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아 놓은 화문석 돗자리 폭염엔 매혹적이다. 아무리 습한 여름이라도 그 위에 누우면 끈적거리지 않고 오래 묵은 풀향기와 더불어 마른 느낌이 상쾌함을 불러온다. 혹서기만 되면 건성이 좋아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산막에는 에어컨이 없다 준비된 냉방기는 선풍기뿐이다. 그것도 바람 조절 기능이 망가져 바람 속도 조절은 불가능한 바람 기계다. 이 제품은 아주 오래된 제품으로서 중국 제품이다. 선풍기 국내 제조업체로서 유명한 곳은 신일이나 한일이었다. 물론 삼성, 대우, 엘지에서도 제품이 나왔지만 신일이나 한일이 선풍 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던 선풍기가 어느 해인가부터 중국에서 생산되어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던 그 무렵에 산 선풍기다 보니 안정감이 떨어지고 제품이 조악하였다.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부속들은 얼마나 약한지 작동을 한 두 번하고 나면 여지없이 부러지거나 빠져 버리고 기능마저 멈춰버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일정한 속도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작동이 되니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산막으로 가져와 작업을 할 때 곁에 틀어놓고 즐겨 사용하곤 한다. 아주 혹서기에 한두 번 사용하곤 금세 치워버린다. 열기가 있는 듯하여 침대에서의 잠을 포기하고 화문석을 깔아 놓은 곳에 잠을 청하기로 하고 목침과 달랑 무릎담요만 준비하고 자리를 봐 두었다. 해가 떨어지고 오후 8시만 넘으면 선선해진다. 창문을 모두 닫고 순환용 쪽창만 하나 남겨두고 12시 무렵 잠을 청하였다. 묵은 풀향기와 건성의 느낌이 여지없이 다가왔다. 이 느낌은 포근함이 아니라 자유로움이다. 더위라는 성가심이 없고 마른 건초더미에 자는듯한 자유로움 그것은 바로 자연을 침구 삼아 자는듯한 행복감이다. 시작은 그러한 행복감에 젖어들며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갔지만 한두 시간 정도 자고 한기 영향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다 다시 깨어나기를 반복하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어 더운물로 샤워를 한 후 책을 꺼내 보다 통이 트는 새벽을 맞이하게 되었다. 매일 먹는 알약 한 알을 챙겨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신 후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푸른 창공을 배경으로 새털구름이 하늘에 가득했다. 아침노을을 기대하였는데 가을 하늘과 같은 배 경위로 새털구름이 근사하게 퍼져 있었다.
4년 전 심어 놓은 능소화나무가 이젠 성목이 되어 감나무 정수리를 차지하고 여름마저 걸터앉아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에 마음에 담아 두었다.
사랑과 구름
새의 깃털 구름이
하늘에 무늬를 놓고
하늘 아래 늘어진 줄기마다
능소화가 매달렸다
감나무 가지에 걸터앉은 것을 보아
꽃이 열매로 변신하는 것처럼
올 가을엔 능소화가
감이 되려는 모양이다.
그 사이
여름 바람 너울이 스치더니
한송이 툭하고 떨어트려 놓고
여름 긴 그림자를 남겨 놓은 채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꼭지를 매달고
툭 떨어진
툭 소리와 화사한 주홍빛 사이에
그리움이 맺혀
사랑이 오르더니 구름 사이로 숨는다.
첫댓글 산막의 능소화나무의 아름다움에
쓰신~~
" 사랑과 구름"
감동 입니다.
올 가을에 능소화가 감이 된
아름다운 모양을 꼭 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