고속 오렌지색 버스와 그를 반기는 어린 아이들.
군사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는 화천에서 새로운 모습을 반기게 된 것 같다.
조금 특별하고 신기하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을 보며 잠시 눈과 귀를 닫고 조용한 감상을 해본다.
첫댓글 사진 잘보고 갑니다~상봉동은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더군요...ㅜ
거리상으론 상봉동이나 동서울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오히려 춘천권에선 상봉이 더 가깝죠) 가격은 왜 더 비싼지 모르겠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화천터미널이 궁금했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었네요...터미널이 아주 깔끔하고 신식입니다.
예 정말 깔끔하더군요~
사진 잘 보았습니다..
다음은 어디가 될련지 궁금해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사진 잘 봤습니다. 접때 진해 구터미널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하셨었는데, 화천 구터미널과 모습이 비슷했습니다.
진해도 이런 양식이었군요. 그러고보면 정말 오래된 터미널들은 이런 구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형님께서 직업군인이신가보군요. ㅎㅎ 신터미널이 뜬금없이 생겨서 정말 깜짝 놀랐던 것 같네요. 다음 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친구 면회간다고 가본 화천터미널....지금은 신식건물로 변했군요.
언젠가부터 바뀌어 있더군요..^^
91년도에 근무한곳이 논미리였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보와 사진 감사드립니다.
91년도라... 한참 선배시네요! ㄷㄷ
저 역시도 아주 감회가 새롭네요...춘천에서 군 생활은 했지만 영외로 나가는 보직이라서... 화천에 종종 가는지라... 사진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납니다. 정말 확~~~~ 바뀌었군요...깔끔한 정리 잘 보고 갑니다. 완전멀리 멀리 위로 가셨네요...ㅎㅎㅎ 거진 뭐 금아교통쪽 그 쪽라인도 가보셨는가요? 그 쪽도 한 번 보고 싶은데...ㅎㅎㅎ
금아교통이라면 시내버스터미널 말씀하시는 건가요? 공교롭게도 저기 있을땐 생각도 못했다가 버스를 타는 순간에 딱 생각이 나더군요. ㅜㅜ
산양리행 버스가 많은 이유는 15사단 예하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어서 일겁니다.
전에는 화천읍에서 명월리 15사단 본부대 까지 가는 차도 있었는데 없어 졌군요.
저..모든 시내버스는 아닙니다. 노선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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