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별관’의 보존, 가닥 잡혔다
그림 1) 지난 11월 18일 3차 토론회 광경
옛 전남도청 증축부분(별관)의 존폐 문제가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3차례에 걸친 공개토론회를 거치면서 여러 문제점들이 점차 가지치기가 되어 줄기가 뚜렷하게 잡혔다.
그 동안 논리와 명분싸움으로 진행되던 논란이 결국 현실적으로 설계변경이 가능한가, 혹은 불가능한가로 귀착되어가고 있다. 말하자면 설계변경을 하게 되면 수백억의 설계비가 추가로 더 들게 되고 그 설계변경 기간도 1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게 되어 결국 중앙정부 추진사업에서 예산이 삭감되는 등 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설계변경이 불가하다라는 주장과, 복잡하지도 않고 시간과 비용이 그처럼 들지 않고도 별관을 보존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설계변경이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좁혀졌다.
이런 과정에서 철거 논리를 펴는 쪽은 보존을 주장하는 쪽에게 초기에는 아무소리 없다가 국제현상설계를 거쳐 실시설계가 이미 거의 완료되었고 이제 본 공사에 시작하려는 시기에 뒤늦게 별관을 보존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결국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실패로 돌아가도록 발목잡기를 한다고 주장하였었다.
그러나 보존을 주장하는 쪽은 초기에 광주민주항쟁의 진실규명 투쟁에 주력하느랴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별관이 철거됨으로써) 최후의 항쟁이 치러졌던 역사적 현장을 훼손시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하였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18일의 토론회 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명분과 논리는 점차 사라지고 기술적으로 설계변경의 불가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하 추진단)이 가닥을 잡으면서 홍보성 이메일을 대대적으로 배포하였다.
그림 2) 추진단에서 보내온 이메일
여기에는
‘5,18정신은 '아시아문화전당' 안에 살아 숨쉽니다’
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그 아래에는
‘5.18정신은 과거의 닫힌 공간보다 미래의 열린 광장에 살아있어야 합니다.
도청 별관이 그 광장으로 향하는 소통(疏通)의 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라는 문구를 부가함으로서 증축부분(별관)을 헐어내고 공사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림 3) 추진단에서 보내온 이메일에 설계도가 포함되었다.
사실상 추진단은 최후 통첩성의 홍보 이메일을 문화계 인사들에게 대량 배포한 것이다.
그러나 그 메일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관련자료 다운로드]가 그것이다. 이 [관련자료]안에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설계도가 포함된 것이다.
이 [관련자료]는 그 동안 설계변경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검토할 수 없었던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옛 전남도청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많은 전문가들에게는 이때까지 ‘증축부분(별관)을 존치시키면서 설계변경이 가능한가’에 대해 설계안이 없었기 때문에 기술적 검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소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었다. 추진단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적 어려움, 큰 추가비용과 장기간의 지연 등이 사업의 실패에까지 이르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수긍은 가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설계도면을 본 건축설계 전문가들은 이제야 이 건축물의 공간적, 기술적 실체를 알게 되었다. 땅 속으로 지하철이 지나가고 지하철역이 ‘전당’의 안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건축설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설계변경은 간단하다’이다. 또한 ‘기간도 수개월이면 되고 비용도 수백억이 들지 않는다. 단시일 내에 설계변경을 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하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림 4)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의 1층 평면도. ‘별관’은 이 전당으로 들어가는 주출입구 부분에 배치되어 있다. 지하2층 선큰으로 내려가는 램프웨이 시작과 지하로 들어가는 비상계단이 별관의 하부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2층 바닥의 선큰을 가로 지르고 있다.
그렇다면 설계도 검토 결과가 어떻게 나와서 지난 토론회에서 전남대학교 건축과 교수가 주장한 바처럼 설계변경이 도저히 불가능한 ‘실핏줄처럼 복잡한 지하구조’를 간단하게 처리하고 지상의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을까?
도면을 살펴보자.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 중 1층 평면도를 보자. 이 전당으로 들어가는 주출입구 부분에 ‘증축부분(별관)’이 배치되어 있다. 지하2층의 노출된 바닥인 선큰(sunken)으로 내려가는 램프웨이(경사로; rampway) 시작과 지하로 들어가는 비상계단이 증축부분(별관)의 1층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2층 바닥의 선큰은 증축부분(별관)의 밑에까지 연장되어 증축부분이 선큰의 상부를 가로 지르고 있다.
그리고 땅속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설계도의 지하1층의 설계도를 보자.
그림 5) 지하1층 평면도와 ‘별관’이 지상에서 위치하는 그림. 지상에 별관이 깔고 앉아 있는 부분의 지하 1층에는 지상 1층과 통하는 비상계단과 램프웨이 하부, 지하철 북측 승강역과 ‘교과서속박물관’과의 사이 경계가 옹벽구조와 부속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선큰 부분은 빈 공간이다.
우선 증축부분(별관)이 위치하는 지점을 기준으로 볼 때 앞 쪽에 지하철역(문화전당 북쪽역) 공간이 배치되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지식문화원’의 ‘교과서속박물관’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 박물관공간을 깔고 있는 부분은 극히 작은 일부 공간이다. 실제로 증축부분(별관)이 깔고 있는 지하 1층 부분은 양쪽 공간의 경계벽과 그 벽을 이격시킨 공간이다. 그리고 램프웨이의 하부와 대피계단이다. 이것들은 자투리를 이용하는 정도의 공간이다.
이 정도에서 건축설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서울 강남 코엑스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실시설계를 담당한 바 있는 건축가 강찬석씨는 지하 2층 및 그 이하 층의 구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부건축물(증축부분; 별관건물)이 고층이 아니고 하중이 매우 무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받는 커다란 바닥판을 구축하면 그 아래에 어떤 구조, 공간이 들어와도 해결할 수 있다. 이 도면을 보면 아주 중요한 핵심공간이 없기 때문에 지하 1층 부분에 ‘커다란 바닥판’을 구축할 수 있다. 이 바닥판을 보통 현장에서 ‘트랜스퍼(Transfer Girder; 구조전환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그 밑에 어떤 구조나 공간이 들어오더라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지하철이나 주상복합 건물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구조이다. 여기도 저 아래에 지하철이 지나가지 않느냐”.
대한건축사협회 소속 건축사 신왕선씨는
그림 6) ‘별관’이 위치하는 부분의 지하구조. 지하 2층 바닥의 선큰부분의 단면이다. 기존 건축물을 받히기 위해 구조전환보(Transfer Girder)를 신설하고 있다.
“이 트랜스퍼 거더는 한 개 층 이하의 두께로 설치한다면 동선이나 공간의 변화없이 가능하다. 더구나 지하4층까지 옹벽이 이미 많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받혀주는 효과도 있다. 지하 1층을 관통하는 대피계단만 뒷쪽으로 돌리면 지하 2층 공간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램프웨이 시작점을 뒤로 한 스팬정도 옮기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상층에서 본관과의 연결부위는 철거하는 것이 디자인 측면에서 좋을 것이다. 기존의 설계안을 최대한 살리려면 증축부분(별관)의 1층(부분적으로 2층 부분)을 필로티로 터서 진입동선을 유도하고 게이트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
그림 7) 검토되고 있는 설계도.
라고 검토결과를 말하고 있다.
전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김영수 건축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의 건축기술에서 볼 때 아주 간단한 문제이다. 사막 위에 150층의 건축물을 짓고 있는 현대에 이 정도 건축물을 짓는데 복잡할 문제가 뭐가 있겠느냐? 아주 사소한 문제이다. 지상에서 방문객의 동선과 인접 공간의 배치를 기존 건물을 존중하여 다소간의 조정이 이루어지면 더 좋을 것이다. 기념적 건축물을 살리는 가치에 비하면 공사비 증액은 아주 미미한 것이다. 지하 2층, 3층, 4층에서 기존의 설계안을 살리거나 최소한의 변경으로 설계 및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추가 공사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8) 일본의 한 건축물의 지하 바닥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관경.
이상의 설계전문가들의 검토결과를 요약하면
첫째 증축부분(별관)은 그 하부에 큰 바닥판(Transfer Girder; 구조전환보)을 구축하면 안전하게 보존하면서 지하에 있는 기능을 모두 살릴 수 있다.
둘째 지하 1층 부분의 계단은 뒤쪽으로 옮겨도 별문제 없다.
셋째 지상의 동선이나 공간구성은 존치 건물을 고려하여 일부 최소한으로 조정할 수 있다.
넷째 이렇게 하는데 설계변경 기간이나 비용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
다섯째 공사비 증액이나 그 기간연장도 민주화 상징 기념물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
위와 같이 건축설계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는 너무나 간단하다. 문제는 추진단이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어 진지하게 검토하고 신속하게 설계변경을 진행한다면 민주화상징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기존의 설계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22008. 11. 28.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 김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