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본당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이 오면 남자 신자들에게 복장에 신경을 쓸 것을 당부한다. 늑대 다리를 드러내는 반바지
를 입지 않도록 점잖게 주의를 준다. 여성은 예외다. 왜? 노출이 심할수록 멋있기 때문이다. 공지를 한 번 하면, 대개는 먹
혀 드는데, 한 녀석이 도통 들어 먹지 않는 것이다. 부드럽게 그 녀석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번 주에도,
또 입고 온 것이다.
그래서 분심이 드는 가운데, 미사 끝낸 후, 직접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마당에 나가 보니 그 반바지 사나이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분한 마음을 삭히지 못하고, 다음 주일에 보자. 그때도 또 반바지를 입고 오면 "! 너죽고 나
살자, o.k목장의 결투는 저러가라다. 한화 그룹 회장처럼 조폭을 동원해서라도 너 가만두지 않으리."
드디어 공지한지, 세 번째되는 주일이었다. 미사전부터 제의방에서 "반바지! 너 오늘도 입고 왔으면 미사중에 성작이 날아
갈지도 몰라~ 야! 이 반바지 ㅅㄲ야!~~~~~~~~" 시작 성가는 나오고 나는 입장해서 제대에 절을 하고, 미사경문을 읽어
가는데 아니~ 이 반바지 녀석 겁도 없이, 앞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이성이 흩어지면서, 목소리는 약간 흥분되고
동공은 점점 커지면서, 내가 느껴도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드디어 봉헌 성가는 시작되고, 녀석은 성큼성큼 걸어나오는데 아! 또 반바지, 너~~ 이ㅅㄲ,~~ 용서하지 않으리, 넌 죽었
다, 이젠 신부고 뭐고 없다, 바로 천당에 보내주자, 성당 개보다도 못한 놈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인가?
반바지 꼴통 손에 들린 만원짜리를 보는 순간 갑자기 내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봄날에 눈녹듯이
감정은 부드러워지면서 동공은 제 자리를 찾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분의 뒷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아니 수 백명 신자 앞에서 큰 소리로 이 사제
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 여기 반바지 의인이 있습니다. " 라고........ 그 날 미사는 정말 기분 좋게 끝났고, 한 인간을 그
렇게 미워하다가 만원 한 장에 모든 것이 풀릴 수 있는 은혜를 베푸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그 후로 오늘날까지, 반바지에 짤막 다리 털이 숭숭 나도 ,혹시 이 분도 만원을 내는 것은 아닌
가? 하는 기대 속에 반바지들을 바라본다
첫댓글 참 재미있는 글이네요......금촌성당도 재정사정이 넉넉치못한가요?......반바지 슬리퍼신발 좀 그렇기는 하지만 여자는 괜찮고 남자는 상상해보아도 그리 좋아보이질 않네요.....종종 들려주세요.....
실실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