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균 시집 <무게만큼 열리는 하늘>이
2008년 6월, 도서출판산문기획에서 나왔습니다.
김사균 시인은
경남 의령에서 출생하여
[시조문학] 천료 등단하였고,
시조집 <등물치는 여인> 외 다수를 낸 바 있으며,
황산시조문학상 외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김사균 시인은 '뒷글'에서
"...올해는...희수가 되는 해.....
....시(시조)는 곧 창조된 또 다른 나이며, 불완전한 내가
완전에로 성숙하는 과정의 자화상.....
.....마음이 곧 시이기 때문....
.....나아가서는 사람이 곧 시요, 시가 곧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시집 말미에
고려대 정경은 교수의
'원시림 가운데 길을 만들다'라는 작품해설이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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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小景)
-김사균
장맛비 개인 오후
훌쩍 자란 풀잎 끝에
물구나무 선 개미가
볕살의 무게를 단다
포물선 휘는 허리에
무게만큼 열리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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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밥
-김사균
소녀도 가고 없고
절규도 결 삭았는데
오일장 난전에서
순대국밥 목이 멘다
하늘도 금이 가더니
아오내는 비에 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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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김사균
그 길에
벗이 생겨
손이라도 맞잡으면
두고 온 사람들의
안부라도 물어보고
그 사람
마중이나 왔는지
눈 뜬 채로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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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김사균
눈 감고
귀 막으면
겨드랑에 나래 돋는다.
고샅길 지나
먹빛 하늘
손톱으로 밭을 일궈
우담화
지천으로 피워서
청나비로 훨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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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김사균
선홍빛 꽃물로 쓴
갈잎 편지 띄워 놓고
산은 절로 선무당되어
불춤을 추는 한낮
하늘도
땅도 사람도
장작마냥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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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조 단수 모음 <미완의 춤사위>는 2002년 6월,
도서출판대산에서 나왔습니다.
아래 작품은 <미완의 춤사위>에 있는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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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道의 二월은
-김사균
등뼈가 휘는 소리
살갗이 터지는 소리
귀 세우면 二월은
파열음(破裂音)의 축제로 오고
대지는
상채기 틈새로
푸른 모성(母性)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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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薔薇園
-김사균
피 굶은 짐승으로
등갈퀴를 세워 왔다.
곧추선 깃발들이
살의(殺意)를 반추하고
가슴은
오월에 찔려
토혈하는 피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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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물치는 女人
-김사균
원죄가 부끄러워
여미는
앞가슴을
몰려서 온
어둠이
앞섶을 헤집는다
한밤에
등에 물치는 소리
모깃불 연기 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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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김사균
삭신을 사룬
어제가
꽃으로 환생하고
일체를
제자리에 앉혀
탯줄 잇는 이 열림
만삭의
흑인 여인은
고비를 떨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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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김사균
문명이
원시로 앉아
슬픈 때를 씻고 있다.
걸프만의 새끼오리
그 비명을 문지르며
씻어도
씻기지 않는
슬픈 때를 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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