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사찰을 포함한 전국의 1960개 사찰 중 불이 나도 발화지점에서 5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진화할 수밖에 없거나 소방관서와 사찰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불이 난 후 30분이 지나서야 진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곳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찰의 두 곳 중 한 곳이 화재가 발생해도 사실상 초동 진화가 불가능한 곳에 위치해 있거나 소방 환경이 열악해 귀중한 불교 문화재가 전소될 수밖에 없는 ‘소방 사각지대’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결과이다. 관련기사 6·7면
소방방재청(청장 권욱)이 대한불교 조계종과 문화재청 등 유관 기관과 연계해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국의 사찰 1960개소와 목조 문화재 1343개소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해 18일 발표한 ‘전통 사찰 및 목조문화재 등 소방안전대책 추진 결과’에 따르면, 진입로가 비좁아 5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진화작업을 펼쳐야 하는 사찰 수가 무려 849개소(43.3%)에 달해 진입로 개설 및 확장이 당면 과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차가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불을 꺼야하는 사찰 수도 594개소(30.3%)로 집계됐다. 2003년 9월 30일 치악산 구룡사 대웅전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20여대의 소방차가 출동했으나 진입로가 비좁아 아예 차량진입이 불가능했다.
구룡사는 이 불로 도(道) 지방문화재 24호인 대웅전과 수십 점의 불상, 탱화 등을 모두 잃었다. 당시 구룡사 화재는 사찰의 화재 진화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잘 보여준 선례로, 사찰의 진화 환경 정비에 경종을 울렸다. 소방방재청 전병훈 정책홍보담당관은 “다수의 사찰들이 초등 진화가 불가능하거나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소방 환경을 충분히 갖추기 전까지 소화 용수나 옥외 소화전을 경내에 설치하거나 자체 소방대를 편성,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관서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화재 발생 후 소방차의 출동 시간이 30분이상 걸리는 사찰 수는 491개소(25%)로 집계됐다.
사찰의 자위 소방대 운영 실태나 옥외 소화전 및 소화 용수 등 소화 시스템 역시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 사찰 중 자위 소방대를 편성,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260개소로, 260개대에 3778명의 소방 대원을 확보해 화재 예방 및 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옥외 소화전을 설치한 사찰 수는 245개소였으며 소화 용수를 확보하고 있는 사찰 수는 66개소에 불과했다. 경내에 소방 차량을 배치한 전통 사찰은 해남 대흥사와 강진 백련사, 양산 통도사, 남양주 봉선사 등 4곳으로, 차량 대수는 6대이다.
양양 낙산사 화재 및 부처님오신날을 계기로 실시한 전국 사찰 및 목조문화재 안전 점검 결과는 문화관광부가 17일 내놓은 ‘낙산사 화재 피해 복구 및 전통 사찰 화재 종합 대책’에 이어 18일 발표됐다.