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형세를 흔히 만주를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에 비유한다. 그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 경북 포항시 구룡포와 호미곶 일대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포항시 구룡포읍과 호미곶면, 동해면이 호랑이 꼬리에 있다. 호랑이 꼬리의 오른쪽 중간쯤에 있는 구룡포읍 석병리는 한반도의 동쪽 땅끝이다. 구룡포는 참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다. 먹을거리로 하면 일단 과메기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인근 울산, 영덕, 울릉도 못지않게 고래와 대게, 오징어도 풍부하게 나오는 천혜의 어장이다. 그런 때문에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자리를 잡고 방파제를 만들어 어업을 장악했다. 그 흔적이 지금 구룡포항의 근대문화역사거리에 오롯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감목관 파견한 국영목장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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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모습이라 박바위로 불리는 응암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구룡포항과 능선들이 내려다보인다. |
조선 말까지 말을 기르던 목장의 자취도 구룡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구룡포 뒤엔 조선 시대 감목관을 파견해 말을 키우던 국영목장이 있었다. 구룡포항의 구룡포 석문에서 시작한 돌 울타리가 북으로 봉수대 아래까지 5.6㎞가량 남아 있다. 구룡포 말 목장성으로 불리는 이 돌 울타리를 따라 탐방로가 조성돼 있고 예전 목장성 안에 왕래하던 길은 목장성 옛길이란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예전 목장성 안에는 말을 물 먹이던 못이 50군데, 마구간 19채가 있었는데 1905년 을사늑약 이후 폐쇄됐다고 한다.
앞서 구룡포와 호미곶을 호랑이 형세의 꼬리라고 했는데 그 등뼈에 해당하는 것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고, 꼬리에 해당하는 것이 호랑이 꼬리를 뜻하는 호미지맥이다. 호미지맥은 낙동정맥의 울산 백운산에서 갈라져 나와 울산과 경주의 경계인 치술령과 경주 토함산을 거쳐 북동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호미곶에서 끝난다.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포항 응암산~명월산 코스는 구룡포항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조망이 뛰어난 능선을 따라가며 틈틈이 호미지맥을 밟다가 호미곶 못 미쳐 대보리에서 마친다. 대부분 구간이 해발 150m 안팎으로 크게 경사진 곳이 없어 조망을 즐기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다만 후반부에는 다소 단조로운 임도가 이어진다.
■전체산행 15.5㎞ 4시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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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가정집과 상점으로 쓰이던 일본식 가옥은 현재 50여 채 남아있어 근대문화유산 역사거리로 지정됐다. |
이번 코스는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염창골 장기 목장성 탐방로 입구를 출발해~응암산(박바위)~불암사 갈림길~말봉재 갈림길~까치바위 전망대 갈림길~임도 오거리~발산봉수대(~다시 임도 오거리)~명월산~해파랑길 갈림길~호미곶요양실버타운~대보저수지를 거쳐 남구 호미곶면 대보 버스정류장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5.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안팎 걸린다.
산행을 시작하려면 구룡포항에서 1㎞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구룡포지선 버스가 출발하는 구룡포환승센터 맞은편 여의주해수사우나 건물 왼쪽으로 가면 구룡포 석문이 있던 곳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곧 구룡포초등학교다. 목장성 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학교 오른쪽 길로 가서 구룡포읍민복지회관 뒤로 돌아간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골짜기 안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된다. 대암사 입구를 지나면 곧 장기목장성 탐방로 입구다. 안내판과 장기목장 석성 설명판이 서 있다. 여기서 이정표를 따라 폐가와 밭 사이로 난 길로 접어든다.
작은 계곡을 따라 난 완만한 길을 오르면 급경사 침목 계단을 지나 능선에 올라선다. 답사로는 오른쪽 박바위 방향이다. 5분 정도 가서 바위 사면이 나오면 타고 오른다. 뒤돌아 보면 소나무 위로 구룡포항이 살짝 보인다. 탁 트인 바위 능선을 잠시 가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직진한다. 시야가 트이면서 오른쪽으로는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정면에 가까이 박바위가 보인다. 능선에서 살짝 벗어나 동쪽으로 툭 튀어 오른 화산암 바위가 박바위다. 정상엔 50×30㎝ 정도의 웅덩이가 있다.
■동·서가 탁트인 응암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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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봉루를 지나면서 만나는 호미지맥길은 대부분 임도 흙길로 걷기에 편하다. |
등산로로 되돌아와 20여 m 가면 응암산(鷹巖山·일명 박바위·158m) 정상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는 동쪽 바다 방향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도 조망이 열린다. 야트막한 능선이 겹겹이 보이고 남서쪽 멀리 토함산이 있다. 정상석 뒤 정자 왼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그늘 평탄한 길을 잠시 가면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가서 경사가 내리막으로 바뀌는 지점에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임도를 계속 가도 된다. 산길로 20m 정도 가면 T자 삼거리다. 오른쪽은 말봉재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곧 임도와 만났다가 다시 1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우회로다. 햇볕 따가운 임도를 벗어나 숲 그늘로 들어선다.
600m 정도 내리막을 가면 임도 옆으로 길이 붙는다. 곧 오르막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삼거리다. 여기서 이정표의 봉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까치바위전망대 갈림길에서 오른쪽 봉수대 방향이다. 임도와 만나는 오거리에서 직진해 오르면 발산봉수대와 마봉루 정자다.
이 봉수대는 조선 중기 만들어졌다가 고종 31년인 1894년에 철폐됐다. 정자에서는 동해가 막힘없이 펼쳐지고 영일만도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는 오거리로 되돌아 내려가 서쪽인 오른쪽 임도로 내려간다. 곧 만나는 호미곶 둘레길 안내도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이다.
굽이굽이 도는 임도를 20여 분 가면 만나는 임도 사거리에서 왼쪽 호미곶해맞이광장 방향 비포장 임도로 간다. 다시 20분 정도 가서 '덕성학원' 명의의 사유지 출입금지 안내판 왼쪽 오르막으로 간다. 급경사를 조금만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호미지맥 상의 명월산(明月山·189m)이다. 나무가 시야를 가리지만 2층 초소에 올라가면 조망이 시원하다. 올라오는 길에서 초소에 닿기 전 왼쪽 9시 방향으로 내려간다.
다시 임도에 내려선 뒤 단조로운 임도를 20분 정도 가면 사거리다. 정면의 강사리 방향 흙길로 간다. 400m 정도 내려가면 임도 왼쪽으로 벗어나 올라가는 너른 길이 있다.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호미지맥이다. 답사로는 임도를 계속 따라간다. 1㎞가량 내려가다 방향을 틀어 오르막이다. 1.5㎞ 정도 오르막을 가다가 다시 내리막으로 바뀌면 곧 왼쪽으로 갈라지는 해파랑길로 접어든다. 가파르고 잔돌이 많은 임도를 내려가면 호미곶요양실버타운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도로를 따라 대보저수지를 지나 계속 내려가면 929번 지방도를 만난다. 왼쪽의 대보 정류장에서 산행을 마친다.
◆떠나기 전에
- 일제강점기때 어자원 수탈 흔적 생생
조용한 어촌이던 구룡포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 수산업자 도가와 야스브로가 조선총독부에 항구를 만들 것을 제안해 방파제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동해안 최대의 어항으로 커졌다. 대형어선이 들어오면서 수산업에 종사하던 일본인이 몰려와 우리 어장의 어자원을 싹쓸이해간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방파제를 쌓아 새로 생긴 땅인 지금의 구룡포항 일대의 새로 만들어진 땅에 일본인들이 거주하면서 일본식 가옥에 줄이어 들어섰다. 지금은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꾸민 일본인 가옥거리다.
일본식 가옥은 현재 50채 정도 남아 있는데 거리 곳곳에 일제 강점기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어 현재 모습과 비교할 수 있다. 전북 군산의 일본식 건축이 대체로 관공서 위주의 대형 건축물인 것과는 달리 구룡포의 일본식 건물은 대부분 개인 주택과 상점이다. 450m에 걸친 근대문화역사거리의 동쪽 끝에는 일본식 2층 가옥을 근대역사관으로 꾸며 놓았다.
구룡포항을 벗어나 해안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구룡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입구에서 500m 정도 들어가면 또 다른 볼거리인 구룡포 주상절리가 나온다. 주상절리는 지표면으로 분출한 용암이 급속하게 식어 수축하면서 오각형이나 육각형의 층을 이룬 것이다.
◆교통편
- 대중교통 이용땐 여러번 환승 감내
- 포항-구룡포읍행 200번 좌석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금정구 노포동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포항 가는 버스가 오전 6시40분부터 10분 안팎 간격으로 출발한다. 포항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구룡포읍으로 가는 200번 좌석버스를 타고 가서 구룡포환승센터 정류장에서 내린다. 대략 13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산행을 마치는 대보 정류장에서는 호미곶에서 구룡포읍으로 가는 구룡포지선 버스를 타면 된다. 호미곶 종점에서 오후 3시10분, 4시20분, 5시20분, 6시20분, 7시, 8시10분(막차)에 출발한다. 대보 정류장에는 5분 후쯤 도착한다. 구룡포에서는 다시 200번 버스를 타고 포항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경주IC나 건천IC에서 빠져 포항 방면으로 가서 구룡포읍으로 가면 된다. 구룡포항에는 무료 주차공간이 있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구룡포지선 버스를 타고 구룡포읍으로 가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