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극장에서 상영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니 신영극장에서 주로 상영되던 만화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성관은 옆에서 똘이장군 이야기를 했다. 돼지와 뿔달린 괴물로 표현되었던 공산주의자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맞은편에 앉은 동수가, 술취하고 아픈 동수가 즉각 반발했다. 동석의 고백에 의하면 동수는 즉각 반발하고 보는 타입의 인간이다. 동수에 따르면, 똘이장군을 공산주의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영화로 기억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그것은 성관이 자라서 공산주의자에 대한 인식이 생긴 후 수정된 기억일 뿐이다. 똘이장군은 재밌는 영화일 뿐이었다. 아...이 얼마나 핵심적인 지적인가. 이 사실과 더불어 사람은 비교하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동물인데다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짙다. 오래된 기억일수록 더하다. 옛날이 좋았다는 기억이 특히 그렇다.
옛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서면을 나갈려면 만원 버스에서 1시간 넘게 서 있어야 했다. 서면에서 팔던 멀건 죽같은 400원짜리 짜장면은 짜장을 적게 넣어 색상이 갈색에 가까웠다. 남포동 돌고래의 순두부찌게는 찌게라기 보다 MSG국이라고 불러야 했다. 선생도 사람을 개패듯이 패는 시대였다. 과거를 넘어 현재를 산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또렷한 기억보다 비교된 기억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의 시작이 솔직함에 있다고 본다. 지나치게 기억을 미화하려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상대에게는 차마 솔직하지 못했더라고 나에겐 솔직해야 한다. 지나치게 사회화된 우리는 상대를 사회적으로 잘 대하려고 장시간 노력한 나머지 자기 자신도 사회적으로 대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사회의 기호에 맞추는 것이다. 그 많은 골퍼들과 그 많던 당구인들과 그 많던 등산장비들이 이 맥락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솔직해지기는 매일 일어나기전 레그레이즈를 하는 것이나 빈 골프스윙을 해보는 것처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골프를 잘치기로 결심했다고 골프가 잘 쳐지나? 돈을 많이 벌기로 결심했다고 통장에 잔고가 쌓이지 않는다. 세상의 결심에는 지루한 연습의 시간이 필수다. 솔직해지라고 다르겠는가. 남에 대한 배려라고 다르겠는가. 친구를 친구로 잘 대하는 습관이라고 다르겠는가. 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