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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이라는 경이 있습니다.
이 경전은 부처님의 돌아가심에 대한 경이란 뜻인데 그러나 단순한 부처님의 돌아가심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과사의 왕래가 끊어진 절대무 위(絶對無爲) 경지에 돌아 감을 뜻하는 열반입니다. 절대무 위를 철학을 빌려 뜻을 풀어보면 자연에 따라 행위하고 사람의 생각 또는 힘을 더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불교의 진리로 설명한다면 여러 가지 원인이나 인연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닌 생멸변화(生滅變化)를 초월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반열반경을 살펴보면 부처님의 임종을 묘사한 경으로서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아난다여!
이제 나는 늙어서 노후하고 긴 세월을 보냈고 노쇠하여 내 나이가 여든이 되었다.
마치 낡은 수래가 가죽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나의 몸도 가죽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겨우 살아간다고
느껴진다.
아난다여!
그대는 한 쌍의 살라 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를 둔 침상을 만들어라, 피곤하구나 누어야겠다.
그러자 아난다는 방으로 들어가 문틀에 기대어 울며 말했다. "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나를 그토록 연민해 주시는 스승께서는 이제 돌아가시겠구나" 이를 들으신 세존께서 말씀하신다. " 그만하여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탄식하지 말라,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모든 것과 헤어지기 마련이고 없어지고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그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하거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탄식하지 말라 아난다여! 태어났고 존재했고 형성된 것은 모두 없어지기 마련인 법이거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음에 드는 모든 것과 헤어지기 마련이고 없어지기 마련이고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그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아난다여! 태어났고 존재했고 형성된 것은 모두 부서지기 마련인 법이거늘 그런 것을 두고 절대로 부서지지 마라고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난다여! 그런데 그대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스승의 가르침은 이젠 끝나버렸다. 이제 스승은 계시지 않는다.
아난다여!
내가 가고 난 후에는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친 천명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이어서 세존께서는
아난다여!
그대들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 머물고 남을 의지하며 머물지 말라 그대들은 가르침을 섬으로 삼고 가르침에 의지하여 머물고 다른 것에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 아난다(Ananda)
줄여서 아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BC 6세기경 인도에서 활동한 석가모니의 사촌이자 주요 제자 중 한 사람. 아난다는 석가모니가 설법을 시작한 지 2번째 해에 승가에 들어왔고, 25년째부터는 석가모니를 계속 곁에서 모셨다. 율장 계통의 경전들에 따르면, 여성의 출가를 그다지 허락하려 하지 않던 석가모니를 설득하여 여성 출가의 길을 연 것도 아난다였다고 한다.
불교에서의 가르침은 끊임없이 회귀하고 매 순간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존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부처님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는 인간으로 서의 겪는 모든 고통을 다 경험하였으며 병들었고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와 같은 조건의 인간이었으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고행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깨달음에 대한 진리를 우리들에게 전해준 선지식인으로 서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을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 강요당하지 도 않았습니다. 다만 진리만 말했을 뿐입니다. 무상이란 영원한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하였으며 모든 것이 변화는 속에 무아(無我) 즉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 또한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자신이 경험하고 스스로 확인하고 느끼고, 경험한 자신의 지혜에 근거한 행동을 하라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강한 메시지를 받는 일은 자신의 믿음인 종교와 상관없이 성찰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며 죽음에 대한 마음을 돕는 일이기에 적어 본 것입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은 변화는 데 나만 변화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주어진 업무와 관련하여 공동체를 오고 가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옛적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찾았던 공동체였습니다. 그리고 마석시내에 있는 마석성당에 이주민 공동체가 있어 그들을 위한 의료진료관계로 찾았던 곳이라 양 공동체 하고는 깊은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아침을 제외한 두 끼니를 공동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배려를 해 주셔서 이곳에서 노년의 마지막 생활을 보내고 계신 프린치스칸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거일수족 행동도 자신도 모르게 관찰하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본의 아니게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특별한 관찰은 아니고 각 실에 한 사람씩 거주하다 보니 대화의 기회가 많을 수 없겠지만 일상적으로 종교활동에 의하면 서로 부딪치는 일이 많고 최소한의 대화의 폭이 열려 있으나 이런 것 또한 인지능력이나 판단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을 때는 가능한 일이지만 정상적인 기능이 퇴화되었거나 병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면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극히 제한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삶을 얼핏 보면서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인간의 마지막 생애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간접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미래를 가늠하게 되는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노년기가 찾아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찾아가는 곳이 바로 요양 병원입니다. 그리고 찾아가면 대부분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치매증세를 갖고 있다는 것인데 그 증세는 천차만별입니다. 봄바람처럼 살짝 드는 사람도 있고 여름날의 폭풍우처럼 겁 잡을 수 없는 만큼 광풍이 몰아치듯 들어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심려를 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그 증세를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나도 모르게 의학사전을 찾아보고 치매와 관련하여 정리해 두기도 하였습니다.
치매(癡呆)
치매란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유지하다가 인격의 변화 및 인지기능의 손상 등의 영향 때문에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치매를 앓게 되면 뇌 손상에 의해 기억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감퇴하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치매에 걸리게 되면 일반적으로 언어 구사가 어렵게 되고 정서적 불안과 의지박약 등이 나타납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 뇌혈관질환, 두부 손상, 에이즈, 물질 남용 등으로 발생하며 알츠하이머 병의 경우 치매의 50%~70%를 차지하는 케이스로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매 초기증상 8가지가 있습니다.
1. 체력저하와 건망증
치매 초기증상 첫 번째는 '체력이 저하되고 건망증이 있다'입니다. 치매 초기가 되면 체력이 저하되어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행동이 더뎌지고 우울증 증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피질 하 혈관성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이 잘 안 나는 건망증 증세가 나게 된다면 치매 초기일 수 있습니다.
2. 기억력 감퇴
치매 초기증상 두 번째는 '최근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입니다. 최근에 대화를 나눈 내용이나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면 치매 초기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의 일부인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기억을 저장해 주는 뇌의 측두엽이 손상되어 최근기억부터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며,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은 잘 기억이 납니다.
3. 헛것을 보거나 환각 증상이 있다
치매 초기증상 세 번째는 '헛것이 보이거나 환각 증상이 있다'입니다. 헛것이 보이거나 환각 증상이 있으며 우울증을 증세가 보인다면 레비소체 치매의 초기증상일 수 있습니다. 레비소체 치매는 뇌의 후두엽 부위가 손상이 되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우울증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4. 충동적인 행동
치매 초기증상 네 번째는 '충동적으로 행동한다'입니다. 치매 초기증상에 접어들면 충동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됩니다. 또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를 하게 되며 감정 기복이 심하게 되면 전두엽 치매의 초기증상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에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상대방에게 화를 낸다 거나 때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5. 말을 이해 못해 대화 단절
치매 초기증상 다섯 번째는 '말을 못 알아듣게 되어 대화가 어려워진다'입니다. 치매 초기가 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못 알아듣게 되어 대화가 점점 어려워지게 되는데 이러한 치매를 '측두엽 치매' 라 고 합니다.
6. 언어 표현 수준 저하
치매 초기증상 여섯 번째는 '언어 표현이 수준이 저하된다'입니다. 측두엽 치매의 경우 언어 표현 수준이 저하되어 사물을 보고도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 등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표현이 서툴러지게 됩니다.
7. 뇌졸중 증상
치매 초기증상 일곱 번째는 '뇌졸중 증상을 보인다'입니다. 치매 초기가 되면 뇌졸중의 증상인 팔다리 마비증상이나 두통, 쓰러짐, 발음 이상 등 증상이 보이게 되는데 이는 뇌혈관 경색이나 뇌혈관 출혈로 인한 혈관 성 치매의 초기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 손 떨림 증상
치매 초기증상 여 덞 번째는 '손 떨림 증상이 난다'입니다. 파킨슨병 치매 초기가 되면 자세가 굽어지고, 손 떨림이나 걸음이 더뎌지고 몸이 뻣뻣해지는 등의 증상이 생깁니다.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더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잘 치료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규칙적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하기, 스트레스받지 않기, 기억력 높이는 훈련하기, 숙면하기, 뇌에 좋은 음식 먹기 등이 있습니다.
정문에 서 있는 거목 벚꽃나무 꽃 잎이 난 분분하는 모습을 보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낯이 익은 몇 사람과 경계 빛 이 유난히 강한 사람,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움츠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 사람들 곁을 지나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였습니다. 전혀 반응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참 생소하더군요. 이러한 무관심은 여러 날까지 이어졌습니다. 나 혼자만 안녕하세요? 인사를 습관처럼 하며 지내기를 며칠이 지난 후 밥때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 식당으로 들어서자 인자한 모습으로 어서 식사를 하세요 하며 웃음 짓는 자매님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언뜻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밥과 어머니는 때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인식이며 추억입니다. 이러한 기회는 나도 모르게 쌓여가던 불편함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소통의 단초가 생겼다는 의미는 경계의 선이 무너지고 서로를 위한 마음의 평화 공간이 생겼으니 이 공간에 서로 노력하여 얼마든지 서로의 견해를 그려가며 인정을 나눌 수 있다는 징조입니다. 그러나 징조는 그다음 날도 좋게 이어져 작업전선을 끌어오기 위하여 콘센트를 찾으며 복도를 오고 가자 발자국 소리를 듣고 문을 덜컹 열고 나왔습니다. 나는 반색을 하며 옛 기억을 살려 질문을 내려 넣게 됩니다. " 이 방은 작업실이지요?" 알듯 모를 뜻 미소를 지우며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덜컹 열린 방 안 벽에 세워 놓은 재봉틀을 보자 오래전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신음하듯 맞네 하며 엣 기억을 풍선처럼 부풀렸습니다. 공간이 좋아 물리치료 담당 봉사자 모니카가 늘 자리를 만들고 물리치료 기계를 설치하고 물리치료를 하던 방이었습니다. 동안 나의 삶의 장막 속으로 숨어들었던 옛 일상 중에 하나였던 것이 불쑥 튀어나온 것입니다. 치매는 기억을 놓치는 병인데 지금 이 현실과 무엇이 다를까? 이 화두는 이후 나의 집착 적인 관념을 화석 화 시켜 가는 중입니다.
재봉틀 뒤에 숨어 있는 콘센트를 찾아 작업선 플러그를 꽂은 후 창과 방충망 사이로 작업선을 빼내어 본선과 결합하였습니다. 전기는 기계가 동력을 얻는데 중요한 전력입니다. 수작업 보다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능률이 많이 향상되지만 안전 수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인하여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장시간 작업 후 종료하면서 실내로 돌아가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분리한 후 줄은 다시 사용해야 하므로 둘둘 말아 베란다 귀퉁이에 놓아두고 본선은 풀어 차 트렁크에 실어 두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연결하기 위하여 찾은 작업실 베란다. 작업선이 30cm 간격으로 정확하게 말아져 있었습니다. 자로 잰듯하게 작업줄을 보면서 섬찟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어느 집안의 종부처럼 느껴지는 편안함과 인자함이 묻어나는 자매님의 모습 이면에의 모습이 서로 엉켜 잠시 혼란을 느끼며 작업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며칠 후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작업을 중지하고 외부수도시설로 가 손을 씻은 후 현관문을 들어서자 그 자매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식당 쪽으로 안내하며 어서 많이 드시라 권하며 서 있어 나는 주춤하며 먼저 드시라고 권하였으나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할 수 없이 밥을 담고 몇 가지 찬을 선택한 후 늘 앉는 끝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다음 날 아침에 작업을 하다 물이 필요해 빈 생수병을 들고 정수기를 물을 담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자 이상한 눈초리로 누구냐고 따지듯 묻고 있었습니다. 당혹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내내 조금 전 일을 반복해서 느끼며 교양학부 시간에 청강해 두었던 심리학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기억상실증에 대하여 심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불과 몇 초 또는 몇 분 동안 밖에 기억 못하는 현상을 순행 성 기억상실이라 합니다. 단기 기억은 가능하지만 단기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지요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려면은 시연이란 과정과 해마와 편도체가 작용해야 합니다. 특히 시연(Rehearsal)이라는 것은 감각기관에 들어오는 환경자극을 반복적으로 대뇌임으로써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이행시킬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 인가에게 전화번호를 전달받은 후 잊지 않고 기억해 두기 위하여 반복해서 외는 행위가 바로 시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의 능력이 상실된 자매님으로 서는 당연한 행동인 것입니다. 시연은 기억해 두어야 할 일상적인 소통에 대한 단초를 묶어 두는 행위 같습니다. 기억이 사라지면 생명 줄은 본연의 빛을 잃어버리게 되고 혼돈과 혼란 속에 갇혀 제한된 본능에만 의지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나도 모르게 그 자매님의 얼마 되지 않는 흔적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부담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무리를 이루며 행동을 하기를 즐겨합니다. 단 무리에는 조건이 따르는데 공유하는 것이 안정적이 되어야 하고 이해와 판단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맛비가 잠시 멈춰 작업을 준비하고 마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임시로 현장 사무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박스를 열고 들어섰습니다. 무겁고 단단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며 덮쳐왔습니다. 공간을 감싸고 있는 밀폐의 물질에 따라 공기의 질은 각각 다르게 느껴집니다. 목재는 신선도가 높고, 돌은 동굴에서 얻을 수 있는 음습함이 느껴지고 철재는 빈틈없는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창을 다 열어젖히자 숲에서 뿜어 나오는 향기들 이 교차하며 흐르자 안도하며 작 복업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일상의 습관대로 계획한 작업과 오늘의 일기와 상관을 따지고 작업의 순서를 다시 정리한 후 필요한 공구를 꺼내 허리에 차는 벨트 주머니에 사용하기 좋게 칸칸 이 넣은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름날 숲에서 경험하는 비릿한 내음과 성숙해 가는 초목들에 건강함을 느껴 습니다. 간단하게 몸풀기 운동을 한 후 오는 길에 받은 전화를 되새김하며 기분을 업 시켰습니다. 전화를 주셔서 안부를 챙겨 주셨습니다. 더운 날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하며 응원에 말도 잊지 않으시고 건강은 어떠냐 하셨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만들어 좋은 산행을 하자는 의견도 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마무리되면 훌쩍 1박 2일이나 3일 정도의 종주산행을 하고 싶었는데... 파스칼 형님 의견에 동의하며 즐거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어떤 형식이든 서로 기대어 살아야 하는 것이 숙명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뜻하는 인(人)이란 글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입니다. 또한 나머지 한 자인 간(間)은 사이의 뜻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운 날 음식을 담당하고 있는 수산나 자매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요리를 하려면은 늘 불을 가까이해야 하고 이런저런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참 많이 생깁니다. 밥상을 받는 사람은 다된 식탁에 앉아 먹는 즐거움이 있지만 식탁을 차리기까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말이라도 곱게 넌지시 하려고 하는 것이 저에 마음입니다. 우선 자매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밥 접시를 하나 챙겨 진열되어 있는 찬 앞에 섰습니다. 그때 한 자매님께서 당신의 밥을 챙 기시다 수저를 집어 저에게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기쁨 마음이 생겼습니다. 상대로부터 무엇인가 챙김을 받는다는 것처럼 소중한 기쁨도 없다는 것이 평소 저에 소견입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더니 바로 옆자리가 그 자매님 자리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잘 앉으실 수 있도록 의자를 붙잡고 있다가 안으로 밀어 드렸습니다. 그 와 동시에 옆에 계신 다른 자매님에게 자꾸 옆으로 더 가라고 재촉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두 분 다 말이 없고 다소곳이 앉아만 있어 참 옛 여성 답다고 느꼈는데 수저를 건네주는 것을 보며 이외라는 생각이 들어 관리자에게 참 조용한 분들이라 하였더니 귀가 안 들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들리지 않으면 반응할 수 없습니다. 상대에게 묻거나 대화의 필요성도 없으니 당연히 침묵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조용한 침묵이 되어가는 일상 그것은 바로 노년의 일상입니다. 침묵은 습관적인 생의 일상들을 멈추게 합니다. 그리고 고독으로 이끌며 자신을 심연의 끝자락에 가두어 버리는 것을 서슴지 않습니다. 귀는 듣는 것 이외의 기능으로 신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오감 중에 30대부터 빠르게 손상되기 쉬운 기관이기 바로 귀입니다. 늘 보는 영화나 TV 화면이 너무 밝아 시력이 바로 손상되거나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당장 미각이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청력은 30대부터 퇴행이 시작돼서 가청 주파수대역이 점점 좁아져 고급 스피커를 사도, 이걸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건 어린아이 때라고 합니다.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2010년대 후반부터 무선 이어폰이 유행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난청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이비인후과 학회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귀는 제2의 지문이라고 합니다. 얼굴의 다른 곳은 화장이나 수술로서 그리고 헤어스타일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귀 부분의 변화는 손쉽게 할 수 없어 여권사진이나 기타 중요한 면접 시 귀가 보이도록 또는 보이는 사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